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aun Dec 19. 2018

디자이너의 감각, 논리 그리고 직관.

 


"디자인은 감각이다."

"사용한 컬러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라."

"감각이 없으면 디자인 못한다."






감각적인 디자이너?
논리적인 디자이너?





뇌의 변연계에서 느껴지는 감정.

디자인을 하다 보면 '감이 있다.', '감이 오냐?', '감 잡았냐?'등 흔히들 하는 말 중에 감이라는 애매한 표현이 있다. 정확히 감이 뭔지 설명할 수 없지만, 감이 있어야 디자인을 잘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감이 뭘까? 감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또 감정이라고도 한다. 느끼기 위해서는 감각이 발달해야 한다. 감, 느낌, 감정, 감각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 같은 의미라 할 수 있다. [감각] 눈, 코, 귀, 혀, 살갗을 통하여 바깥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림. 사전적인 의미는 이렇다. 하지만 아직도 주관적 감각을 타인에게 명확하게 설명하긴 힘들다. 그 이유는 감정을 통제하는 두뇌 영역에는 언어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변연계는 모든 감정을 담당한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감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 감각이 발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 감각도 학습을 통해 충분히 발달될 수 있다. 개인 경험으로 볼 때 감각을 타고 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뇌의 신피질에서 형성되는 언어.

변연계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신피질을 통해 언어로 해석된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언어밖에 없다. 눈빛이나 몸짓, 눈물, 절규 등 원초적인 표현 방법이 있겠지만,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의식적인 감정표현 방법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가슴 깊은 곳에서 감정이 느껴진다고 하지만 사실 머리 깊숙한 변연계에서 감정을 느끼고 신피질을 통해 언어로 해석한다.

신피질은 합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와 언어를 담당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지금 좋아하는 색을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순간 명확하게 대답하기 어렵다. 변연계에서는 파랑을 좋아한다고 느끼지만, 아직 신피질에서 명확한 이유를 연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산이 끝나면 파랑은 바다같이 시원하고, 하늘과 같이 맑아서 좋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아니면 좋아하게 된 과거 계기를 말할 수도 있다. 이처럼 언어영역은 감정영역과 분리되어 있다.




감정과 언어는 감각과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감각은 변연계(감정)에서 나오고, 논리는 신피질(언어)에서 나온다. 감각과 논리를 분리하여 생각하면, 감각에 집중된 디자이너는 논리적으로 설득이 떨어질 수 있고, 논리에 집중된 디자이너는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감각과 논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역량이다.

감각과 논리의 이분법적 분리?


앞서 말했듯이 감각도 학습으로 발달시킬 수가 있고, 논리도 학습으로 발달시킬 수가 있다. 많이 보고 경험하면 감각도 성장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면 논리도 성장한다. 본인의 감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그냥 개인의 취향일 수 있다. 논리도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면 지루하고 흥미롭지 않을 것이다. 감각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논리도 감각적으로 표현할 줄 알아한다. 글쓴이는 순간 머릿속에서 감각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 후에 하는 일은 그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논리적으로 정리됐을 때만 타인에게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가 익으면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건 누구나 당연하게 느끼는 감각이다. 하지만 뉴턴은 그 감각을 논리적으로 증명했다.




감각과 논리 그리고 직관력.

감각과 논리를 연결하는 것이 반복되면 직관력이라는 게 생긴다.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엘론 머스크 모두 직관력이 훌륭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직관력이란 건 또 뭘까? [직관력]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감각과 논리의 연결이 반복되면 직관력이 생긴다.



우리도 기본적으로 직관력을 가지고 있다. 문을 열 때 어디 부분을 당겨야 제일 수월 할까? 바로 문고리다. 문고리라서가 아니다. 문고리가 그 위치에 있는 이유는 힘을 줬을 때 가장 적은 힘으로 당길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문고리가 경첩과 대칭되는 위치에 있는 이유다. 누구나 문을 열 때 문고리 부분을 당긴다. 문고리가 없어도 우리는 문고리 부분을 당긴다. 이런 당연한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사람들은 설명하지 못한다. 감각과 논리의 연결을 반복하다 보면,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직관력이 생긴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탄생>이란 책에서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이 직관적으로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증명하는데 수년이 걸렸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도구로 수학을 사용했다. 논리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면, 상대성이론은 학계에 발표되지 못했을 것이다.


디자인은 감각과 논리의 이분법적인 구별이 아니다. 이 둘을 연결하는 것에 의미가 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탄생한다. 인간의 뇌는 감각과 논리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진화하지 않았다. 생존을 위한 수렵채집 시절에는 변연계가 생겨났고, 집단을 이루고 인간의 모습을 갖춘 사피엔스 마지막에서야 신피질이 생겨났다. 하지만 우리는 이 둘의 균형적 사용을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감각에 집착하지 말자!

논리에 집착하지 말자!

이 둘을 연결하는 것에 힘을 쏟자!



참고도서

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셀 루트번스타인 지음



이전 02화 당신은 무슨 디자이너인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