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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에 대해서

나이 들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by 홍천밴드
책 [철학의 쓸모] '나이 듦에 대해서'에서 몇몇 문장을 차용했습니다.

예전에 나이가 든 어르신을 자연스럽게 공경하던 사회가 있었다. 농경사회에서는 나이 든 사람들이 그동안 겪어왔던 경험에 기반해 농사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엄청나게 사회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는 예전 지식은 환경이 아예 바뀌어서 쓸모없어지거나 검색 몇 번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나도 이제 나이 든 사람 축에 슬슬 속하고 있는데, 가끔 두렵다. 요즘 들어 노인들을 보면 피하고 싶고 말 섞고 싶지도 않다. 궁핍해 보이거나 얼굴이 뻔뻔해 보이고 탐욕스러워 보인다. 늙으면 더 탐욕스럽고 정의에 어긋나면 교활해진다. 얼굴 보다 영혼에 더 많은 주름이 생긴다. 지루한 수다로 시간을 보내고, 미신적 습관을 따르고, 고집이 세지며, 어리석고 나약한 자존심을 부린다. 인생에 여름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처럼 모든 것이 더욱 둔탁해지고 차가워진다.


그런 탐욕스러운 노인네가 되지 않게 하려면 저항해야 한다. 열정을 키워야 한다. 별것 아닌 일에 즐거워하고 유희를 만끽하며 자기만의 장난감을 더 많이 만들어서 노년 특유의 괴팍한 성미를 죽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욕심이 아닌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는 내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사소한 즐거움까지 꽉 움켜줘야 한다. 세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을 마냥 바라만 보면 점점 더 멀러 떠내려가 외딴섬에 고립되어 세상이 너무 빠르다고 큰소리로 욕해도 그 욕을 듣는 사람은 섬에 남은 사람들만 듣는다.


근래에 내 얼굴을 사진을 찍어 보면 놀랄 때가 많다. 이렇게 늙었구나.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아이고 정통으로 맞았구나. 지나간 세월들이 아쉽고 붙잡고 싶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만가고 얼굴엔 주름과 생기는 점점 더 없어진다. 사소한 것에 불 같이 화를 내다가 갑자기 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가 세상은 다 그렇지 하며 의욕을 잃기도 한다. 나이가 남부럽지 않게 들었어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세상을 열정적으로 즐기되 덜 탐욕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행복이 중요하듯 다른 사람을 행복도 생각할 수 있는 그럼 삶을 살아야 한다.


결국 내가 몇십 년 후 노인이 됐을 때, 존경까지는 바라지 않고, 깨어있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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