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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는 예술, 삽질은 현실

눈 내리는 겨울

by 홍천밴드

겨울에 눈이 오면 싫기도 하면서 좋다.


이성적으로는 눈이 오면 눈 온 이후의 나의 노동 때문에 싫다. 마당에 눈을 쓸거나 치워야 하고 신발도 더러워지고 춥기도 춥고 등등.


감성적으로는 눈이 오면 모든 것이 흰색으로 뒤덮인 풍경을 보면 마음이 좋아진다. 모든 세상이 하얀색으로 보이는 세상은 아름답다. 인테리어도 흰색으로면 통일감을 주면 이쁜 거랑 마찬가지인가?


올해 눈은 한번 오면 그 양이 많고 깊게 쌓인다. 눈 내린 풍경을 하릴없이 바라보면 마음에 안정도 찾아온다. 하지만 보는 시간도 잠시, 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먼저 눈 치우는 넉가래를 집어 들어 차바퀴가 지나가는 길을 만들어 치우고 걸어 다니는 길을 만들어 치운다. 조금만 하다 보면 팔이 아프다. 생각만큼 또 잘되지 않는다.


이 눈을 한 번에 녹이면 좋을 텐데. 넉가래에 열선을 넣으면 어떨까 의미 없는 생각도 해본다. 대형 드라이를 만들어서 쏘면 한 번에 녹을까.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이렇게 대박 아이디어 상품이 나오는 건 아닐까? 몸이 힘드니 머리를 마구 굴려본다.


치우다 보면 굳이 다 치울 필요는 없고, 조심히 다니면 미끄러질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집안으로 들어와 따뜻한 커피 한잔을 한다.


그때 창밖을 보니 다시 눈이 올 때면 하늘이 원망스럽다. 이렇게 눈이 많이 온다고 일기예보를 했었나? 기상청 욕도 해본다. 분명히 이런 일기예보는 못 들은 것 같다.


기상청을 원망한다고 바뀌는 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눈이 다시 그친 것 같으면 넉가래를 들고 밖으로 나간다. 마저 눈을 쓸 때는 그래도 아까 한 노동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그렇게 눈을 치우면서 시골에서는 굳이 따로 운동할 필요는 없겠다 싶다. 이렇게 칼로리 소모를 의도치 않게 하게 되니까.


몸이 힘들긴 하지만 창밖에 눈 풍경들은 고요한 마음의 안정을 준다.

IMG_3810.jpg 첫 번째 홍천 시골집에서 본 눈 온 풍경


넉가래를 찾아보니 바퀴 달린 넉가래도 있었다. 구매할 리스트 추가!

스크린샷 2024-12-23 오전 9.23.27.png 바퀴 달린 넉가래 (뭐든 장비빨이다!)

눈 오는 겨울 동영상 (feat 시간이 멈춘 듯)

https://youtu.be/qWQELV6z0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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