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한국 두나라의 유치원 생활 비교
우리 아이들이 유년 시절을 보낸 독일은
유치원의 한 클래스가 아이들의 나이가 섞여 있는 형태였다.
한국 엄마라면 한 반의 아이들의 나이가 다르다면 서로 싸우거나
동생들이 나이 많은 동급생들에게 치이지 않을까 걱정부터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장자를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독일의 유치원 클래스는 형이니까 동생에게 양보하고 동생이니까 형의 권위를 세워주기 위해 형한테 져주고 그런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줄까?” 물어보고 서로 돕고
동생들은 형이나 누나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이 바르고 바르지 않은 지 배운다.
형 누나들도 도움이 필요한 동생과 상부상조하며 유치원에서는 학습보다는 기본적인 공동체 생활 태도를 배운다.
이것은 부모의 품을 떠나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한다.
큰 아이가 7살 때까지 독일에서 지냈고 귀국하자마자 한국의 유치원에 보냈다.
작은 아이는 4살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아파트 관리동의 어린이집에 보냈다.
당연히 두 문화의 많은 차이가 있고 나는 두 문화를 다 겪어 봤기 때문에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당연히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을 일들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어느 한쪽이 좋고 다른 한쪽이 나쁘고를 떠나 다른 생활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의 유치원
귀국해서 큰 아이가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러 다니던 중이었다.
독일의 유치원에 보내다 오니 사실 첫눈에 썩 마음에 드는 곳은 없었다.
시설면에서는 플라스틱 미끄럼틀 달랑 하나 있는, 그것도 그 미끄럼틀에 먼지가 쌓여 있는 것을 보아
아이들이 실제 타고 노는 미끄럼틀도 아닌 것 같았다.
한창 뛰어놀아야 될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딸린 놀이터가 없는지 아이들은 어디서 뭐하며 종일 시간을 보내는지 의아했다.
여러 군데 알아보다 건물 밖에 잔디밭 놀이터도 있고 유럽의 성처럼 예쁜 건물을 가지고 있는 유치원에 등록했다.
유치원 선생님은 대부분 전문대 유아교육과를 갓 졸업한 미혼의 20대 초중반 여선생님들이 많았고
대략 30명 가까이 되는 7세 아이들을 선생님 혼자 통제하는 환경이었다.
영어시간에는 원어민 선생님이 수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그 어린 선생님이
학교에서 이론으로는 다 배우기는 했겠지만 아이들 실제 경험이 없는 선생님이 30명의 7세 아이들을 혼자 책임지며 감당하기엔 좀 벅차지 않았나 싶다.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커리큘럼은 초등학교에서 하는 수업과 비슷했고 선생님이 앞에서 초등학교에 가서 배울 지식을 전달하고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선생님이 시키는 것을 따라 하는 식이었다.
이런 형태의 유치원 말고도 독일식 유치원이나 숲 유치원이라고 불리며 소수인원에 아이의 자율성을 중요시 여기는 자연친화적 유치원이 있었지만 비용이 비싼 사설 교육 기관이다.
이외에 영어유치원이라고 불리는 영어학원에서 사설로 운영하는 유치원도 있는데 그런 곳도 비용이 많이 든다.
내가 보낸 이 유치원은 공립 유치원이었으며 예비 초등학교 개념이라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업을 그대로 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적응하기 좋게 프로그램을 짠 것이라고 한다.
아마 대부분의 7세가 다니는 유치원은 이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유치원
딸아이가 다닌 곳은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한 반에 22명 정도 되며 한 반에 선생님이 2명은 항상 있었다.
아이 반 담당 선생님은 아줌마 선생님이셨다.
조금 엄격하긴 했지만 아이들을 온화하고 공평하게 잘 보살펴 주셨다.
그중 한 분은 주로 아이들과 몸으로 함께 놀아주며 다른 한 명이 휴가를 갈 때(독일은 휴가가 많은 나라니까)를 대비해 보조 선생님이 1~2명 정도 더 있었다.
그룹에 선생님이 항시 2~3명 정도는 있었다.
그리고 1교시, 2교시 수업시간이 학교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고
오전 시간을 크게 두 블록으로 나누어 한 시간은 앉아서 계절이나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얘기도 하고 같이 노래도 부르고 그림 그리기도 하는 등 각자 원하는 놀이를 하며 노는 자유놀이시간을 가졌다.
다른 블록 타임은 건물 옆에 딸린 넓은 놀이터에 나가는 바깥놀이시간을 갖는다.
여러 반이 있을 경우 놀이터 공간을 여유 있게 가지기 위해 바깥놀이 타임을 교대로 하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서로 피해가 가지 않게 질서를 지키며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탄다.
누군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 탈 거냐고 의사를 물어보고 일정 시간 지나면 순서를 양보해준다.
그리고 한국과 크게 다른 또 한 가지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절대 쓰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내가 아이 반의 다른 엄마한테 쓰기를 가르치냐고? 미리 조금 해야 하지 않냐? 하고도 물어보니
그 엄마가 “Darf nicht “라고 대답했다.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쓰기나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배울 학습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본 태도
-질서 지키기,
-남에게 피해되지 않게 행동하기
-자신의 물건들과 있었던 자리 잘 챙기고 공동의 물건 제자리에 두기
-물건 낭비하지 않기
-음식 남기지 않기
이런 것들을 유치원에서 배운다.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을 지하실에 보관했다가 그 물건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어 준다.
유치원에서도 아프리카 아이들 돕기 모금이나 벼룩시장 또는 아나 바다 같은 행사 한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 재활용하고 꼭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려고 한다.
어느 책 제목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것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꼭 필요한 가장 기본이 되는 공동체 생활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