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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

이혼 결심과 남은 질문들

by 무명인 Jan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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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 순간,

내 인생의 최악을 갱신 중이다.


일기장을 펴고...

무엇인가 적기 위해...

기억은 더듬는데...

몸이 거부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는 것조차 거부된다.


아내는 나와 전쟁을 하기 위해

돌아온 것 같다.

그렇게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어제 오후

아내에게서 '미안하다'며 연락이 왔다.


폭력과 위협, 그리고 이혼 통보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단지 연락이 늦어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이들 하원 시간에 보자는 카톡.


난 어린이집 주변 pc방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내가 데리고 갈게."라는 말은 그냥 무시된다.


악착같이 아이들을 본인이

하원시키겠다며,

어린이집에서 보자는 고집스러운 카톡.

표면적으로 이상적 일지 모르지만,

영하의 날씨에 30분이나 걸어 어린이 집까지 온다는 것은

억지스러웠다.


저녁이 돼서는

나의 작업실이자 우리 가족의 옷장에서

그녀는 우리 대화를 수시로 녹음을 하며,

동의 없이 촬영까지 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아내는 더 이상 감정에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각성된 사람같이

무감정에

오롯이 마음속 무엇인가

굳은 결의를 지켜가는 사람처럼

내 언성을 높이는 것을 유도하며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내가 소리를 치고 있다며

상황을 과장했다.


마치 그냥 스위치가 꺼진 것처럼

억지로 잠에 들었다.

어찌 하루가 끝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새벽 5시 그녀의 인기척에

일어나 작업실이자 우리 가족의 옷장에서

그녀는 옷장을 정리하고 있다.


난 의자에 앉아 책을 폈다.

이야기를 하자고...

또 무슨 이야기...

원치 않은 이야기가 다시 시작됐다.


본인은 모든 사과를 했는데

왜 그러냐는 말이 나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폭력과 의도적인 공격, 이혼통보, 위협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녹음은 계속 됐고,

나는 다시 한번 이혼을 결심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그 순간에 발생되고

그 순간에 손상된 것 같은 기억들

이러한 것들을 정신적인 피해라고 하는 것일까?

내가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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