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조차 살아남기 어려운 지구
얼마 전 뉴스에서, 올해 모기가 거의 없는 이유가 모기 유충이 32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보도를 봤다. 또 너무 더우면 모기의 활동 자체도 줄어든다고 한다.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긴 했지만, 워낙 더운 날씨 탓에 유충이 살 수 있는 웅덩이들은 다 말라버렸을 것이다. 올여름이 워낙 무더워서인지, 모기 존재 자체를 아예 잊고 지낼 정도였다. 생각해 보니 매 여름마다 모기 때문에 늘 성가셨는데, 올해는 도시에서는 모기를 아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시골에서 밖에서 잡초를 뽑다가 한 번 물린 게 전부였다.
기상이변으로 모기조차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하니,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기분이 묘하다. 모기가 없는 건 너무나 희소식인데 뭔가 기분이 찜찜하다. 모기조차 버티기 힘든 지구가 되어가고 있다니, 불안함이 스며든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올가을 갑자기 모기가 대량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요즘은 기후가 과거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작년처럼, 재작년처럼… 올해도 계절이 제자리를 찾아주길 바라보지만, 그런 기대가 헛된 희망이라는 걸 슬프게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