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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욕심많은워킹맘 Apr 29. 2018

일(work)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

자유 찾아 창업했더니... 따분한 삶의 소중함을 깨닫다

워킹맘의 하루는 규칙적으로 지나간다. 내가 10년 동안 살아온 워킹맘의 하루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에 사무실에 묶이는 직장인으로 살았다. 과거에는 9시에서 6시까지 얽매이는 이 직업이 참 싫었다. 

9시에서 6시까지 시간적 구속 그리고 사무실이라는 장소적 구애가 내겐 마치 족쇄처럼 느껴져 답답했다. 10년이 넘도록 같은 패턴으로 조직 생활을 했으니 갑갑할 만도 했다. 그래서 늘 마음 저 깊은 곳에서는 자유를 갈망하고 해방된 조직 생활을 동경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자유를 갈망하던 내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염원하던 공부방으로 창업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제는 시간을 스스로 관리한다며 자유로운 직업인을 꿈꿨다. 하지만 그 현실도 만만치 않았다. 조금만 흐트러지면 삶의 패턴이 쉽게 무너지고 규칙이 없어 스스로의 자제력을 시험 들게 하는 일들이 다반사였다. 보통의 자제력이 아니라면 규칙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몸소 경험했다. 그리고 다시 소속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관점은 다르게 변했다. 

 

   9시에서 6시라는 고정된 시간 덕분에 오히려 규칙적인 삶의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 정해진 출근 시간에 맞춰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움직인다. 12시가 되면 규칙적인 점심을 먹고 저녁 역시 퇴근 후 일정한 시간에 먹는다. 오히려 구속이라 느껴졌던 직장 생활이 내게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또 다른 기회로 느껴졌다. 

<힐링캠프>라는 방송에서 가수 박진영 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17년간 매일 8시에 일어나 7가지의 다양한 종류의 영양제를 매일 섭취하고 매일 똑같은 과일과 선식을 15분간 먹는단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인 30분 체조, 30분 발성, 그리고 2시간 운동 등 일정한 규칙에 따라 생활하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대단해 보였다. 

매일 규칙적으로 살아야 하는 건 참 쉽지 않다. 가수 박진영은 일반인과 달리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에서 오히려 아이디어를 얻고 창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엄격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지금의 성공한 그가 있지 않을까? 

고정된 출근 시간의 소중함

            

▲  나는 출근 후 컴퓨터 전원을 켜고 부팅되는 시간 동안 전날 계획했던 일들을 실행 완료했는지 체크한다. 

ⓒ 김은영



나는 출근 후 컴퓨터 전원을 켜고 부팅되는 시간 동안 전날 계획했던 일들을 실행 완료했는지 체크한다. 하루 점검도 되돌아볼 수 있고, 오늘 일과를 계획할 수 있다. 실행 완료된 부분들을 밑줄을 긋는 쾌감은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낸 것 같아 성취감은 배가 된다. 

그리고 막연하게 '해야지'라고 미뤘던 영어 공부 역시 점심시간을 활용해 꾸준히 하고 있다. 따로 시간을 만들어서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지력은 없어도 된다. 그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점심시간이라는 일상 속에 영어 공부를 더했을 뿐이다.

만약 따로 시간을 준비해야 하고, 뭔가 다른 시간적 여유가 별도로 필요했다면 상당한 의지력이 발생하지만, 출근 후 컴퓨터 전원이 부팅되는 당연한 일상 속에 작은 습관 하나를 붙였으니 의지력은 필요 없다. 규칙적인 생활 반경은 내게 오히려 삶의 플러스 요인이다.

지금껏 고정된 출근 시간은 매일 돌고 도는 기계적인 삶이라 치부했지만, 지금은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관점을 바꿨을 뿐인데 내게 느껴지는 일의 온도 차이는 참 크다. 시간적, 장소적 구애로 느껴지느냐 혹은 규칙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회가 되느냐는 똑같은 상황이고 같은 결과이지만 마인드 변화로 관점은 확실히 다르다. 

규칙적인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인생 역시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깨닫고 있다. 

과거에는 워킹맘의 하루가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삶이라 답답했다. 무슨 기계도 아니고 이렇게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간다고 말이다. 조직에 구속된 인생은 월급을 담보로 자유를 잃었다고 생각했다. 출퇴근 시간에 쫓기듯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그런 내가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오늘 하루도 좋다

불우한 환경과 가난한 형편 속에서 갖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열정으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청춘 수기로 큰 인기를 얻은 <늦지 않았어 지금 시작해>에서 노경원 저자는 사람은 바쁠 때일수록 열정적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과외가 없거나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이면 내가 가진 에너지의 100퍼센트를 다 바쳐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막상 그런 날에는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서 생활 리듬이 깨어질 때가 잦았다. 오히려 바쁘면 바쁠수록 일분일초가 아쉬웠고, 지하철이나 버스 안, 심지어는 길을 걸으면서도 공부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시간의 소중함을 더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단순히 짐 덩어리로 생각하지 않고 내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자극제로 생각한다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시간에 얽매이는 직업이 아니면 더 행복하고 편할 줄 알았는데 결코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이 없다 보니 한없이 늘어지고 패턴이 무너지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규칙적으로 일어나지도 못했고 삼시 세끼 같은 반찬인 식사도 귀찮다며 거르기 일쑤였다. 

규칙적인 시간은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고 예측 가능한 시간은 사람을 계획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게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이유임을 깨달았다. 내가 왜 일을 좋아하는지도 절실히 느낀다. 오히려 일한다는 것이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유지하는 힘을 길러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일은 내가 더 열심히, 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원동력이다.

일본인 저자 아리카와 마유미는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자기 역할을 찾으면 강해집니다. 사회 속에서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기쁨은 살아가기 위한 큰 원동력이 됩니다."

무릎을 칠 정도로 공감했다. 사회 속에서 내 역할을 찾음으로써 더 바쁘게, 더 열심히,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를 하나 더 찾았다. 

따분하고 반복되는 워킹맘의 하루가 지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내 삶에 놓인 모든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로 달라진다. 분명 고정된 시간과 고정된 장소가 구속으로 느껴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함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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