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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Apr 01. 2018

워킹맘이 가질 수 있는 특별우대권

업무 시간 중 틈틈이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 행복을 선택하다.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다른 날이다. 점심 약속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평소 같이 식사하는 여직원들에게도 내일은 약속이 있어서 따로 먹겠다고 알려두었다. 그건 바로 워킹맘의 힐링 타임을 위해서다.



12시가 되자마자 떨어지는 비를 손으로 가리며 헐레벌떡 차로 달려가 운전대를 잡았다. 내가 이렇게 바삐 향하는 곳은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혼자만의 조용한 일탈을 만끽하고 싶어 보이는 주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추적추적 비 내리는 차 밖 풍경을 핸드폰에 담았다. 늘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이렇게 자연 풍경 사진을 찍은 적이 언제인가 싶다. 늘 아이들 사진이나 블로그 포스팅용 사진만 찍었지 비 내리는 자연현상 사진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자연을 함께 하면 감성도 함께 자란다는 글처럼 비 내리는 자연현상을 찍었을 뿐인데 마음 한구석에서 풍요로움과 여유가 물든다. 아마도 바쁜 일상 중에서도 하늘을 볼 줄 아는 여유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리라,




즐비하게 늘어선 서고의 책들을 보고 있으니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순간이다. 출간되었을 때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품에 안고 지하 도서관 식당으로 향한다. 샤론 코치 이미애 저자의《오늘 엄마가 공부하는 이유》를 펼쳤다. 왼손은 책을 잡으면서 눈으로 읽고 오른손은 젓가락을 움직이며 쫄면을 허겁지겁 먹었다. 

12년을 아무개의 전업 엄마로 살았다는 저자,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면 학교 엄마들과 옆 등에서 매일 같이 커피 마시면서 수다 떨던 저자가 옆집 아이와 자신의 아이를 비교에 우울해하는 자신을 발견하고서 단박에 엄마들 모임을 끊었다. 자신이 선택한 왕따 엄마의 삶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해 공부를 했고 지금은 잘 가나는 강연가에 유명한 교육컨설턴트가 되었다는 그녀의 삶이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들 모임에서 왕따를 자처하고 자신만의 공부로 자랑스러운 삶을 사는 그녀의 글을 보면서 여자임에도 ‘멋있다’는 생각은 절로 든다.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이 울컥 솟구쳤다. 불과 작년의 내 모습과 같은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다가 저자가 말하는 엄마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서 반성하는 내가 아니라 내심 스스로 ‘은영아, 너! 잘하고 있구나!'라고 응원해주는 글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생면부지인 저자가 책을 통해 나를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은 나도 이들처럼 열심히 살고 있다는 확인이었다. 이렇게 비 내리는 날씨에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반가움으로 점심시간을 쪼개서 도서관에서 급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내가 대견했으니까. 1인용 테이블이었기 망정이지 옆에 누가 있었으면 이상한 여자라고 수군거렸을지도 모르겠다. 곧 점심시간이 끝날 거라 바쁘게 또 운전해서 회사로 복귀해야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힘들게 사는 내가 아니라 열심히 사는 내가 너무나도 좋아서 눈물이 났다. 일상 업무 시간 중에 점심시간을 쪼개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나와 데이트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곧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평소였다면 평범한 시간 중에 한 시간이었을 거다. 평소처럼 별일 없이 당연하게 향했던 도서관이었을 것이고, 평소답게 점심도 먹을 시간이었겠지만 워킹맘이라 공적인 시간을 이렇게 사적인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다른 직원들과 다르게 나만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는 생각에 아무도 모르게 깊게 느끼는 행복이 되었다. 



이렇게 업무 시간 중 점심시간이라는 틈을 이용해 혼자서 즐길 수 있다는 건 워킹맘 삶의 매력이라 느낀다. 10년 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는다든지 아니면 나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을뿐더러, 그렇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엄마 아내 며느리 딸로 살면서 여자로 살아가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여자’인 나의 삶에 집중하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아내 며느리로 벗어나 나로 사는 여유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도 없었을 거다. 바쁘게 사는 것만이 열심히 사는 거라는 착각 속에 나를 잊으며 살아갔을 나였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이렇게 달콤하게, 틈을 이용해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를 사랑스럽게 여기는 마음은 충만한 삶으로 사는 나를 의미한다.




업무 시간에도 틈틈이 나를 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어쩌면 워킹맘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 우대권이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이지만 지금 일하는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된다. 나처럼 도서관을 향해도 좋고 열심히 사는 나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대접하는 시간으로 만들어도 좋다. 한 달에 한 번이든, 일주일에 한 번이든, 앞으로 나는 업무 시간 중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에게 힐링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다. 나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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