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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스갯소리 May 24. 2024

눈물의 빵집

행복을 주는 OO바게뜨입니다

조모임, 과제, 술자리의 반복된 대학생활에서 의미를 못 찾은 나는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소한 것이라도 일하면서 몸으로 부딪쳐 알고 싶었다.


이번에는 대학가에 있는 프렌차이즈 빵집에 들어갔다.

"행복을 드리는 OO바게뜨입니다~"

'어서 오세요~' 정도가 아니라 '행복을 드리는'이라는 거창한 인삿말을 해야하는건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사장님의 지시로 몇 번 큰 소리로 복창한 후에는 말에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앵무새가 말을 흉내내듯 내뱉게 되었다. 그 길고 긴 인사를 손님들도 원할지는 여전히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빵집의 알바생 업무는 빵 포장과 진열, 계산, 제조음료 만들기 등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5000원 어치의 빵을 골라와 창고에서 끼니를 때우면 되었다. 주변에서는 저녁 식사가 너무 박한 것 같다고 했지만, 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주기적으로 빵을 먹을 명분이 생긴 셈이라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일은 어려울게 없어 금새 익혔고,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일은 제조음료를 만드는 일이었다. 프렌차이즈에서 쓰는 커다란 커피 기계에 원두를 붓고 2샷을 뽑아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만들 때가 일하면서 가장 좋은 순간이었다. 특히 라떼를 만들기 위해 스팀우유를 만들 때 '이런게 장비 빨이구나'를 느끼며 기계의 힘으로 단숨에 거품이 몽글몽글 나는 스팀우유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외의 일들은 늘 새로울 것이 없고 단조로웠다. 게다가 사장님은 인색한 분이라, 알바생에게 들어가는 인건비를 아끼려고 하는 편이었고 일에 능숙하다는 이유로 평소 3명이 일할 분량을 나 혼자에게 시키기도 했다. 3명이 나눠서 해야할 일을 혼자서 하니 계산대 줄은 길어지고 대놓고 쏟아내는 손님들의 불평을 들으며 뒤돌아 눈물을 훔치고 빵을 자르고, 손님이 들어오면 '행복을 드리는 OO바게뜨입니다'를 반복했던 기억이 있다. 목소리에 묻어나는 울음을 숨기려고 큰 소리로 외칠수록 점점 더 행복을 줄 수 없어졌다.


케익이 하루에 수 십개씩 팔리는 가게였으니 누가 봐도 수익이 참 많겠다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사장님은 왜그리도 인색하셨던 것일까. 그 인색함으로 인해 그리 힘들지 않았던 일터는 단숨에 힘든 곳이 되었다. 다른 건 다 아끼더라도 사람에게는 너무 인색하게 굴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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