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가 시안 리뷰를 할 때 심플이 콘셉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디렉터 한 명이 “디자인은 원래 심플해야지, 심플이 콘셉트이라고?” 나 역시 속으로 ‘심플이 콘셉트이라고...’ 심플이 콘셉트이라면 콘셉트가 없다는 얘기 아닌가? 그렇게 시안 리뷰가 진행됐고, 결국 명확한 콘셉트를 파악하지 못한 채 리뷰는 마무리되었다.
디자인이 단순함을 추구한다는 것은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미 알고 있다. '디자인은 심플해야 한다.', '단순해야 한다.' 그리고 유명한 디터람스의 'Less but Better'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을 포함해 디자인은 단순함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왜 단순함을 추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에서 조니 아이브는 단순함에 대해서 정의했다. '우리는 왜 단순한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할까요? 물리적인 제품을 다룰 때 그것을 제압할 수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것에 질서를 부여하면, 제품이 사용자에게 순종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단순함은 하나의 시각적 스타일이 아닙니다... 중략... 제품에 대한 모든 것과 그것의 제조 방식을 이해하는 겁니다.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의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조니 아이브는 단순함에 대해 본질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제거하고 본질만을 남기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는 애플의 디자인 팀에게 '무엇을 더 넣을지 고민하지 말고 무엇을 더 빼야 할지 고민하라'라고 조언한다. 이쯤 되면 디자인이 왜 단순함을 추구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가? 스티브 잡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을 인용해, ‘단순함은 궁극적인 정교함이다.’라고 정의했다. 바로 본질만 남기는 것이 더 정교하다는 의미다. 디자인이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본질을 통제하기 쉽고 그것이 사용하기 더 정교하기 때문이다.
[늘지 않는 디자인 중에서...]
단순함은 본질만을 남기는 것
단순함 이란 무엇일까? 단순함은 명확하며 복잡하지 않아 쉽다. 보는 즉시 쉽게 통제하기 수월한 것 또 그렇게 보이는 것이 단순함이다.
복잡합은 시끄럽고 어렵다. 반대로 단순함은 명확하고, 복잡하지 않으며, 쉽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복잡함이 더 많은 정보와 의미를 전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기능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의 이미지와 같이 복잡함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이 많다면 아직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부터 추려내야 한다. 모든 것이 중요한 경우는 없다.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조니 아이브가 말했듯이 본질적이지 않은 것들을 제거하면서 본질만을 남기는 것이다. 본질을 남기기 위해서는 먼저 우선순위를 정하고 다시 또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중에 가장 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계속 우선순위를 찾아가다 보면 본질에 좀 더 다가가기 수월하다.
방법론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유용한 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을 구별하고 다시 또 구별하면 정말 중요하고 유용한 기능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우선순위는 시각적 메타포를 찾는데도 유용하다. 피카소는 소의 상징을 표현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점점 제거하다가 종국에는 소의 본질인 소의 뿔만을 남기게 됐다. 그렇게 뿔은 소의 본질된다.
하지만 중요한 본질을 찾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중요하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중요한 것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고민해 그것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중요한 것의 의미, 목표가 비로소 명확해진다.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는 아웃풋보다 이루고자 하는 아웃컴을 생각해 보면 좋다.
아웃풋은 말 그대로 결과물이란 의미고, 아웃컴은 그 결과물로 얻고자 하는 기대효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웃풋은 아웃컴에 단순하게 부합할수록 기대효과를 이룰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무엇을 빼야 할지를 결정하는 건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다. 단순함을 방해하는 커뮤니케이션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도 대회의실이 가장 단순함을 방해한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경청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미덕으로 알고 있지만 때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여러 사람의 무분별한 의견은 소음이 된다. 소음은 복잡하고 단순함을 방해한다.
스티브 잡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그는 대기업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싫어했고, 단순하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회의에는 꼭 필요한 사람만 참석시켰으며 혹시라도 불필요한 사람이 참석했을 때는 쫓아내기도 했다. 말이 쫓아낸 거지 사실 불필요하게 회의실에 있지 말고 더 창의적인 일을 하라고 내보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예전 에이전시 시절 어느 브랜드의 시안 리뷰에 3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주로 쓸데없는 얘기들이 많이 나왔으며 불필요한 소음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은 오히려 프로젝트의 진행을 더디게 했으며 쓸데없는 이슈들에 집중하게 했다.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수의 의견보다는 똑똑한 소수 집단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16년 3월 현대카드 임직원들에게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태영 부회장은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지한 덕분에 보고서 분량과 회의시간이 짧아졌으며 논의가 핵심에 집중되는 등 여러 효과를 거뒀다고 페이스북 계정에서 밝혔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내 생각을 상대에게 오류 없이 전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복잡할수록 커뮤니케이션 또한 복잡해진다.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당시 쓰러져가는 애플을 살리기 위해 내놓은 전략은 딱 4가지 키워드 였다. 복잡한 제품라인을 정리하고 전문가용, 개인용, PC, 랩탑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애플의 회생 전략이었다. 그는 비즈니스 전략을 수백 장의 문서로 발표하지 않고 화이트보드에 딱 4가지 단어만 썼다.
그리고 그 후 애플의 제품 라인은 단순화 됐고 다시 왕좌를 되찾았다. 일부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격식을 갖추는 것에 집착한다. 화려한 시각 효과의 문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넓은 회의실. 하지만 단순함이라는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조직을 보면 이런 보여주기식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단순함은 조직문화다. 스티브잡스와 애플에서 수년간 일해 온 켄시걸은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 특별한 비법이나 방법론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똑똑한 소수 집단의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