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욕심많은워킹맘 Jun 10. 2018

행복을 채우는 감사일기의 힘

1. 거실 바닥에 누워 우연히 하늘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무더운 날씨와 달리 선선한 공기에 가을이 왔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누워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깊고 넓은 하늘로 가을의 향연을 만끽했습니다. 덕분에 평범하게 느껴졌던 우리 집이 새삼 참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우리 집과 가을의 향연을 깨닫게 해 준 하늘에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2. 출근 전, 설거지하다 시계를 보니 지각할 위기에 놓였습니다. 다급하게 서두르는 나를 보며 남편이 둘째 민이를 직접 등원해준다고 해서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지각을 면할 수 있게 해 준 남편의 배려에 감사합니다.

3. 오늘은 미루고 미루다 세탁소에 옷을 맡겼습니다. 할인 요일이 따로 있는데 오늘도 해당하는 날이었습니다. 귀찮다고 미룬 일을 오늘 실행했는데 할인받을 수 있는 행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4. 오늘 점심, 식탁에서 둘째가 물을 쏟았습니다. 하지 말라는 엄마의 주의에도 불구하고 고집대로 행동한 민이에게 버럭 화를 냈습니다. 물을 닦고 나면 그만인 것을 순간 이건 짜증이라는 깨달음 얻었습니다. ‘아차’하는 마음에 아이들에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실수할 수 있고 물을 닦으면 그만인데 엄마가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낸 것 같아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러자 엄마의 짜증에 눈치 보던 아이들 표정이 밝아집니다. 그리고 괜찮다고 대답해줍니다. 아이들에게 사과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 어린 사과가 아이들에게 전해진 것 같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출근 전, 새벽에 일어나 이렇게 감사 일기를 쓴다. 실행하기 좋은 시간은 잠자기 전에 쓰면 그날 하루를 돌이켜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퇴근 후 아이들 저녁 챙기고 씻기고 숙제 봐주고 잠자리에 들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경우가 많아 감사일기를 기록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내가 실천하기 편한 방법대로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 혼자 있는 시간에 조용히 감사 일기를 쓴다. 미라클 모닝으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는 고정 습관이 생긴 덕분에 이렇게 감사 일기를 꾸준히 쓸 수 있는 부수적인 습관도 덩달아 생겼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도 도움되고 내면에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는데 감사일기의 효과가 좋다는 글을 자주 접하면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내 아이를 위한 감정 코칭》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조벽 교수가 쓴 《인성이 실력이다》에서 긍정 심을 배양하는 데 최고의 방법 가운데 하나가 행복일기 쓰기라고 전한다.


“인성은 내 몸에 체화돼야만 합니다. 인성교육은 꾸준히 시행되고 습관화되어야 합니다. 특히 긍정 심은 내면화 되어야 하기 때문에 머리로 깨닫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호감, 존중, 감사, 배려는 평상시 지니는 긍정적 감정 상태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마해야 합니다. 행복 일기에 감사함을 매일 써온 사람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내가 정말 힘들고 절망적이지만 나를 걱정해주고, 도와주고, 내가 감사해야 할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하는 생각을 하며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행복일기를 쓸 당시에는 그 힘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위기 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살면서 수없이 많이 겪을 위기와 고통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딛고 일어서려면 그 힘이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야말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믿는다. 나는 아이에게 그 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꼭 글로 쓰지 않아도 잠자리에 누워 아이와 함께 서로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이 무엇이 있었는지 대화로 나누는 것도 좋다고 해서 아이와 실천하기도 하는데 나는 뭐든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서 매일 아침 시간에 일어나 감사 일기를 쓴다. 


처음부터 감사 일기의 위력을 실감하고 신뢰했던 것은 아니었다. 감사 일기의 첫 장을 장식할 때 어색하고 불편했다. 진심으로 감사함을 느끼지 않았는데 마치 감사한 일로 포장하기 위해 억지로 쥐어짜듯 기록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가 종교 신자도 아닌데 무언가를 갈구하고 믿고 구원을 받으려는 사이비 신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블로그 이웃들도 감사 일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일기를 읽어보게 되는데 내심 믿음이 가지 않았다.


‘저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이 진심으로 감사할까?’

‘어쩌면 당연한 것들이 저렇게 감사함으로 다가올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감사한다는 게 말이 되나?’



하지만 나날이 채워지는 감사 일기의 힘은 조금씩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입에 불평불만을 달고 살던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남들과 비교 의식 속에 빠져서 질투하고 자존심 상해서 우울했던 나였었다. 하지만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소한 것들을 감사하기 시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 행복과 기쁨들이 마음속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일상생활 중에서 맞이하는 작고 사소한 행운들이 옷깃을 스쳐 지나가듯 흘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사소하다 할 만큼 작은 행복들을 이렇게 감사 일기를 쓰면서 사소하다고 느꼈던 작은 행운이나 행복이 조금 더 내 마음에 한번 깊게 왔다가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작은 운이 따랐을 때도 그저 '오늘은 운이 좋네' 혹은 '오예! 재수!'라는 감탄만 내뱉었을 뿐, 이렇게 가슴 깊이 정중히 감사해본 기억이 없다. 



내가 쉽게 생각하는 하루하루를 어쩌면 이렇게 감사 일기를 기록함으로써 작고 사소한 행운과 기쁨 앞에서 진중하게 받아들이는 의식을 치른다. 그러면서 어느덧 내 주위에 일어나는 사소한 일상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횟수가 잦아졌다. 행복이 또 다른 행복을 불러일으키듯, 작은 감사가 또 다른 감사함을 불러들여 내면을 가득 채웠다. 그런 기록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나는 어느덧 '아! 나는 행운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나는 뭔가 잘되는 사람인 것 같아'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인가 봐'라는 긍정적인 기운이 감돈다. 



이제는 깨닫고 있다. 육아서든, 자기계발 서든 왜 다들 감사일기를 강조했는지 절실히 깨닫고 있다. 자연도 맑은 날이 있으면 흐린 날이 있듯,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내고 있다. 이러한 이치를 알게 되면 불행이나 고난 앞에서도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과거의 나는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기보다 이루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남들과 비교하며 나에게 없는 것을 불평하며 툴툴대며 살았으니까. 내게 있는 것들은 당연하고 남들이 누리는 행복이나 행운만 좇아 비교 의식에 빠진 이야기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다. 지금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감사 일기를 통해서 매번 깨닫고 있다. 



내가 얼마나 행복한 여자인지, 내가 얼마나 큰 행운을 가진 여자인지 깨닫고 싶다면 꼭 감사 일기를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달콤한지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 힘은 삶의 위기나 절망 속에 빠진 나를 구해주는 생명의 동아줄이 된다.

이전 17화 병아리 부부와 파뿌리 부부 사이, 10년 차 부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