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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Dec 11. 2024

군자君子와 하느님 백성

유가와 법가의 공동시조인 공자孔子는 중국대륙과 한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도덕성과 윤리의식은 물론 일상의 소소한 관습에까지 두루두루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람입니다. 

공자는 죽음이나 사후세계, 귀신 등에 대해서는 무척 말을 아꼈습니다.

제자 자로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귀신은 어떻게 섬겨야 합니까?”

여기서 귀신이란 천지신명이나 조상신을 일컫는 말로서 저 질문은 제사 예법에 대한 것입니다.

공자의 대답은 이렇습니다.

“공경하기는 하되 멀리하라. 사람을 잘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을 섬기겠느냐?”

자로가 죽음에 대해 물었을 때의 대답도 매우 현세적입니다.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까!”

혹자는 공자의 이런 대답을 문제를 회피하는 태도라 폄훼할 수도 있겠지만, 실로 누구인들 귀신과 죽음을 알 수 있을까요? 귀신을 봤다는 사람도 있고 죽음에서 돌아왔다는 체험담도 있지만, 그 또한 그들의 뇌에서 이루어진 작용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인류의 큰 스승 가운데 하나인 공자에게서 배울 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숱한 갈등에 대처하는 인간다운 도리일 것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도리를 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죽은 자들에 대한 예를 완성하고, 이승의 삶에 충실함으로써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공자는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이라는 캐릭터 대비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인仁을 추구하고 예禮를 실천하는 사람은 군자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소인입니다. “군자는 두루두루 소통하되 끼리끼리 하지 않고, 소인은 끼리끼리 하되 두루두루 소통하지 않습니다.(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예수가 그토록 혐오하던 사두가이파와 바리새이파 사람들은 어디에 속할까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식은 자식답게.(君君臣臣 父父子子)” 같은 가르침은 요한이 물세례를 받으러 온 여러 계층의 사람에게 훈계했던 내용을 연상케 합니다.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 강요하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같은 교훈은 예수 그리스도의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대접하라!”와 함께 황금률黃金律이라는 윤리 원칙으로 불립니다. 

군자君子는 추구하는 사람이고, 성인聖人은 이룬 사람입니다. 공자는 스스로를 군자의 위치에 놓았지 성인의 위치에는 놓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성인으로 추앙하려 하면 한사코 마다했습니다. 그의 이러한 면모는 부처나 예수와 미묘한 비교가 되어 유가儒家 또는 유학儒學을 유교儒敎 즉 종교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하는 주장의 근거가 되곤 합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군자君子에게서 ‘하느님의 백성’이 보입니다. ‘양떼’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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