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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용선 Dec 11. 2024

석가모니와 천자天子

석가모니는 석가 가문의 성자라는 뜻이고, 본명은 싯다르타 고타마입니다. 인도 문화에는 ‘깨달은 자’를 가리키는 붓다Buddha라는 말이 있는데, 붓다라 칭해지는 존재 가운데 그가 태어나 활동하던 기원전 6세기와 5세기는 물론 그 후로도 가장 유명한 사람이 바로 석가모니입니다. 서양에서는 흔히 고타마 붓다라고 합니다. 부처, 불타, 붓다, 석가모니, 석가세존, 석존, 세존, 여래, 불佛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석가모니는 오늘날의 네팔 남부와 인도의 국경 부근 히말라야 기슭에 위치한 샤카족의 작은 나라 카필라의 임금 슈도다나와 왕비 마야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청소년기를 부유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있음에도 그는 신분고하, 생사의 먹이사슬, 인간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목격하고 번뇌가 깊어져 출가하여 수행하고픈 의지가 강렬해졌습니다. 아들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는 자는 출가할 수 없었으므로 하지 못하다가 아들 라훌라를 태어나자 비로소 출가하여 수행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석가모니는 모든 인생이 겪을 수밖에 없는 부자유와 그에 따르는 고통이 인연에서 비롯됨을 깨닫고, 전륜성왕의 길을 택하기보다 붓다로서 중생에게 올바른 수행의 길을 안내하는 데 자신의 남은 인생을 다 바쳤습니다. 

석가모니 전기에 따르면 그는 깨달음을 얻은 뒤에 사람들을 가르치기보다 혼자 열반에 들려 했습니다. 번뇌에 물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깨달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열반에 들려 하는 그의 앞에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나타나서 그의 깨달음을 세상으로 나아가 전파하라 권하였습니다. 브라흐마가 인간의 깨달음을 인정하여 세상에 알리라고 권하는 장면은 다른 문화권에도 존재하는 초월자로부터 나온 신성한 권위와 어느 정도 맥락을 함께합니다. 그러니 석가모니 붓다는 우리 관점으로 보면 인도 사회의 천자天子입니다.

석가모니는 윤회(삼사라)와 업(카르마)과 법(다르마)과 같이 고대 브라만교의 주요 교의를 받아들였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매우 다릅니다. 해탈 곧 성불에 대한 태도라든지 궁극적 실체에 대한 관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고대 브라만교에는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 등 삼신을 비롯한 숭배 대상의 신들이 있지만, 불교에는 본받아야 할 모범인 부처가 있습니다. 브라만교는 우주의 근본원리인 브라흐만(梵)과 개인의 본체인 아트만(我)의 합일을 중시하고, 불교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해탈을 추구합니다. 수도정진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고 심지어 인간 최고의 경지인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엄격한 계급제도와 공존할 수 없었습니다.

석가모니는 널리 존경을 받아 뛰어난 제자를 많이 두었으며 그를 위해 커다란 사원을 지어 바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밤비사라 왕의 죽림정사와 제타 태자와 수달다 장자의 기원정사가 바로 그것들입니다. 불교는 이러한 조직과 후원을 바탕으로 석가모니 생전에 이미 만만치 않은 규모의 종교를 이루었습니다.

석가모니 붓다는 흉년이 극심했던 해에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가르침은 한문으로는 “자등명 법등명 자귀의 법귀의 (自燈明法燈明 自歸依 法歸依)”로 옮기고 한국어로는 “스스로에게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라. 스스로를 진리의 등불로 삼아, 그 진리에 의지해 살아가라.”라고 번역합니다. 등불은 섬으로도 번역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와 법을 지침으로 삼으라는 본뜻은 다르지 않습니다.

불교는 영적인 존재 대신 몸(佛身)에 관한 생각을 발전시켜 석가모니의 영원성을 획득했습니다. 법신(法身), 보신(報身), 화신(化身) 또는 응신(應身) 등 삼신(三身)이 대표적입니다. 사찰 대웅전에 가서 보면 중앙에 나란히 앉아 있는 비슷하게 생긴 세 가지 불상이 바로 삼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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