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이슬람, 기독교가 공동의 경전으로 삼는 『창세기』는 7일 간의 창조 이야기로 문을 엽니다. 왜 하필 7일일까요? 이는 저자가 기존의 고대 문서들과 바빌로니아 제국의 달력을 참조했기 때문입니다. 첫 문장 “태초에 하느님이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도 히브리어로 살피면 “태초(레쉬트)에 신들(엘로힘)이 하늘들(샤마임)과 땅(에레츠)을 창조하셨다.”입니다. 다신교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창세기』에는 수메르와 고-바빌로니아, 이집트, 아시리아, 신-바빌로니아 등 기존 고대 문명의 신화와 전설을 참조한 흔적이 가득합니다. 창세기 2장에는 에덴에서 발원한 네 개의 강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비손과 기혼은 강줄기 흔적만 남았지만, 힛데겔(티그리스)과 유프라테스는 도시 바빌론 일대에서 지금도 흐르는 강들입니다. 수메르 문헌에는 그곳에 있던 에딘이란 지명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모세의 율법은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황제의 법전을 토대로 했는데, 그 함무라비 법전조차 수메르 문명의 「우르-남무 법전』이 원전입니다. 왕을 신의 대리자로 인식하는 사고방식도 일찍이는 수메르부터 가까이는 바빌로니아까지 이미 존재했습니다.
기원전 539년 신-바빌로니아는 페르시아의 키루스 2세에 의해 점령됩니다. 한글 성서에 고레스(에스라 1장과 5장, 다니엘 1장 등)로 언급되는 이 사람은 메시아 즉 하느님이 구별한 지도자 중 하나로 유대사회에 받아들여집니다. 그가 바빌론에 사로잡혀 있던 히브리 백성에게 귀국을 허락함으로써 해방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마르두크 숭배자였죠.
히브리인의 눈에 키루스는 이상적인 군주였을 것입니다. 그들은 북이스라엘 왕국과 남유다 왕국을 통일했다고 전해지는 조상 다윗을 그와 같은 정복자로 묘사했습니다. 로마 제국 치하의 히브리인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다윗 왕과 키루스 대왕이었을 것임은 너무나도 자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