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이 되던 해, 결혼할 남자를 만났다.
그동안의 결코 적지 않은 소개팅 횟수를 헤아려 보다가 혼자 살겠다고 마음 먹은 그해 10월에 남편을 만났다. 선한 인상으로 경청할 줄 아는 그와 대화하는 동안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라는걸 느꼈고, '내가 그동안 기다린 사람이 이 사람이구나' 싶었다. 다행히도 내 사람이다 싶은 느낌은 쌍방이었고, 그로부터 꿀 떨어지는 2년 6개월의 연애 기간을 마치고 결혼식을 올렸다.
필라테스는 결혼식을 준비하며 몸매 관리의 일환으로 시작한 운동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필라테스가 꽤 비싼 운동이었는데 그 사이 지점도 많이 생기고 대중화 되어서 20,30대는 물론 중년 이상의 회원들도 많이 다니고 있었다. 예약 시스템이 앱으로 되어 있어서, 강사님도 시간대도 나에게 맞게 유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점이 편리했다.
필라테스가 기구를 이용하는 운동이라, 수업 때마다 사용하는 기구가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운동이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다는 점도 좋았다. 무엇이든 재미있으면 지속할 동기가 생기는 법. 워낙 쫄보인 나는 필라테스 기구만으로 흡사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으로 어느정도의 스릴을 느끼기도 했다.
퇴근하고 어딘지 모르게 몸이 뻐근한 날 필라테스를 하고 나면 척추가 곧게 펴지고 뼈가 제대로 맞춰지는 기분이 들면서 시원했다. 치료나 재활 목적의 운동이라는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몸매 관리를 목적으로 수강했지만 몸이 잘 맞춰지는 듯한 시원함 덕에 결혼 직전까지 부지런히 운동하러 다녔다.
그렇게 몇 개월 간 필라테스를 하고 결혼식 당일 웨딩드레스 핏은 잘 살았던가. 글쎄, 필라테스만으로는 다듬을 수 없었던 내 몸매를 위해 식단을 좀더 조절했었어야 했던건지도. 본인의 생애 제일 예쁜 모습으로 신부 입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야 나를 포함한 모든 신부들의 바람이겠지만, 결혼식 해보니 드레스 핏이야 어쨌든 결혼하고 당사자들이 화목하게 잘 살면 그만이다.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