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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집 #1. 사랑의 기본 원칙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by 신상우



삶을 사랑하건, 다른 사람이나 동물, 꽃을 사랑하건 모든 종류의 사랑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이 있다. 내 사랑이 적절하고 상대의 욕망과 본성에 맞을 때만 나는 사랑할 수 있다.


적은 물을 필요로 하는 식물이라면 그 식물에 대한 사랑은 필요한 만큼만 물을 주는 것으로 표현된다. ‘식물에 무엇이 좋은지’에 관련된 선입견이 있다면, 가령 최대한 물을 많이 주는 것이 모든 식물에 좋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식물을 해칠 것이고 죽일 것이다. 나에게는 식물이 사랑받아야 할 방식대로 식물을 사랑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사랑만 하는 것으로는, 다른 생명체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식물이, 동물이, 아이가, 남편이, 아내가 뭘 필요로 하는지 모르고 무엇이 상대에게 최선인지 정한 내 선입견과 상대를 통제하려는 욕망을 버릴 수 없다면 내 사랑은 파괴적이다.


내 사랑은 죽음의 키스인 것이다.


-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에리히 프롬), 28쪽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하는 사랑이 옳은 지 한 번쯤 되뇌어 볼 필요가 있다. 상대를 아끼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랑의 행동들이 혹시 상대에게는 부담 혹은 거기서 더 나아가 고통을 주는 행동이 아니었는지 말이다.


상대를 위해 내가 행하는 사랑은 자기중심적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주고 싶은, 내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것을 현실화하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다.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며 상대에게 강요할 때,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 될 수 있다.


여자라면 혹은 남자라면 의례 좋아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이전에 사랑했던 연인에게 준 사랑 등 상대가 진심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상대 이전에 만들어진 선입견으로 이루어진 사랑은 사랑일 수 없다. 나의 사랑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것을 선택한 기원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이 사랑을 행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사랑의 기본원칙, 사랑하는 사람의 욕망과 본성에 집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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