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욕심많은워킹맘 Jun 03. 2018

병아리 부부와 파뿌리 부부 사이, 10년 차 부부

올해는 내가 결혼한 지 10년 차 부부가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살아온 인생의 대략 1/3 부분을 남편과 함께한 셈이다. 신혼 시절에는 서로를 너무 몰라 참 힘들게 느껴지고 어렵게 느껴졌던 결혼 생활이 이제는 서로의 목소리만 들어도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감으로 느껴질 만큼 서로를 잘 아는 부부가 되었다. 요즘은 10년이 아니라 5년만 해도 강산이 변한다던데 우리는 그런 세월을 함께 해왔다.   




남편이 십 년을 넘게 다녀온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의 삶에도 커다란 변화가 다가왔었다. 계획에도 없던 주말부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주말 연애가 싫어서 일찍 결혼했었는데 결혼 10년 차에 주말 부부로 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을까? 그러면서 나는 8살, 3살 두 아들을 오롯이 혼자 몫으로 키워오면서 요즘 흔히들 말하는 ‘독박 육아’가 시작되었다. 주위에서는 3대가 공덕을 쌓아야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부러워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혼자서 아직 어린 두 아들을 키우려면 힘들겠다며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신혼 시절에는 남편과 나 사이에는 늘 내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더 많은 희생을 해야 하고 더 많은 인내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 여자의 삶이 불공평하다며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뿐만 아니라 남편의 힘겨움을 더 크게 느낀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 남편의 부담감이 우리 가족 중에서는 가장 크다는 남편의 마음까지 헤아려지게 되었다. 과거에는 내 앞에 놓인 어려움과 힘겨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남편 앞에 놓인 짐도 함께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졌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꿈같은 신혼 시절보다 오히려 삶의 희로애락을 겪어온 10년 차 부부가 되니 부부의 삶도 안정이 되어간다.   


  

뭐든지 믿고 툭 터놓고 말할 수 있는
든든한 내 짝이 있다는 건,
그거야말로 동반자가 아닐까?
뒷말 걱정 없이 속 마음을 편하게 털어놀 수 있는 친구이자, 오빠이자, 동생 같은 남자.
나의 못난 속마음도, 나의 행복도, 나의 슬픔도
모두 다 진심으로 수용해주고 축하해주고 아파해줄 내 짝,
이상하게도 결혼 연식이 높아질수록,
나이가 들수록 남편이 더 좋아진다.
오랜 시간 푹 끓여온 진한 육수처럼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우리의 삶도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진하디 진한 관계가 된다.     





주위 다양한 선배 부부를 보면 평안한 삶을 사는 부부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금실이 좋은 부부는 자식들도 사춘기를 심하게 겪지도 않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금실이 좋지 않은 부부들은 자식들도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삶이 평탄하지 못했다. 부부 사이에 서로 믿고 배려하는 힘이야말로 자식들에게도 건강한 정신적 밑바탕이 된다.     




결혼 10년 차 선배가 전하는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꼽자면

첫째, 갈등이나 어려움을 남편과 나 사이의 잣대로 비교하지 말기.

양가 문제나 경조사, 육아 문제로 내가 더 많이 힘들 거라는 생각이나 나만 힘들다는 피해 의식 버리면 시댁 갈등이나 어려움을 감정적으로 싸움을 피할 수 있다. 나만 힘들다는 혹은 내가 더 힘들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이미 남편에 대한 원망이 커지게 된다. 종국에는 대화가 어느덧 싸움으로 번질 확률이 높다.    




 

둘째, 이벤트는 작고 소소하게라도 챙겨라.

연애 시절에는 이벤트를 챙기지 않았더라도 작은 정성은 보여주는 게 부부 사이에도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한다. 큰 아이를 낳고 난생처음 해보는 육아에 힘들어 밸렌타인데이라는 잊고 있었다. 그날 아침 출근한 남편은 결혼한 남자 동료들 사이에서 “오늘 초콜릿 받았어요?”라는 질문으로 아내에게 받았는지 으레 자랑한단다. 결혼한 남자들은 기념일에 대해 무감각할 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랐다. 그 뒤로는 크고 비싼 과자는 아니더라도 작은 것 하나라도 챙겨서 출근길 남편에게 선물하는 작은 센스를 발휘했더니 좋아했다.     




셋째, 내가 원하는 것을 콕 집어 설명해야 안다.

서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에 있었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기도 한다.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 혹은 직장 상사에게 꾸중 들었던 일 등을 이야기하면 남편은 내 입장이 아니라 직장 상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야기를 한다. 이럴 때는 남편이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 되고야 만다. 그러면 결국 속상한 마음이 더 커져 대화가 중단되기도 한다. 그러면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내가 원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감정 공감이라고 먼저 화두를 던지는 것이 좋다. 늘 내 편이 아니라 ‘남의 편’이었던 남편은 10년 차 무던한 노력으로 갈고닦았더니 어느덧 문제의 원인, 누구의 잘못을 따지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읽어주는 남편이 되었다.  




  

넷째, 육아의 동지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공유하자.

8살, 3살 두 아들을 키우면서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사회생활 소식을 접한다. 선생님들이 SNS로 보내는 사진과 경험담을 나에게 보내주면 나는 늘 남편에게도 재전송을 한다.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면서 더욱더 많은 공유를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대견하게 느껴지는 일들, 오늘 하루 중 웃긴 에피소드 등 소소하게 전달하고 공유하면서 육아라는 울타리로 남편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엄마 아빠가 없는 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씩씩하게 하는 모습들, 혹은 대견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남편과 공유하면서 아빠와 아들 사이에도 함께 대화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씨앗을 안겨주게 된다.     




이 세상에 남편만큼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자가 있을까? 싶었던 신혼 시절이,

지금은 저 사람만큼 날 위해주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진하게 남는다.

함께 살아온 세월만큼 말이다.



병아리 부부에는 신혼 시절 젊은 패기만큼 철천지 원수만큼 싸웠고, 또 어느 누구보다 오랜 세월 진한 연애를 해온 '오빠'다. 세상에서 우리의 유전자를 나란히 나눠가진 아이들과 함께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로 오랜 세월 아니, 이제는 나의 옆자리를 든든히 채워줄 남자는 오직 '남편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병아리 부부에서 파뿌리 부부가 되어가는 사이,

나의 든든한 옆자리 남편에 대한 사랑도, 우정도, 애정도 깊어져만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