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백수 일지
올해 4월 1일부터 백수였으니 이제 3개월 좀 안되게 놀았다. 2개월은 해외여행을 해서 백수라는 생각을 할 수 없었고 지금은 서울이 아닌 홍천에 있으니 백수보다는 잠시 휴양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홍천에서의 하루를 기록해 보기로 한다.
백수 생활이 직장인과 가장 큰 차이점은 요일 개념이 없다는 것이다. 요일은 그냥 날짜와 비슷한 개념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이지 월요일이라고 해서 머리가 아프다던가 금요일이라고 해서 기분이 좋다던가 그런 건 없다. 그냥 요일은 요일일 뿐 다른 점은 없다.
특히 아침시간이 여유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여유롭게 먹고 잠시 밖에 마당에 나가서 햇빛 아래에 모카 포트로 추출한 진한 커피 한잔과 물 한잔을 마신다. 그런 다음엔 글을 쓰거나 게임을 하거나 자유시간을 갖고 점심시간엔 차 타고 나가서 맛집을 찾아서 먹고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저녁은 보통 집에서 먹는데, 동네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아니면 메밀국수나 스파게티 같이 간단히 저녁을 먹는다.
중간중간엔 책을 읽거나 마당을 꾸미거나 농작물에 물을 주거나 소일거리를 하면서 시간을 채운다. 저녁시간엔 보통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 금방 잘 시간이다. 이렇게 보내면 하루는 정말 금방 간다.
그 어떤 압박도 없고 시간이 쫓기는 것도 없는 흘러가는 대로의 삶은 참 오랜만이다.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안하다. 하지만 마음속 어떤 곳에서는 이렇게 삶을 보내도 되는 건지 불안한 마음도 있다. 홍천에는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일자리는 많이 없어 보이는데 이렇게 이곳에 정착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당분간은 이런 삶을 보내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은 없다. 올해는 그냥 이런 삶을 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조금 더 여유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기로 한다. 아직 6월이니 반년 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