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즈 Mar 09. 2016

끝나지 않은 이야기

산문_003

"그래도 이 영화는 끝이 해피엔딩이라서 좋아요. 그쵸?" 그가 물었다. 그의 물음에 대답은커녕 나는 괜시리 울적해진 마음을 그에게 터놓을 수 없어 찻잔을 만지막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여태껏 내가 맺어온 이별들이 결국은 다 새드엔딩으로 끝난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래서 매번의 끝 마다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새드엔딩에 걸맞은 슬픈 음악을 듣고, 슬픔의 여운을 오래도록 아프기라도 할 것처럼 슬픈 영화를 찾아서 보고, 가슴이 미어지는 소설을 읽으며 모든 감각으로 새드엔딩의 여운을 곱씹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다는 그를 앞에 두고 하는 생각이 고작 슬픈 생각이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저 사람은 이별도 안해본건가 싶은 마음에 그에게 질문을 했다.


"태수씨는 이별 안해봤어요? 늘 행복하게 끝내기라도 한거예요?" 삐딱한 내 태도에 그가 적잖이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대답이 들려왔다.


"지은씨,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해피엔딩이 좋죠. 행복하면 좋잖아요. 그렇지만 이별을 했다고 해서 새드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록 떠나간 그 사람과는 해피엔딩을 맞지 못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제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은걸요. 중간중간 슬프고 마음이 뜯겨나가는 것 같은 아픔이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제 사랑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어요. 지난 이별들은 그런 아픔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새드엔딩도 해피엔딩도 아직 보지 못했어요. 해피엔딩을 만들어가고 싶을 뿐이에요."


지은은 태수의 말에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슬픈 이별에 대해 앞으로는 추억하더라도 눈물을 덜 흘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드엔딩을 곱씹기보다 '해피엔딩을 만들어가고 싶을 뿐이에요.'라는 그의 말을 되뇌이게 되었다.


식어버린 찻잔을 쥐고 있던 지은의 손을 태수의 따뜻한 손이 감쌌다.

작가의 이전글 몽유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