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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이가 들었는지 느끼는가

어느 순간, 나이 들었다고 느낄 때

by 홍천밴드

첫 번째: 사진/거울 속 내 얼굴이 낯설고 나이가 들어 보일 때

매일 거울을 볼 때는 그 정도로 내가 나이가 들었는지 느끼지 못하는데 사진을 찍어보면 내 얼굴이 너무 낯설고 정말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진 찍을 때는 최대한 밝게 보이게 하고 찍는 편인데도 이제 그런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거울 볼 때도 얼굴 구석구석 그늘 진 곳이 많고 검은 검은 기미가 보일 때 슬퍼진다. 어렸을 때는 사진 찍기 싫어하는 어른들이 있었는데 왜 싫어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 내가 그런 어른이 되어 보니 웬만한 사진은 그렇게 달갑지는 않다.


두 번째: 총기가 떨어졌다고 느꼈을 때

어떤 상황에서든 판단 능력과 대처가 빨랐는데, 이제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총기가 많이 떨어졌다고 느낀다. 가끔 어떤 곳에 가면 무언가 설명을 해주는데 너무 빨리 이야기해서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될 때가 생긴다. 무언가 상황판단해서 빠르게 정해야 할 때 총기가 떨어졌구나 하면서 한탄을 하게 된다. 요즘 식당, 카페에 키오스크가 많은데 어르신들은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아직까진 잘 사용하는 편이긴 한데, 어느 순간 그런 새로운 기술들이 낯설고 따라가지 못할 시기가 올 거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기술들은 열심히 습득해서 친구들한테 알려줄 수 있는 그런 노인네가 되어야겠다.


세 번째: 단어가 기억 안 날 때

친구들하고 수다를 떨 때 명사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갑자기 퀴즈 맞추는 시간이 되어 영화 제목이 생각이 안 나 나왔던 배우이름을 기억하려고 하는데 그 배우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그 배우가 나왔던 다른 영화를 이야기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퀴즈처럼 친구들과 배우 이름을 맞추고 그다음에 다시 원래 이야기하고 싶었던 영화를 이야기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더 잦아진다. 그거 있잖아. 그 거... 거시기 있잖아 그 거시기가 말이지....


세 번째: 옛날 경험들이 정말 이제 십 년은 우습고 이십 년 전일 때

여행 갔던 장소들이 시간이 흘러 이제는 오래된 곳은 이십 년 전인 곳도 많다. 예전엔 오래 전이여 봐야 3~5년 전에 갔었는데... 이렇게 시작했는데 이제는 십 년은 우습고 이십 년 전에 갔었네. 오래된 경험들이 많다. 그 숫자를 셀 때마다 격세지감이다. 오래된 기억들이 아쉽게도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그렇게 사진을 찍는다. 가끔 어디서 찍은 거지 알 수 없는 사진들이 있긴 하지만..


네 번째: 몸이 하나둘씩 아플 때

나이가 들면 몸이 여기저기 하나씩 아픈 곳이 늘어난다고 한다. 나도 이제 몸 한 군데가 아프다. 물론 큰 병은 아니라 조심하면 되긴 하는데 그래도 건강을 잘 챙겼었는데도 이러니까 슬프다. 건강을 정말 최우선 두고 생활을 해야 하는 모양이다. 사실 건강을 잃으면 그 어떤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앞으로 하루하루 더 나이가 들일만 남고 더 젊어질 일은 없는 게 너무나 아쉽다. 나의 삶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한데 그걸 하루하루 소진한다고 생각하니 더 슬프다. 나이가 드는 게 아쉽고 슬프기만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연륜이라는 게 생긴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는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더 멀러 떨어져서 상황을 여유 있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나의 가치관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나이 드는 것을 내가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나이가 들었어도 멋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노력해서 그런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

IMG_6911.jpg 나이가 들면 꽃이나 식물이 왜 그리 좋아지는 건지 아는 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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