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나조 Aug 21. 2020

미안하다 티비는 없애자

디지털 기기 강제 차단

  요즘은 서재형 거실이 그리 새로울 것 없고  티비를 처음부터 안 두는 가정도 많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거실에서 티비를 없앤다고 하면 주변에서 좀 별라다라는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종일 밖에서 일하고 온 아빠도 집에서 편히 쉬어야 한다며 아빠들의 반대로 티비를 없애지 못한 집도 많았다.

 아니면 아빠와 함께 안방으로 티비를 넣어 버리는 집도 있었다.

 나는 나부터가 티비앞에 있으면 자동적으로 티비를 켜는 습관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과감히 나를 위해서도 티비를 없앴다.

 
 요즘은 티비보다 더한 집중력의 적, 손 안의 스마트폰이다.

 아 정말 이런 환경에서 아이에게 집중력을 요구하는 건 점점 가혹해지는 것 같다.

 

큰 아이 스마트폰은 아이 중2 말경에 사줬다.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의 IT 개발자들도 자신의 아이에겐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 개발자들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아니 아이들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거기 빠져서 아이가 창의력이나 독창적 사고력 같은 뇌의 능력을 잊고 스마트폰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게 아주 영리하게 설계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그 스마트폰 중독의 폐해를 잘 아니깐 자신의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않는 거다.


 큰 아이 중 2말 경 스마트폰으로 바꿔주기 까지는 아이는 삼성 애니콜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박물관에 자신이 가진 것과 똑같이 생긴 이 핸드폰이 전시실 유리박스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사라진 현대 물품 테마관에 전시된 걸 보고

해맑게 “엄마! 여기 이거 내 핸드폰이랑 똑같아!” 하고 아이는 무척 반가워하며 외쳤다.


나는 어떻게 하면 이 핸드폰을 더 오래 쓸 것인지 고민했다.

배터리가 수명이 다돼서 A/S 대리점에 가면 직원이 

"이 배터리는  사시는 거죠?" 묻는다.

음악이 듣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이미 단종되었는지도 모르고

'왜 MP3 파는 곳이 없지?' 생각하며

MP3 플레이어를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검색을 해서 유물을 또 하나 구해서 아이에게 안겨 줬다.

어떻게든 스마트폰을 늦게 사주려고 버텼다.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전달 편의성으로 인해 단톡으로 학급의 용건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예민한 시기에 친구들 사이 소통에 있어서도 여러 불편 사항들이 생긴다고 아이는 불만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사춘기까지 와서 그런지 그 해맑던 아이가 점점 어두워지고

나는 시대의 큰 파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스마트폰을 아이 손에 쥐어 주고 말았다.


디지털 시대로 이미 넘어온지 한 참 지나와서

 스마트폰은 무조건 막거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디지털 기기를 늦게 접하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유아기 아동기엔 최대한 오감에 충실한 단순한 놀이가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성격 형성에 중요하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을 실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나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함께 가기가 수월한데

 나 혼자만 디지털 기기 차단하고 아이의 창의력과 사고력 보호를 위해 고군분투하기가 참 힘들다.


아이 만 15세에 무너졌지만 이 만큼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늦게 주고 디지털 기기로부터 아이의 뇌를 보호하려고 사수한 것이 그나마 잘 선택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전 05화 독일과 한국 출산문화 비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