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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당동붓다 Jan 08. 2024

2024

작년 한 해는 정말 지독히도 다난했다. 

생각해 보면 2023년은 굉장히 희망차게 한 해를 시작했던 것 같은데, 희망 하나만을 믿고 대책 없이 많은 일들이 산더미처럼 불어나서 그 많은 일들을 쫓아다니면서 치우기에 급급했다. 몇 차례, 정말 수십 번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되새기며 없는 길을 지우고, 다시 세우고, 또 부수고,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태생이 파워 T이고, 파워 P 인지라 의사소통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일하는데 허술한 부분도 너무 많았다. 그동안은 일이 그럭저럭 굴러갔기도 했기 때문에 내가 뭐가 그리 문제인지 몰랐는데, 올해는 정말 나의 부족한 부분을 여실히 아는 시간을 보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이 울었고, 가장 많이 힘든 해였다. 


아이를 잘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저 내가 힘든 것을 티 내지 않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밥을 함께 만들어먹고, 집안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 정도만 가까스로 해냈다. 그 사이 아이는 스스로 컸다. 혼자 화장을 하기도, 요리를 하기도 했다. 가끔 시험을 100점을 맞아오기도, 친구와 절교를 하기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오기도 했다. 나는 가끔 화를 내고, 내가 마음이 힘들어서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때마다 내 딸은 그럴 수도 있다고 나를 바라보더니, 괜찮다고 해주었다. 


그리고 2023년의 마지막에는 친한 친구의 남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워낙 사이좋게 알콩달콩 아이를 키우며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던 부부였는데, 그 소식을 듣고 나는 85년생이 올해 삼재인지 검색해보기까지 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 바로 병이기에, 사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괜찮아질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정말 진심으로 괜찮아지길 빌었다. 문자로는 내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잠시 병원에 왔을 때 만나자고 전화를 했는데, 조목조목 지금의 과정을 정리하며 말해주었다. 아주 담담히 말해주었는데, 마지막에는 떨리는 목소리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얼마나 무섭고 힘들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할지 상상이 되어 계속 눈물이 났다. 


요즘의 나는, 나라는 개인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느낀다.

시장의 흐름에 대항할 수도, 대자연에 맞서 싸울 수도 없다.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시장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흐름을 타고 투자하고 회수하는 것임을, 파도에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보고 잘 타야 하는 것임을, 눈 쌓인 범퍼를 뚫어내는 것이 아니라 스키를 잘 미끄러트려야 함을, 내 나이 40이 다 되어가야 알게 되었다.

심지어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여서, 길을 잘 보는 연습을 해야 하고, 단단한 코어가 있어야 하고, 좋은 재료의 음식을 먹어야 하고, 함께 이 힘든 길을 웃고 울며 걸어가 줄 동지들도 있어야 한다. 


매해 희망찬 내일을 생각하고 의지를 다지는 새해를 맞이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게 무서웠다. 


나이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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