특별해진 대한민국,
그러나 특별하지 않은 로컬

05_난제, 수도권 일극화와 5극 3특

by 지구별 여행자

05_난제, 수도권 일극화와 5극 3특



특별해진 대한민국,

그러나 특별하지 않은 로컬


최근 제시된 특별자치 구상은 ‘특별’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장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별시, 특별자치도, 특별자치시, 특별연합, 통합특별시 등 서로 다른 명칭의 ‘특별’ 단위가 전국 곳곳에 배치되었지만, 이러한 명칭의 증식이 곧 자치의 실질적 강화나 지역 삶의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 이러한 구상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자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공간 재편 전략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특별’이라는 표현이 반복될수록 오히려 특별하지 않은 자치의 현실이 드러난다. 다수의 특별자치 구상은 행정 단위의 격상이나 광역 통합에 머물러 있으며, 지역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과 재정 자율성, 그리고 삶의 구조를 바꾸는 제도적 전환까지는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특별자치라는 명칭이 부여된 지역들의 성격을 살펴보면, 그 특별함은 지역 내부의 고유한 삶의 방식이나 축적된 필요에서 출발했다기보다 국가 차원의 공간 전략 속에서 기능적으로 배치된 경우가 많다. 산업, 환경, 국방, 에너지, 행정 효율과 같은 국가적 과제가 지역의 정체성을 대신하고 있으며, 지역은 여전히 국가 전략을 수행하는 무대로 위치 지워져 있다. 이는 자치의 강화라기보다 역할의 재배치에 가깝다.

더 나아가 특별자치의 확산은 지역 간 위계를 해체하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한다. 어떤 지역은 ‘특별’이라는 이름을 통해 더 많은 자원과 기회를 기대하게 되고,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특별한 공간으로 남게 된다. 그 결과 균형은 강화되기보다 경쟁의 질서로 전환되며, 지역은 협력의 주체가 아니라 비교와 평가의 대상으로 놓이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특별자치 구상 속에서는 삶의 질문이 잘 보이지 않는다. 행정 단위와 명칭은 바뀌지만, 사람들이 어디서 살고 어떻게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노후를 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구조적 변화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는다. 노동 구조, 주거비용, 돌봄 체계, 지역 경제의 순환 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특별함은 제도의 변화가 아니라 이름의 변화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오늘날의 특별자치 논의는 ‘특별해진 대한민국’이라기보다 ‘특별함이 일상화된 대한민국’을 보여준다. 특별이 많아질수록 특별은 힘을 잃고, 자치는 명칭만 남는다. 진정한 자치의 전환은 새로운 행정 구획이나 제도 명칭이 아니라,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권한이 실제로 삶의 조건을 바꾸는 구조로 작동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이 맥락에서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많은 특별자치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이 특별함이 지역의 삶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가’일 것이다. 이는 앞서 논의한 성장 중심 지역개발의 한계를 다시 한 번 되짚게 하며, 5극 3특이 과거의 균형성장 서사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지역의 삶과 경제를 재구성하는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인지를 가르는 핵심 기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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