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공식

수학공식은 골치 아팠지만, 말 공식은 나를 상처로부터 지켜준다.

by 허윤숙

학교 다닐 때 수학공식은 골칫거리였다. 산스 크리스트 어같기도 하고 외계어 같기도 한 그 암호들을 존재 이유도 모르고 외웠다. 아니 외우지 못했다. 숫자만 봐도 골치 아픈데 공식은 더 골치 아팠으니.


a²+b²=c² , ∑, √


지금 봐도 어질어질하다.


그런데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공식을 편리하게 사용한다.

보기에 아름답지 않느냐는 말까지 하면서.


한 수학 애호자 말에 따르면 수학은 예외가 없어서 좋단다.

국어나 영어는 다르다. 영어 선생님이 문법을 설명하시다가 꼭 덧붙이는 게 있었다. 바로 예외사항.

그러다 보니 문법 따로, 예외 따로 외워야 했다.

수학은 똑 떨어지니 그럴 일이 없는 것이다.

수학은 깔끔하고, 그래서 아름답다고.








방탄소년단 뷔는 어눌한데 말을 잘하는, 특이한 기술을 갖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는데 그 건 그의 진정성, 내지는 품성 때문이다. 젊은이 답지 않게 푸근해 보인다.


그가 햄버거 가게에서 주문을 할 때였다.

햄버거가 주문한 지 한 참 지나도 나오지 않자 멤버들이 가서 재촉해보란다.

그러자 그가 하는 말.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는 컴플레인하는 대신 직원들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있다.

그는 이런 여유를 아빠한테서 배웠다고.


그는 아빠의 말을 공식처럼 사용한다.

"그게 머시라고."

이 말은 체념이 아니라 극복 내지는 초월의 개념이다.

햄버거가 조금 늦게 나오면 그게 머시라고, 우리는 종종 거린다.

금방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게 머시라고'

이렇게 한번 내뱉고 나면 의외로 안달복달할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람은 사소한 뉘앙스의 말 가지고도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이때 써 볼만한 방법이 있다.

바로 수학공식의 '예외 없음'에 기대 보는 것이다.


만일 누가 나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 해도,

내가 나만의 공식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그러면 대체로, '나 상처 안 받음.' 상태가 될 수 있다.




"멋진 나는 달라."

화가 날 일이 생겨도 이 말을 달고 살다 보면 저절로 누그러진다.

그게 머시라고 안달복달하는지 하면서. 그럴 때마다 어린애들이 장난감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웬만한 일도 우스워보인다.

'나는 멋진 인간이야. 그깟 일로 화가 나거나 마음 상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소리 지르고 싶어 진다.


멋진 사람은 웬만큼의 '대의명분'은 있어줘야 화가 나니.

일상생활에서 대의명분이 있을 리가.

자연스레 멋진 사람은 평정심이 늘 유지(?)된다.

화를 내면 그 화가 풀릴 것 같지만, 화는 더 큰 화를 부르기 십상이다.

멋진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화를 내는 포인트에서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환하게 웃어야 한다.


'멋진 나는 달라. 그러니 이런 걸로 화 따위는 나지 않아.'

하면서 요청 사항을 논리적으로 또박또박 설명해 주는 거다.

이러면 좀 무서워한다.


"비록 ···는 안되었지만, 어쨌거나 ···는 했으니."

이 말은 사람이 아니라 상황에 상처를 받았을 때 써볼 만하다. 최선을 다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다.


대학 시절 방송반 활동을 열심히 했고, 사회에 나가서는 아나운서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되지 못했다.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니 아깝기만 했다. 나 자신을 위해 생각을 바꿨다.


"비록 아나운서는 못되었지만, 어쨌거나 발음은 좋아졌으니..."로.


살아가면서 말하는 기술은 중요하다. 발음은 특히나. 의외로 발음이 좋지 않은 사람이 많다. 나는 평소 발음이 정확하다는 소릴 많이 듣는다.


말을 빨리 하는 편인데 발음이 부정확하다면 난감했을 것이다.

특히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발음이 중요하다.


전쟁은 패했지만 전리품은 획득한 기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은 세상이다.

국물 뽀시래기라도 떨어진다면 그게 어디인가?



그리고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도 세워두지 않는 한,

이렇게라도 안 지키면, 누가 내 마음을 지킨 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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