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손해다
아프리카 말로 'Hasira hasara(하시라 하사라)'는 '분노는 손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책 '아프리카 지혜'에서 '화나는 대로 행동해봐야 후회할 일을 하게 되거나 성질 나쁘다는 소리나 듣게 된다. 그러나 화를 내지 않는 착한 사람 증후군의 사람은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심장 발작의 가능성도 보통 사람의 다섯 배나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루하루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는 직장에서는 화를 내도 문제, 안 내도 문제다.
'화(火)'의 사전적인 의미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을 의미한다. 한자로 '불 화'자를 쓰는 화의 기운을 폭력적으로 뿜어 내면 득 보다 실이 많다. 그렇다고 그 불을 내가 집어삼키면 병이 난다. 대표적인 병이 '화병'이다. 화병은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간의 생리 기능에 장애가 와서 머리와 옆구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병이다.(출처: 네이버 어학 사전)
폭력적인 화로 동료에게 상처를 주거나, 아니면 동료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 자신에게 화를 입히는 것은 모두 '화'를 잘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폭주하지 않고 화를 잘 낼 수 있을까?
화는 내가 느낀 감정이다. 나의 감정은 항상 옳다. 감정의 좋고 나쁨은 없다. 그러나 감정이 나쁠 때가 있다. 내 감정으로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줬을 때다. 모든 감정이 옳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옳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 '화'(감정)와 행동을 분리하여, 나의 화난 감정을 나 스스로가 공감해 줘야 한다.
책 '당신이 옳다'에서 정혜신 박사님은 '누군가의 행동과 생각이 그의 마음과는 별개라는 사실만 알아도 마음껏 공감할 수 있다.'라고 한다. 자신의 마음을 공감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기꺼이 진다. 자신의 마음이 온전히 수용되었다는 느낌 때문이다.
나 역시 화에 대한 잘못된 생각 때문에 한동안 힘들었다. 나는 '화를 안내야 하는 사람'으로 잘못된 정의를 하면서 나를 괴롭게 했다. 나만 괴롭고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 화는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내가 억누른 화는 엉뚱한 곳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화의 원인이 된 사람보다는 내 주변에서 내가 화를 내도 편하고 만만한 사람에게 내기 쉽다.
대신 '화'가 나는 내 마음부터 먼저 살펴줘야 한다. 혹시 이 마음을 살피지 못하고 타인에게 잘 못 휘둘러서 아프게 했다면, 즉시 사과를 하고 진심을 얘기해 주면 된다. '화'를 잘 못 내고,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어.'라는 지킬 수 없는 결심보다 '화'를 잘 내는 시도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수평 조직 문화가 도입된 스타트업에서도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가 있다. 인사 평가 권한은 결국 권력 구조를 만들어 낸다. 작은 권력이든 큰 권력이든 조직 내에 서열을 만들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권력자 위치에 있는 상급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하급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문제는 권력자들이 모든 하급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만 대놓고 무시하거나, 반대로 하나하나씩 꼬투리를 잡는다면 나도 모르게 나의 경계를 그가 침범해도 된다고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사를 참아내는 건 사회생활이라고 합리화하며 참고 있지만, 여기에서 당신이 놓친 점이 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없고 상사만 있다는 것이다.
권위적인 상사와 잘 지내고 싶어서 상사가 원하는 것에 빠르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맞춰주면 나는 상사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상사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삶, 상사가 인정해 줄 때까지 노력하는 삶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상사(또는 동료)와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나를 지키는 일일까?'를 물어봐야 한다. 나의 화에는 이유가 있다. 이 불편한 감정을 잘 들여다 보고, 상사(또는 동료)의 비위를 맞추는 일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잘 낸 '화'는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화를 낸다는 것은 나의 경계를 상대에게 알려주는 일이기도 하다. 나의 경계를 명확하게 상대에게 알려주지 않아 상대가 침범할 수도 있다. 그 때라도 불편한 감정을 잘 읽고, 상대에게 나의 경계를 다시 잘 알려주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 나의 경계를 알려줬는데도 침범하면 나를 지키기 위해 관계를 끊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나를 지킬 수 없는 사람은 결국엔 아무도 지킬 수 없다. 나를 지키는 일이 상대를 해치는 일이 아니다. 나의 경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의 경계도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있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여러분의 슬기로운 '화'생활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