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누우리 Aug 13. 2020

직장인 병

이 정도면 산재(산업재해) 아닌가?

월요병 말고도 직장인이 되면 생기는 병이 있습니다. 박창선 대표님이 얘기하셨던 넵 병도 대표적입니다. 세대를 아울러 겪는 직장인 병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오늘따라 일하기 싫어병

같이 일하는 선배가 얘기합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일하기가 싫지?”


“선배님! 항상 그러셨어요. 정상입니다.”

“갑자기 일하는 게 즐거워지면 제가 병원 모시고 갈게요.”



2) 딱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아픈 병

이상하게 평일에는 쓰러질 정도로 아프지 않습니다.

너무 아프면 반차를 쓰고 집에 갈 텐데 죽을 정도는 아닙니다.


꼭 아파도 주말에 아파서 응급실 비싼 처방을 받습니다. 응급실 가서 링거 맞고 오니 그런대로 살만 합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것 마냥 월요일에 출근합니다.


요즘은 나이가 드니 일할 수 있는 만큼만 아프고, 다친 것만으로 그저 감사합니다.



3) 눈치병

곰탱이도 직장 생활하면 여우가 됩니다. 아침에 상사가 기분이 좋은지 안 좋은지 자동 모드로 탐색합니다.


'보고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찾아냅니다. 최첨단 센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부장님에게 보고하러 갔다가 깨졌다는 소문은 금세 퍼집니다. 따뜻한 동료애입니다. 공유는 사랑입니다.


오늘은 부장님에게 보고하면 안 되는 적색경보 발령 날입니다.



4) ASAP병

‘아삽으로 할 것!’

(아삽이란 무엇인가?)


이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들어보셨다면 일 좀 하신다는 팀장 밑에 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모든 일이 ASAP*입니다.

*가급적 빨리(as soon as possible)


팀장님의 ASAP의 시간은 쉴 틈 없이 일해서 가능한 한 빨리 피드백을 달라는 거죠. 때로는 칼퇴근하지 않고 야근을 해서라도 최대한 빠른 피드백 또는 결과물을 주는 것을 포함합니다.


부하직원에게 ASAP은 커피 한잔 정도 또는 담배 한 대 정도 피울 정도의 약간의 시간과 업무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분량의 일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ASAP 보다는 ‘슬랙지옥’, ‘카톡지옥’이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슬랙, 카톡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요청하는데 바로바로 응답하지 않으면 눈치가 보이죠.


요즘은 아무데서나 아삽(ASAP)하면 회사 블라인드에 후배들의 험담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기한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합니다.



5) 유체이탈병

본인의 일인데 물어보면 남의 일처럼 말합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될 일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 말을 합니다. 말 한마디에 내 일 아니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어 있죠?”

“그러게요.”



6) 다 아시겠지만 병

겸손하게 보이기 위해서 회의할 때 사족을 넣습니다.

‘다 아시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000 이슈 건으로 중요합니다.’


유사품은 ‘여러분도 알고 계시겠지만’이 있습니다. 사족은 굳이 달지 않아도 됩니다. 쿠션을 넣어도 잔소리하는 느낌은 지울 길이 없습니다. 차라리 ‘회의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000 이슈 건으로 중요합니다. 00 일정까지 처리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정확하고 단호하게 전달합시다.



7) 포기하면 편해병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기대 없이 먹었던 음식이다. - 장준우 셰프’


직장에서 수시로 많은 기대를 합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갈 수 있을까?’

‘이것만 끝나면 좀 쉴 수 있으려나?’

‘이번 달 인센티브는 나오려나?’


이렇게 동료와 얘기할 때 직장 선배가 깐죽거리면서 얘기합니다.

‘포기하면 편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습니다.

‘굳이 네가 얘기 안 해줘도 압니다!’



8) 주간보고 적을게 없어병

주간보고, 일일 업무든 보고할 때마다 신기합니다. 뭔가 업무는 많이 했는데 적을 게 없습니다.


‘난 뭘 한 것인가’


업무 시간은 잘 안 가는데 주간보고 일자는 왜 이리 빨리 오는지. 참 미스터리합니다.



9) 퇴사병

입사하자마자 이직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퇴사하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사유로 그만두고 싶은 마음입니다. 직장인은 늘 사표를 던지는 꿈을 꿉니다.


그러나 오늘은 아닙니다. 그렇게 오늘을 버팁니다. 나는 프로니까요:)



10)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병

아직도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해도 상사나 동료들보다 먼저 들어가면 늘 죄인입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생한 당신, 당당하게 얘기하고 퇴근합시다.


‘내일 뵙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