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_006
그 날 너는 분홍색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남색 장우산을 들고 있었고 네가 입은 롱코트와 아주 잘 어울렸었다. 네가 비오는 날을 좋아했었던가. 비오는 날 널 만난 나는, 그렇게 비오는 날을 좋아하게 되었다.
너는 내게 벚꽃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황홀하게 예쁜데 오래가지는 못하고 아주 짧은 찬란한 시절을 보내고 금세 져버린다며 나를 닮았다고 했었다. 나는 떨어지는 벚꽃을 좋아했기에 너의 이야기를 칭찬으로 여겼다. 그러나 너는 내게 찬란한 시절을 주고는 떠나버렸다.
네가 떠나고 또 한철의 봄이 지나갔다. 내리는 봄비에 젖어 떨어진 벚꽃이 내 우산위로 내려앉았다. 우산을 들어 마주한 곳에는 봄날이면, 비오는 날이면 지독히도 그립던 분홍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남색 장우산을 쓴 네가 서있었다.
빗소리와 함께 너의 목소리가 들리고 공기를 가득 채운 비냄새에 진득하게 베어있는 너의 향기가 나는 날이었다. 나는 너에게 흠뻑 젖어 네 손 위로 떨어졌다.
낙화는 사랑의 손을 잡고 꽃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