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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Sep 23. 2023

오늘은 파꽂이 하는 날

짜투리 채소 파먹기

손질대파 1단, 1500원?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온라인 장터에서 '오늘의 특가'로 나온 대파는 마치 집밥을 위한 구원자처럼 느껴졌지요. 마침 대파가 똑 떨어져서 사야했는데 요즘은 흙대파 한 단도 2500~3000원이 훌쩍 넘어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꽃다발처럼 안긴 대파


드디어 어젯밤 주문했던 대파 한 단이 저의 품에 안겼습니다. 대학교 졸업식 때 받았던 꽃다발도 이만큼 기뻤었나? 풍성하게 한아름 품에 안긴 대파를 열어보는 순간, 이게 뭐야? 중간중간 조금씩 벌레가 파먹었는지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는 초록잎사귀들. 하지만 나는 먹을 수 있다며 열심히 파꽂이를 준비합니다.



#꽃꽂이 하는 마음으로 파꽂이

그래도 생각보다 아주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손질이 돼있어 흙을 털어내거나 겉껍질을 손질할 필요는 없었어요. 중간중간 벌레가 파먹은 부분을 깨끗이 씻고 칼로 잘라서 한 번 더 물로 헹궈냈습니다.


농약을 치거나 약을 뿌렸으면 벌레가 못 먹지 않았겠나? '유기농이나 친환경이어서 그런 걸꺼야.' 라며 걱정을 달랬죠. 다행히 단단한 흰부분은 아무 손상없이 깨끗하고 신선한 편이 었고 초록잎 부분은 중간중간 시들한 것을 잘라내며 어렵지 않게 손질을 마쳤습니다.


원래는 양 많고 가격이 저렴한 흙대파로 많이 시켰었는데 손질한 세일 대파도 가성비가 꽤 괜찮았습니다. 편하기도 하고, 1500원 치고도 많은 양이었어요. 사실 버리는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럭지로 자라는 대파는 눌리지 않게 세로로 보관하면 더 오래 먹을 수 있어요. 매운맛이 강한 흰부분(아랫부분)은 냉장실에 보관하며 그때그때 잘라 국이나 찌개에 넣어 먹으면 되고, 잎사귀 부분은 동그렇게 썰어서 무침이나 고명이 필요한 곳에 넣으면 됩니다.


냉장실에 보관해도 시들해지겠다 싶으면 잘게 잘라 냉동실에 보관하면 됩니다. 식감과 상태는 아무래도 냉장보관할 때보다 덜하지만 무침이나 양념에 넣어 먹는 잎사귀 부분은 냉동 보관해서 먹어도 괜찮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대파 흰 부분은 냉장실, 잎사귀 부분은 냉장실에 뒀다가 시들해지만 냉동실에 보관하면서 끝까지 먹으려고 애를 씁니다. 흙대파 한 단 사서 먹지도 못하고 냉장고 안에서 짓물러져서 버리는 일이 제일 마음 아프더라고요. 부지런히 파먹어야 냉장고도, 저도 행복하답니다.



#생강이 생각날 때

김장철 생강 많이 쓰시죠? 그리고 가끔씩 별미김치 담글 때 생강은 꼭 들어 가잖아요. 김치는 발효음식이라 생강, 마늘이 꼭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항상 쓰고 남은 생강이 문제더라고요. 안 넣을 수도 없고, 쓸 만큼 조금만 팔지도 않고, 또 쓸 때마다 새로 사야하고.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매일 먹는 음식에 여기저기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쓰다 남은 생강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 뒤 얇게 져며 냉동실에 얼려둡니다. 그러면 얇게 생강칩처럼 톡톡 떨어져서 요모조모 쓸일이 많아요. 뭉텅이로 한톨씩 얼렸다가 칼로 잘라쓰는데 기운 빠지고 녹이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거든요.


우선 돼지고기 요리할 때 얇게 다져서 양념에 넣으시면 돼지 잡내가 싹 사라집니다. 갈비찜 할 때도 냉동실에 보관 중인 생강은 요긴하게 쓰입니다. 에어프라이어로 생선구울 때 얇게 져며 얼린 생강을 한 개씩 생선 위에 놔주세요. 그럼 비린내, 잡내가 싹 사라져요. 얇아서 톡톡 떼서 쓰기도 좋고 여러가지 양념, 음식에 생강 들어갈 때마다 넣어서 쓸 수 있습니다. 그외에도 뜨끈한 생강차 생각날 때 우려 마시기에도 좋아요.



#깍두기 볶음밥은 식당에서만 먹나요?

짜투리 채소 비우는데는 볶음밥만한 게 없죠? 그런데 저희집은 밥과 채소를 동량으로 넣어요. 밥 3공기 기준 양파, 당근, 대파 1공기씩. 그런데 여기에 스팸 1캔을 안 넣으면 남편이 섭섭해 합니다. 저는 채식파라서 그나마 이렇게 채소를 많이 넣어야 스팸맛이 중화되는 기분이에요.

김치보관실에 남아 있던 채식섞박지 비우기 완료. 무김치를 볶아도 김치볶음밥처럼 맛나요!

 

김치실에 남아 있던 섞박지까지 탈탈 떨어서 깍두기 볶음밥처럼 맛있게 볶아줍니다. 칼로 잘게 쫑쫑 썰어서 식당에서 먹는 깍두기 볶음밥처럼 만들어 주세요. 양파 1개는 기본, 냉장실에 쟁여두었던 대파도 1공기 가득 썰어 넣고 당근도 반 개 이상은 기본적으로 넣어줘야합니다.


이렇게 채소를 가득 넣으면 단맛이 자연스럽게 올라오면서 설탕이나 다른 양념을 넣을 필요가 없어요. 다이어트도 되고 한꺼번에 볶아서 냉동실에 소분해 놓으면 밥 없을 때 한 끼 뚝딱! 오늘은 뭐해먹지? 고민하기 싫을 때도 전자레인지나 프라이팬에 다시 후딱 볶아서 차려 놓으면 팥밥 싫어했던 남편도 잘 먹어요.


섞박지, 양파, 대파, 당근, 스팸, 팥밥, 새우젓 양념 / 냉동볶음밥 6인분 나옴


시댁에서 가져온 새우젓 양념장이 안 없어지고 계속 있어요. 마치 화수분처럼 자라나는 새우젓. 그래서 국에도 넣고 찌개에도 넣고, 볶음밥에도 넣은데 왜 안 없어지니?


그렇다고 짠 걸 많이 넣을 수 있나요? 들기름 1/2 큰술에 대파 한공기를 볶다가 새우젓 1작은술 넣으면 정말 맛있는 냄새가 확 풍깁니다. 여기에 당근을 넣고 반짝반짝해질 때까지 볶다가 스팸을 넣고 기름이 돌게 만들어 주세요. 그 다음은 양파를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잘 볶습니다.


마지막에 간을 잘 조절해서 섞밖지 썷은 걸 넣어주세요. 무가 투명하게 익으면 밥을 넣고 볶아줍니다. 마지막에 참기름 1/2큰술 넣어주는 거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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