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콩의 무한한 가능성
호랑이 강낭콩 좀 보내줄까?
호랑이? 강낭콩? 왠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합쳐진 것 같지만 이 단어를 듣자마자 입 안에선 침이 고입니다. 어릴 적 느껴봤던 구수한 콩의 맛. 밤이나 감자, 혹은 고구마 같이 포실포실해서 콩만 쏙쏙 골라먹었던 기억. 유달리 콩밥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콩밥을 꽤 좋아합니다.
콩장은 먹는데 콩밥은 안 먹어.
친정 어머니가 콩을 보내주신단 말에 남편은 저렇게 대답합니다. 사실 저희 남편은 콩밥을 싫어해요. 콩장도 달콤 짭쪼름한 양념에 말랑말랑해야 잘 먹어요. 어린아이처럼.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는 콩밥을 잘 안 해먹었는데 호랑이 강낭콩이란 말을 듣자마자 엄마에게 냉큼 보내달라고 했죠.
1920년대 미국은 세계 식량 종자 확보를 위해 세계 각지의 야생 작물 채취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한반도에서 3개월 동안 전 세계 야생콩(대두) 종자의 절반이 넘는 무려 3,379종의 야생콩을 채취했습니다. 또한 1901년부터 1976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5496종의 재래종 콩을 수집해 갔으며 이 가운데 3200여 종의 콩을 일리노이 대학이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도로 미국 농무부는 1947년까지 1만 개의 콩에 대한 유전자형을 우리나라에서 수집해 갔는데,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콩 종자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수집한 콩이 74%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홍익희, 세상을 바꾼 음식이야기, 2016. p157~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