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다시 오고 싶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한 학생이 내게 묻는다.
"우리 엄마가 책을 읽고 계시는데 표지 얼굴을 보니 선생님 같아서 이름을 봤어요. 그런데 진짜 선생님이라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 혹시 작가세요?"
내가 책을 쓴 작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 중에 자기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작년 학부모 총회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장선생님께 먼저 말을 꺼냈다고도 한다. 우리 학교에 작가인 선생님이 계시다고. 그 교장선생님은 그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셨다.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의아하다. 생각해보니 19년 전 결심이 나를 작가로 이끌었다.
동생의 장례식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다. 우리는 이렇게 쓰러지지 않을 거라고. 우리 자매는 이렇게 보잘것없이 끝나지 않을 테다.
나로 하여금 주먹을 쥐게 만드는 세력이 있었다. 이 땅의 친일 뿌리만큼 끈적이고 사악하고 치졸한 무리가. 그 무리를 여기다 열거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세력은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그 당시 우리 자매에게 해코지하고 조롱하던 자들에게 내 동생의 죽음은 아주 감미로운 것이었다. 사악한 아가리에 내 동생이 제물로 바쳐진 느낌이었다. 그 뒤로 나는 일제 치하에서의 광복군 같은 삶을 살아오고 있다. 마치 목숨을 건 것 같은 하루하루다.
동생이 죽자 그들은 우릴 능욕하고 비웃었다. 그것 봐라 너희는 어차피 그것밖에 안 돼.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동생과 나는 평생 열심히 살았다. 적어도 바른길로 선하게.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그들은 돈이 다였고 사람은 도구였다. 게다가 의협심이 있는 우리 자매가 그들 눈엔 가시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평생 방해를 일삼았는데 동생이 그렇게 끔찍하게 죽고 나자 쾌재를 부르는 것이다. 나는 이를 갈았다. 두고 보자 내가 이대로 물러나나. 너희들은 조만간 망할 거야. 왜냐. 지금 내가 이를 악물었거든. 그리고 착한 끝은 좋아도 악한 끝은 나쁘거든.
그런데 막상 그들에 비해 돈이나 권력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야 했다. 미친 듯이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했다. 내 편을 많이 만들기 위해.
그리고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래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면 절대 안 되지. 동생의 죽음이 의미가 있는 것으로 만들면 돼. 그리고 나도 세상에 소리치고 말 거야. 너희들은 결국 졌다고.
그러려면 무기가 있어야 했다. 다들 청동 무기를 쓸 때 적어도 나는 철기는 지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강했다. 이미 최신형 소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그들을 무기 따위로 잡진 않겠다. 칼보다 더한 것을 쓸 거다.
그것은 펜이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마우스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 당시 아무나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주요 신문 칼럼을 시도했지만 거절당했다. 그 뒤로 여기저기 글을 쓸 수 있는 매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간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뒤로 필력이 늘어간 것 같다.
내 글이 어느 순간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책까지 쓰게 되었다. 그 과정이 19년이나 걸린 것이다.
즉 나는 아주 고상한 목적 내지는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런 필력도 되지 않는다. 단지 사악한 무리들에 맞서기 위해서다.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싶어서다. 나는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따뜻한 세상에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내가 바라는 것들을 적는다. 학교에서, 가정에서, 친구들과. 어디서건 내가 바라는 선한 사회를 외치고 있다. 눈총을 받을 때도 있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고? 내 동생의 죽음을 의미 있게 하고 싶어서다. 동생이 살다 간 우리나라-
학생은 죽어라 공부만 하고 직장인은 죽어라 일만 하고 며느리는 죽어라 시부모한테 죽어지내고 여자는 죽어라 남자한테 당하기만 하고 을은 죽어라 갑에게 착취만 당하고 못 배운 서민은 죽어라 전문가한테 당하고, 가난한 사람은 죽어라 부자에게 퍼다 주는 세상.
그런 세상이 아닌
딱 국민교육헌장에 있는 나라-
학생은 타고난 자신의 소질을 계발하고 시댁이나 친정이나 똑같은 무게를 가지고 갑이나 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으며 여자나 남자나 평등한 사회, 그리고 직업의 귀천이 없고 부자가 그 사회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회.
그래서 가족을 잃고 이토록 가슴 아프게 평생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