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백수 일지
요즘 하는 일은 동네 맛집, 카페 탐방이 가장 큰 일거리다. 카페에 가서는 책을 읽는다. 물론 그렇게까지 오랫동안 앉아서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앉아서 책을 읽는다. 직장인이었다면 카페에는 잠시 커피를 사러 들르거나 잠깐 수다를 떠는 게 다였을 텐데, 여유롭게 주중에 앉아서 책을 읽는 건 또 다른 백수의 특권이다. 직장인이라면 점심시간이 언제 끝나는지 늘 시간을 체크하고 남은 시간이 적다면 아쉬워하고 남은 시간이 많다면 잠시 기뻐하는 삶을 산다.
오히려 이제는 직장인이 많은 것 같은 시간은 피해서 한가한 시간에 가서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이 작은 시골 동네에도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카페가 꽤 많다. 가끔 하나둘씩 새로 생긴 카페도 보인다. 그만큼 한국사람들은 커피를 좋아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거 아닐까. 인구 소멸지역에도 카페는 꼭 주변에 있으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여유롭게 생활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즐겨본다.
일을 하지 않아 무언가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존재가 된 거 아닐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이런 걱정은 국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 했던 일들이 사회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었다. 그냥 그 회사에서 만들어낸 일들을 수행했을 뿐이고 늘 좋은 결과가 있던 일도 아니다. 그런 일보단 카페에서 책 읽는 게 나에게도 사회에도 좋은 일이다.
요즘엔 '굶주림'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꽤 재미있다. 정말 말 그대로 돈이 없어서 굶주림에 찌든 작가가 주인공인데, 꽤나 찌질하고 처절하다. 그 주인공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고 동네 카페에서 여유롭게 책이나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