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하다 보면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제안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디자이너가 지극히 디자인 시각적인 관점에서만 제안하게 되면, 그것은 디자이너의 비주얼적 시각에서만 제안하는 것일 수 있다. 비핸스나 드리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적은 모르지만 아주 예쁘고 세련된 아트웍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디자이너들의 제안은 비즈니스를 고려하지 못한 채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만 논의되며 비즈니스 관계자들에게는 외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왜 비즈니스를 고려해야 할까? 디자인은 비즈니스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비즈니스 목적에 맞게 조형적으로 시각적으로 그것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목적은 디자인 자체가 아닌 비즈니스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 제안을 할 거면 아트웍이 아니라 비즈니스를 고려한 비즈니스 방향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해야 한다. 디자이너의 제안이 디자인 시각, 즉 아트웍 시각에 갇혀 비즈니스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나 또한 실무에서 그런 과오를 범한 경우가 매우 많다. 하지만 디자인은 비즈니스를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는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디자인을 제안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꼭 디자이너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모든 직군의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쉽게 설명을 위해 과수원을 예를 들어 보자. 과수원에서는 과일을 키우고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 과수원의 비즈니스다. 수익을 거둬들이기 위해서는 과일 농사가 잘 되어야 하고, 그다음 수확 후 그것을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과수원은 본인들의 과수원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로고 및 컬러, 그리고 과일을 담을 패키지 등 여러 시각적 디자인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각적 디자인은 과수원의 비즈니스와 부합되어야 한다. 과수원이 유기농법으로 과일을 수확한다면 디자인은 그것을 더 강조해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정보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흔히 셀링포인트의 시각적 강조라고 한다. 하지만 그 디자인들은 비즈니스의 도구이지 비즈니스의 본질은 아니다. 좋은 디자인은 비즈니스의 본질을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라 생각한다. 비즈니스는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수익 모델이다. 디자이너가 비즈니스를 이해해야 최종 디자인이 비즈니스에 초첨이 맞춰진다. 그래야 그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작동된다.
디자인 산출물을 흔히 아웃풋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웃컴은 무엇일까? 아웃컴은 아웃풋을 활용한 성과를 말한다. 아웃컴은 성과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다. 예를 들어 과수원에서 과일을 담기 위해 제작한 패키지는 아웃풋이다. 그 패키지를 이용해 전국, 전 세계에 과일을 판매하고 수익을 올리는 것은 아웃컴이다. 즉 전국, 전 세계에 과일을 공급하기 위한 아웃컴이 과일을 담을 패키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과일 패키지인 아웃풋이 제작되는 것이다. 패키지 디자인 자체가 아웃컴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아웃컴은 과일을 팔고 그로 인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패키지 디자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은 그 목적에 최대한 부합하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패키지 디자인은 과수원이 성과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 중에 중요한 하나의 비즈니스 요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키지는 전국 및 전 세계에 과일을 공급하기 위한 성과를 위해 필요한 아웃풋인 것이다. 그것을 거꾸로 착각한다면 그것은 디자인의 오류일 수 있다. 과수원은 아웃컴을 위해 패키지를 필요로 하는데 디자이너가 자꾸 다른 아웃풋을 제안한다면 과수원의 입장에서 그 어떤 제안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디자이너는 아웃풋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아웃컴을 먼저 고려해 생각해야 한다. 디자이너들이 아웃풋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디자인 자체가 비즈니스라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본인이 선호하는 디자인에 꽂히면 그 디자인을 배포하고 싶은 욕망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것을 배포하기 위해 설득하고 디벨롭하지만 아웃컴이 없는 아웃풋을 누가 배포하고 싶겠는가? 기획력이 있는 디자이너는 자신의 디자인을 배포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그것을 고려하는 디자이너다. 그리고 그것에 부합하는 디자인을 제안한다. 디자인은 그렇게 제안해야 의미가 있고 지속가능하다. 또 마케터나 기획자는 디자인 디테일에 대해 디자이너만큼 큰 관심이 있지 않다. 그들은 비즈니스가 고려됐는지 안 됐는지가 중요하고, 아웃컴에 대해 고려가 됐을 때 디자이너가 제안하는 디테일도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인다. 아웃컴을 위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디자인 아웃풋 자체가 아웃컴에 부합하지 않는 다면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큰 공감을 이루기 어렵다. 그들에게 아웃컴, 즉 비즈니스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 제안은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을 디자인 회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애플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기반으로 디자인을 진행했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비즈니스를 위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이용했다. 애플은 아이팟을 이용해 디지털 음원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아이팟의 디자인 자체는 훌륭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디자인이 훌륭해서 아이팟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디자인도 좋았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지 디자인만 좋아서 성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당시 냅스터라는 디지털 음원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보고 음원 시장이 MP3 기반의 디지털 시장으로 전환될 것을 예감한다. 