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제일 중요한 삶, 집을 사랑하는 삶.
도대체 미국인들은 퇴근 후에 뭘 하는 거야?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남편과 항상 했던 생각이었다. LA나 뉴욕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상, 아니 그런 대도시 근처에 살지 않는 이상,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이나 카페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저녁 8시가 되면 문을 닫는 스타벅스를 보면서, 저녁 먹고 커피라도 한 잔 하러 가려는 남편과 나의 밤마실은 늘 실패하곤 했다.
살아 보니, 그들은 저녁 있는 삶. 가족과의 삶. 집을 꾸미고 사랑하는 삶을 중시하는 것 같았다. 집을 꾸미는 소품들로 가득한 매장이 브랜드 별로 있고, 그런 매장이 코스트코 사이즈로 동네마다 있는 걸 보니, 집을 꾸미는 데 참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할 게 없어서 남편과 구경을 갔지만, 이제 나도 핼러윈을 맞아 집을 꾸미는 소품을 사러 매장 곳곳을 도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참 많이 적응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그런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내 주변에 있는 많은 미국인들은 퇴근 시간이 한국보다 훨씬 빠르다. 가령 새벽 6시 반까지 공장에 출근할 경우에는 오후 2시 반이면 퇴근하기도 한다. 또 퇴근 후에 투잡을 뛰면서 또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특근보다는 퇴근을 하고 싶어 하고, 이외에도 우리 집 주변에 사는 많은 미국인들은 한국인들과 다르게 4시나 5시 전에는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한국보다 확실히 저녁 있는 삶을 중시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중시하는 것 같다. 어제는 여기 날짜로 핼러윈데이였다. 집집마다 핼러윈 장식을 해놓은 집들이 있긴 했지만, 모든 집이 그렇지는 않아서, 얼마나 크게 그런 행사를 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딱 저녁 6시가 되니, 갑자기 코스튬을 한 아이들과 아이들의 뒤를 따라다니는 엄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아이들이 많이 사는구나. 그리고 아이들의 핼러윈 참여를 위해 엄빠가 모두 코스튬을 입기도 하고, 핼러윈 과자를 얻기 위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인사를 해야 하는지 같이 다니면서 교육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자를 나눠주며 아이들과 인사하고 핼러윈에 참여하는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한국인 아이들은 엄마들만이 따라다닐 뿐, 아빠까지 같이 온 한국인 아이들은 없었다. 아, 그렇구나. 우리 남편도 퇴근을 못 해서, 나 혼자 동네 아이들과 핼러윈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모든 미국인들이 그런 삶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느낀 건. 한국보다 밤 문화나 유흥 거리가 확실히 적다는 점.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퇴근 이후에 가족과 함께 하고, 집을 꾸미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뒷마당에서 파티를 하는 등 집과 가족을 더 많이 사랑하는 데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는 점.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참 많다는 점 등이 한국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는 남은 기간 동안, 나도 오롯이 가족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빨리빨리 해내야 하는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아니 평생을 살면서도, 이렇게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