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정말 걱정이에요.

사람 구실 제대로 할지 모르겠어요

by 우스갯소리

선생님, 정말 걱정이에요.

우리 애가 참 착하고 순하긴 한데

도무지 야문 구석이 없어요.

생각은 많은데 말이 없어

뭔 생각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니까요.

어디서 상처나 안 받으면 다행이에요.


우리반 순둥이 학부모님의

자녀 걱정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다.

'딱 나잖아?'

여기에 한 마디가 덧붙는다.

커서 사람 구실이나 제대로 할지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게

저, 잘 살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뻔 했다.


마음을 추스리고

학부모님의 표정을 살핀다.

진심으로 걱정스러워 보인다.


순둥이가 말수는 적어도

속이 깊은 아이에요.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글로, 그림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거든요.

또래보다 섬세함이 돋보이구요.

온순해 보이지만

생각을 강요하면 오히려 어긋날 수 있어요.

누구보다도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아이입니다.


해마다 반에 한 명 꼴로 만나는 순둥이들

그리고 걱정스러워하는 학부모님들께 꼭 말해준다.

저도 그랬어요.


그 자녀에 그 담임 선생님까지

학부모님 근심이 두 배로 늘었을지 모르나

얼굴빛이 조금 밝아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순둥이들이 진가를 발휘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어른이 되어 여전히 야물지 못한 건 비밀로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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