하지만 냅스터는 저작권 위반이라는 벽에 걸려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음원을 저작권 위반 없이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 마켓 비즈니스 설계에 착수한다. 스티브 잡스는 누구보다도 앞서 디지털 음원시장을 장악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디지털 음원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도구로 아이팟을 제작한다. 그 보다 앞서 한국에서 세계 최초 MP3 플레이어가 먼저 탄생됐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디지털 음원시장을 장악하지는 못했다. 국내 MP3플레이어는 도구로서 그 기능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잡스는 아이팟이라는 도구보다 그 도구를 활용해 마켓을 키우는 비즈니스에 목적을 뒀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튠즈라는 디지털 음원 마켓을 설계한다. MP3 플레이어가 있다 한들 무엇하랴? 그것을 사용해서 들을 합법적인 디지털 음원 파일이 없는데, 그 당시 모든 MP3 파일은 저작권을 위반한 불법 파일이었다. 아이튠즈는 아이튠즈를 통해서만 아이팟에 음원을 구입하고 저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팟에 저장되어 있는 음원은 다른 기기로 이동하지 못하게 제한을 둬 저작권을 보호했다. 아이팟은 아이튠즈를 통해 음원을 구입하고 저장할 수는 있었지만 저장된 음원을 어디에도 따로 저장할 수 없었다. 잡스는 아이팟이라는 도구로 아이튠즈를 합법적인 음원 마켓으로 키워 디지털 음원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아이팟을 설계를 한 것이지, 아이팟이라는 제품만을 디자인한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애플의 비즈니스 아웃컴은 디지털 음원 마켓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면서 음원 수익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에 필요한 물리적 디바이스 아웃풋이 아이팟인 것이다. 아이팟이라는 MP3 플레이어를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것이 애플의 비즈니스 아웃컴이 아니었던 것이다. 만약 디자인 조직에서 제품을 하나 출시하자고 제안을 한다면 그 제품이 비즈니스 아웃컴이 있는지 아닌지를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단지 그 제품이 비즈니스 아웃컴에 부합하지 않는 의미 없는 아웃풋에 지나지 않는 다면 그 제품의 개발을 허용할 결정권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디자인은 비즈니스를 위한 여러 요소 중 하나이다. 비즈니스는 수익창출을 위한 사회적 판매 활동이다. 비즈니스가 수익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그 아이디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한 서비스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 그렇게 설계된 경험을 시각적 개념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디자인도 필요하다. 또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고려해 표현되어야 한다.
Business
먼저, 비즈니스는 마켓 안에서 고민되어야 한다. 마켓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기술의 발달은 특정 마켓을 성장하게 하기도 하지만, 기존 마켓을 파괴하기도 한다. 저물어가는 기술을 활용한 제안은 별도의 차별화 전략이 없는 이상 큰 공감이 되기 어렵다.
Idea
아이디어는 기술을 중심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다. 유니콘 기업의 특징들은 기존 마켓에 기술을 연결한 아이디어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모바일이라는 트렌드가 기존의 프로모션 인터페이스에서 서비스 인터페이스로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기존 웹 시장은 프로모션 기반의 인터페이스였다. 하지만 모바일로 트렌드가 전환되면서 모바일 디바이스의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구축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모바일의 위치 기반 기술은 내 위치로 차량을 호출할 수 있게 기술을 제공하였고 내 주변의 맛집 또는 특정 콘텐츠들을 검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은 인간을 중심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 및 제품들은 인간을 위한 것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즉 사람, 사용자를 위한 경험이어야 한다. UX는 사용자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사고방식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고 궁리하는 방법이나 태도를 말한다. 어떤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다면 실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와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환경과 상황 패턴 등을 고려해 실제 서비스와 제품을 사용했을 때 느끼는 긍정적 감정을 유도해야 한다.
Design
디자인은 미디어를 고려해야 한다. 비즈니스에 유리한 미디어를 활용해 디자인을 배포해야 한다. 오프라인 방식이 유리한지,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한지, 두 가지 모두 고려해야 할지를 결정하고 미디어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Contents
마지막으로 콘텐츠는 사용자 즉 소비자를 위한 정보이어야 한다. 소비자는 그 정보를 위해 서비스 및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
디자이너가 왜 비즈니스를 제안해야 하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글의 주된 의도는 '디자이너가 비즈니스를 제안해야 한다'. 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제안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비즈니스를 고려해서 제안하라'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제안이 필요 없는 디자인 환경에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제안을 해야 하는 환경에 있는 디자이너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럴 때 디자인을 제안하지 말고 비즈니스를 제안하라고 말하고 싶다.
디자인은 앞에서 말한 비즈니스의 여러 요소들을 고려하고 그것들을 연결해서 고민하는 것이다. 단순히 아트웍을 디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비즈니스에 초점이 맞춰진 시각적 개념을 말하는 것이다. 소비자는 디자인이란 시각적인 도구를 통해 그 회사의 비즈니스를 파악한다. 그것이 제품이 될 수도 있고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디자이너가 비즈니스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저 잘 그리는 사람으로 치부되지만 비즈니스를 고려하면 잘 설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