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기다리는 마음
기후위기, 기후위기 하는데 진짜로 너무 덥다. 한마디로 올해는 정말 미쳤다. 밖에 나가서 몇 분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줄 흐른다. 거의 체감 온도는 40도를 웃도는 기온이다. 남부럽지 않게 살았는데, 이렇게 더운 여름은 처음이다. 뉴스에서 7월에 이렇게 더운 건 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기후 위기 이야기를 할 때면 북극에 눈 녹는 속도를 보여주는데, 눈이 다 놓고 늪지대로 변한 북극을 보면, 정말 지구가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해마다 기록이 경신된다. 얼마나 더운지, 얼마나 비가 많이 오는지, 얼마나 추운지, 얼마나 눈이 많이 오는지 아무도 경쟁을 시키지 않았는데 그런 것을 경쟁하고 있는 모양이다.
열대야도 계속 돼 에어컨을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한다. 하루에 한 번만 깬 날은 그나마 푹 잔 날이다. 에어컨을 켜면서 전기세 걱정은 잠깐 스치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살아남는 게 먼저다. 죄책감 따위는 사치다. 어차피 지구는 돌이킬 수 없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덥다는 말에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더운 것인지 의문이 든다. 7월 말과 8월 초가 한해 중 가장 더운 시기라는 건 알지만, 이렇게 끝도 없을 것 같은 더위는 잔인하다. 이런 날엔 집에서 에어컨 밑에서 냉면 한 사발이나 혹은 가까운 카페에 가서 아아나 마시면서 멍 때리는 게 가장 좋은 피서다. 물론 물놀이 같은 것도 좋지만, 나이가 갈수록 물놀이 한 이후의 해야 할 행동들이 귀찮아서 물놀이도 같이 귀찮게 느껴진다.
그런데 왜 늘 인간이 싫어하는 날씨만 골라서 기상 이변이 찾아오는 걸까? 봄이나 가을이 길어지는 기후변화는 왜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올해는 특이하게 가을이 길어지는 그런 기후위기를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