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가능한 내 삶을 구축하는 방법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실험은 조건반사가 무엇인지 알아본 최초의 실험으로 러시아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가 개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이다. 실험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가 개들에게 종소리를 먼저 들려준 다음 먹을 것을 줬다. 개들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침을 흘리며 반응했다. 몇 번을 반복한 뒤, 연구자는 개들에게 종소리만 들려줘도 개들이 침을 흘리는 것을 발견하였다. 외부 자극이라는 조건이 수립하니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세월이 지나고 이 실험은 보다 진화된 형태로 진행되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리처드 솔로몬 교수 연구실은 소리와 전기충격을 결합하여 실험했다. (이하 ‘1차 실험’이라 부른다.) 이전에 파블로프가 소리를 조건으로 설정하여 침을 흘리는 반응을 이끌어냈다면, 솔로몬 연구실은 소리를 조건으로 설정할 때 공포 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신호음이 울리면 개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신호음이 조만간 전기충격으로 이어진다는 경고로 인식될 때까지 개들에게 실험을 반복했다. 24시간 뒤 연구진은 신호음에 공포로 반응하는 개들을 칸막이로 둘러싸인 상자에 집어넣었다. 칸막이 높이가 낮아서 개들이 탈출하기 쉬운 공간이었다. 솔로몬 교수 연구진은 신호음이 들리는 즉시 개들이 칸막이를 훌쩍 뛰어넘거나 도망가거나 어쨌든 전기충격을 피하려는 행동을 보이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연구진의 예상과 달리 신호음이 울려도 개들은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당시 솔로몬 교수 연구진에는 마틴 셀리그먼과 스티븐 마이어라는 대학원생이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합류하였다. 이들은 개들이 달아나지 않는 현상이야말로 연구할 대상이라고 확신했다. 두 사람은 다시 개들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탈출구가 없는 상자와 탈출구가 있는 상자로 나눠서 실험을 진행했다. 절반의 개들에게는 전기충격을 멈출 방법을 제공했다. 나머지 절반은 전기충격을 제어할 방법이 없었기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잔인하게도 전기충격과 탈출 실험은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실험은 모든 개에게 전기충격을 피할 기회를 제공했다. 칸막이를 두고 한쪽 바닥에는 전기충격을 가하고 다른 한쪽에는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았다. (이하 ‘2차 실험’이라 부른다.) 나무 칸막이를 뛰어넘어 다른 쪽으로 넘어가면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이 실험의 결과는 놀라웠다. 1차 실험에서 전기충격을 피하는 법을 배운 2차 실험에서도 쉽게 칸막이를 넘어 전기충격을 피했다. 그러나 탈출 기회가 똑같이 주어진 상황에서도 1차 실험에서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던 개들은 2차 실험에서도 도망치지 않았다. 아예 탈출을 시도하지 않는 개들도 나타났다. 셀리그먼과 마이어는 이 현상을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지칭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간에게도 이와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통제 불능 환경에서 아무리 애써도 나아지는 게 없다고 느낄 때 우리 뇌는 노력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결론 내린다. 소득과 지출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하거나, 통제할 수 있음에도 통제하지 않는 모습을 소득과 지출에서 본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쓰는 것에 대해서는 깊게 고려하지 않는다. 이 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강연 도중에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라고 질문하면 항상 듣는 답변이 있다. 한 명이 얘기하면 너도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 답변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황금만능주의를 넘어서 이제는 물질 외에 어떤 가치가 남아있는지 모르는 대한민국에서,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부자 되는 법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은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었고, 사업을 해서 부자가 된 사람도 있으며, 누군가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사람들이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돈과 관련해서 그에 못지않는 가치와 그 가치를 기를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말을 했을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이 아니기에 편집되거나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날 솔로몬 교수 연구진이 1,2차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처럼 통제 가능한 삶은 그 자체로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음식이 무한정 주어지더라도 전기 충격을 피할 시도조차 하지 않은 개들처럼,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환경에 있더라도 통제 불능 환경에 있다면 우리 뇌는 노력하는 것을 포기해 버린다. 우리는 더 많이 버는 법을 배우기 전에 내가 스스로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지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행위가 아니다. 지출을 통제하는 것은 내 삶을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구축하여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셀리그먼과 마이어가 지칭한 학습된 무기력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통제감을 키우는 것이다. 스티브 매그니스는 통제감을 키우는 방법으로 4가지 활동을 말한다.
1. 작은 일부터 자기 힘으로 해내기
2. 완벽에 집착하지 않고 포기한다는 선택지를 제공하기
3. 주어진 상황을 반전시켜서 문제점을 미리 배치하기
4.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서 실행하기
지출은 그 어떤 것보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통제감을 키울 수 있는 분야이다. 지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새로운 소득을 만드는 것보다 분명 작은 일이다. 다음 글에서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지출 계획은 전체 금액의 10~15%를 여분의 돈으로 잡아둬야한다. 이것은 나에게 정해진 틀 안에서만 소비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일정 부분을 포기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다. 만약 지출 계획을 짜면서 자신의 소비 패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다면 그 문제는 회피할 게 아니라 먼저 계획해둬야 한다. 월말에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 비싼 음식을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은 자신의 지출 계획에 ‘월말 고급 레스토랑 지출’을 계획하는 것이다. 매그니스의 경험에 의하면 이럴 경우 스트레스를 견딜만해서 비싼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아예 사라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지출 계획이 곧 루틴이 되므로 그대로 실행한다.
소득은 다양한 경제활동으로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한다. 회사에 소속되어 일을 해서 버는 돈은 근로소득, 비법인기업이 사업으로 버는 순수입은 사업소득, 소유한 재산을 타인이 사용한 대가로 받은 재산소득(임대소득, 예금이나 채권 이자는 이자소득, 주식의 배당금이나 펀드의 분배금은 배당소득, 이외에도 인세나 상표 사용료 등이 있음), 수입이 발생하는 어떤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받는 경상이전소득(공적연금, 기초연금 등), 그리고 경조소득과 같은 비경상소득이 있다. 소득은 이처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얻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소득이 늘어나는 것을 계획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나마 내가 근로자라면 향후 내 연봉이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사업소득이나 재산소득(이자소득 제외)은 당장 내일의 소득을 예상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사업소득은 수년간 거래를 이어오던 거래처라도 다음 주에 계약을 해지한다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산소득 역시 개인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소득 자체가 늘어날 것인지 줄어들 것인지를 알기 어렵다. 다만 소득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챕터(4. 투자 이야기)에서 살펴볼 것이다.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는 그의 책 <안티프래질>에서 ‘안티프래질’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깨지기 쉬운’이라는 뜻을 가진 fragile에서 따온 antifragile은 ‘단단한’이나 ‘튼튼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안티프래질은 위기가 닥치면 더욱 강해지는 특성을 갖는다. 촛불과 횃불로 예를 들면 이해가 쉬워진다. 촛불은 바람이라는 위기 앞에서 꺼지지만, 횃불은 바람이 불면 더욱 활활 불타오른다. 안티프래질은 <완벽한 공부법>의 저자인 신영준 박사에 의해 하단을 막고 상단을 여는 것이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하단을 막는 것은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고 망하지 않는 것이다. 상단을 여는 것은 더욱 활활 타오르는 것이며 크게 성공하는 것이다. 소득과 지출은 우리 삶을 안티프래질하게 만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는 지출을 통제해서 돈이 새나가는 하단을 막고, 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상단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위기를 만나더라도 오히려 횃불처럼 더욱 활활 불타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하단을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지출을 어떻게 통제하는지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