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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당동붓다 Nov 06. 2023

화냄과 후회와 자책의 무한굴레

그날도 나는 아침에 늦잠 잔 아이에게 짜증을 냈다.

"일찍 일찍 일어나랬지! 늦게 자니까 일찍 못 일어나지!"

나는 아이의 아침을 챙겨주시는 시어머니에게까지 날이 선채로 대했다.

"아니, 어머님! 8시가 다 되도록 아침을 안 챙겨주시면 어떡해요!"

그러면 아이는 울먹이며, 다리가 아프다, 목이 아프다 칭얼대며 그제야 겨우 일어난다.

그러고는 이 옷을 입을까, 저 옷을 입을까 왔다 갔다 하다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또다시 단전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기 전에 미리 옷 챙겨놓고 자랬지!"

어찌어찌 밥을 먹고, 학교에 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미안한 감정이 나를 덮쳤다.

왜 그렇게 화를 내서 아이와 나의 소중한 아침을 망쳤을까.


어쩌면 나는 나의 불만족스러운 인생을 잘 크는 아이를 통해 보상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나의 회사는 현금흐름이 좋지 않았고, 일은 산더미처럼 쌓였으며, 무엇부터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할지 몰랐다. 

나는 계속 잠만 잤고, 시간만 나면 술을 먹었고, 남 탓만 했다. 

어디에도 화를 내지 못하니, 그나마 만만하고 작은 존재에게만 화풀이를 해댔다.


그때의 나는, 나의 문제를 대놓고 회피하고 있었다.

아이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을 쌓아두고 미뤄두던 내가 문제였고, 아침에 늦게 일어난 나의 잘못된 습관이 문제였다.

나는 나에게 할 소리를, 아이에게 쏘아붙이고 있었다.

남편이 하는 지옥의 잔소리를 들으며 To-do list를 정리하기 시작했고, 대강하던 운동을 정신 차리고 하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일하다 집에 오면 아이의 성장호르몬 주사를 놔주고 잠들기 바빴다.

그렇게 한 달쯤 정신없이 살다가, 어떻게 또 해결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문득 정신을 차려 아이를 보니, 아이는 혼자 잘 살아가고 있었다.

혼자 잘 씻고, 잘 잤으며, 숙제도 알아서 하고, 친구와 버스를 타고 멀리 놀러 다니기도 했다.

가끔 학원 선생님이 아이가 시험에서 1등을 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으며, 학교선생님이 아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며 영재원에 지원해 보라고 하기도 했다. 

나는 틈틈이 아이와 의견을 나누며 학원을 결정하기도, 학교를 알아보기도 했다.


요새 나는 매일 아침, 아이의 아침식사를 직접 차려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요리 유튜브를 보고, 12시가 되기 전에 재료를 주문해 둔다.

매일매일 운동을 하고, 야근을 하고, To-do list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다.

밤에 집에 돌아오면, 아이에게 간식을 주며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듣는다.

주말에는 주중에 먹을 음식들을 미리 준비해 두고, 나의 사랑의 자양분인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서 신나게 놀고 온다. 그 사이 아이는 가끔은 친구들과, 가끔은 아빠와 시간을 보낸다.


이제 나는 안다.

아이에게 화가 치밀 때는 늘 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였음을.

내가 전부인 작은 존재에게 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증명하고, 이기고자 했음을.

그러니까 이렇게 아이에게 화내고, 후회하고, 미안해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하는 얘기였음을.


그리고 나는 안다.

앞으로도 계속 화내고 후회하며, 다시 이겨내며 살아갈 것을.

다만, 부디 이 악순환이 조금 더 짧아지기를, 그 굴레가 다시 돌아왔을 때 조금 더 빨리 깨우치기를.


딸아, 아직 엄마가 많이 어려서 미안해.

이런 엄마여도 늘 사랑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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