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감자, 큰 교훈
3개월 전쯤 심었던 감자를 수확했다.
오랜만에 홍천에 오니 잘 자랐으면 했던 텃밭 작물들은 시들시들 죽어있고 잡초가 아주 풍년이다. 감자를 심었던 땅도 마찬가지여서 감자를 캐는 일보다 잡초를 뽑는 일이 더 힘들 정도였다.
처음에 씨 감자를 심고 거의 뭘 한 게 없어서 감자가 자랄지 의문이 들었는데 수확을 하긴 했다. 다만 크기가 너무 작아 감자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였다. 농사는 종합적인 기술업이다. 농작물을 잘 키우려면 그 작품이 좋아하는 환경을 맞춰주는 세심한 농사꾼의 손길이 계속 필요하다. 냅다 씨 감자나 모종을 심었다고 알아서 저절로 잘 자라는 작물은 아직까지 못 봤다. 물론 토양이 좋고, 운이 좋아 원하는 때에 비가 내리고 해가 든다면 알아서도 잘 자라겠지만 그런 행운은 드물다. 옆에서 비료도 줘야 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물도 줘야 한다. 또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농작물이 비가 잠겼다면, 혹은 비가 계속 오지 않고 뜨거운 햇빛만 있다면 농사는 망치기 쉽다.
세상엔 무언가 의미 있는 결과물로 얻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농사일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비슷하다. 작은 알의 감자이지만 그렇게 많은 노력도 하지 않고 운이 따라서 감자가 컸으니 감사히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