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유산이다

by 지구별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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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산업혁명의 중심 맨체스터, 우리에게는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로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로치데일은 맨체스터주 도시 중의 하나로 10만 정도의 인구 규모를 가진 작은 도시이다. 맨체스터에서 로치데일로 향하는 전철은 노란색 전철이다. 전철 외관의 노란색은 산뜻해 보인다. 약간 굽어진 플랫폼을 여미듯 들어오는 전철에 몸을 싣고 창문 양쪽 펼쳐진 들녘을 잠깐 감상하는 사이에 전철은 종착역에 도달한다. 로치데일 역이다. 로치데일행은 맨체스터에 있는 맨체스터 빅토리아(Manchester Victoria) 역에서 로치데일까지 20여분 정도 소요된다.


이 도시에 대한 이미지는 로치데일 도시 그 자체보다는 협동조합의 발상지로 잘 알려져 있다. 그 기운이라도 느낄 수 있듯이 거리의 분위기는 유쾌하게 느껴진다. 설치 한지 오래된 듯한 <Heritage Locally>라는 안내판, 우리말로는 지역유산 또는 유산을 지역적 관점에서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통 헤리티지 하면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여야 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국가 차원이 아닌 지역에서 지역유산을 강조하는 것 그 자체가 이채롭다. 아마도 이 문구가 더 이채로웠던 이유는 로치데일이 자본주의의 산실인 산업혁명과 맞서며 노동자를 위한 온전한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가지고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 인 듯하다. 로치데일 뮤지엄으로 향하는 발길에 만난 거리의 간판과 시설물은 재미있기도 하고 나름대로 의미심장해 보인다. 의미심장해 보이는 간판과 시설문 덕분에 오래전에 걸려 있는 듯한 지역유산 간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도 나에게는 로치데일 협동조합이라는 이성적 감응에 준 편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편견은 뭐 어때! 내가 보고 느끼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겨울비가 내리는 거리를 빠른 걸음으로 재촉한다. 가는 길에 만난 푸드뱅크, 리어카를 예쁘게 꽃으로 디자인하고 그 옆에 쓰인 협동조합 글귀, 주차하지 말라는 엄중한 경고문 대신 빨간색 자동차 모양으로 디자인된 시설물 등이 마냥 신선하게 보인다.


지역유산이 별건가! 이들의 삶을 오롯하게 녹여내고 그 안에서 그들의 삶이 제대로 구현된다면 그것 자체가 유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유산, 참여, 활동을 강조하는 에코뮤지엄의 콘셉과도 많이 닮은 듯한 생각이 든다. 지역에서 스스로 자기의 유산을 발견하는 일,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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