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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Sep 23. 2023

무 하나로 일주일 버티기

1,580원으로 국거리, 밥반찬 끝!

1,580원으로 일주일 반찬 끝!


를 사러 동네 슈퍼에 갔더랬습니다. 요즘엔 뭐하나 싼 것이 없어서 혹시 세일이나 하지않을까? 해서 찾아가본 단골 가게. 하지만 2,300원짜리 국내산 무는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는지 겉표면이 바짝 말라있었습니다. 


온라인 VS 오프라인


오늘 올라온 온라인 세일가는 무 1개 1,580원. 싱싱하고 튼실해보이는 국내산 무가 오프라인보다 저렴이로 팔리고 있었어요. 대신 슈퍼에서는 1+1 행사중인 냉동만두와 40% 파격 세일 중인 바나나 득템해가지고 왔습니다. 무 하나를 싸게 사기 위해서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하는 현실이 밉지만 이렇게 오프라인 매장에 나왔다가 뜻밖의 횡재를 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온라인, 오프라인 둘 다 놓치지 않을거에요!



#용도별로 무 해체하기

온라인 특가로 산 무는 1kg 하고도 100g이 조금 넘는 무게였어요. 어쩔 땐 무게, 단위가 써있지 않아 주문하기에 굉장히 난감한 경우가 있습니다.


생각보다 작은 무가 오거나 바람든 맛없는 무가 온 경우도 있어서 왠만하면 오프라인부터 뒤져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편이에요. 근데 1,580원이라는 괜찮은 가격에 상태도 좋고 속도 꽉찬 싱싱한 무라 기분이 좋았어요.


수세미로 깨끗이 씻어서 꼭다리는 잘라주고, 용도별로 크기에 맞게 잘라줍니다. 매운맛이 덜한 가장 아랫부분 200g은 우선 북어국에 넣어 푹 우려서 사용할 거고, 중간 부분은 500g은 무나물용. 맨 위에 맵고 아린맛이 강한 200g은 무생채로 활용할거에요. 나머지 짜투리부분은 나박썰기 한 뒤 냉동실에 넣어 된장찌개 끓일 때 넣으면 됩니다.



#황태해장국

황태해장국에 넣을 무는 0.7cm 두께로 너무 얇지 않게 나박썰기 해주세요. 무를 반달썰기 한 뒤 2등분 하면 시원한 국물을 계속 우려내도 녹아 내리지 않는 해장국용 무가 탄생합니다. 육수 우리 듯 무를 넣고 계속 팔팔 끓여줘야 국물이 시원하기 때문에 너무 얇게 썰면 무가 녹아내려버려요.  

황태해장국에 넣을 무 200g

들기름 1큰술에 간마늘 1큰술, 후추 적당량, 새우젓 2작은술을 넣어 볶다가 마른 황태채 40g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들기름에 같이 복아주세요. 여기에 무와 물 한 두 숟가락을 넣고 간이 잘 배게 달달 볶아주면 비린내도 날아가고 더 구수한 국물을 낼 수 있는 밑작업이 완성됩니다.


비린내 없이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면 여기에 물 1리터를 넣고 팔팔 끓여주세요. 15분 이상 팔팔 끓여야 깊고 진한 육수가 우러나오답니다. 여기에 콩나물을 넣은 다음 콩나물이 어느정도 숨이 죽으면 두부 200g을 넣고 5분 정도 더 끓여주세요. 여기에 취향껏 대파, 홍고추, 청양고추를 넣어서 마무리합니다. (간이 너무 싱거우면 새우젓 1작은술 더 넣어주세요.)


콩나물, 북어, 무가 시원하게 우러난 해장국 완성! 이거 하나 끓여 놓으면 이틀정도 국걱정은 없어요!



#간장무나물

무 하나를 사면 가장 만만한 반찬이 바로 '무나물'입니다. 저희집은 나물이 없으면 밥을 못 먹어서 간단한 나물 하나라도 꼭 밥상에 올려야되요. 그럴 때 후딱 볶아서 올릴 수 있는 게 무나물만한 게 없어요.

무 중간부분, 나물용 500g


무나물은 새우젓으로 볶아야 맛있는데 이번엔 국간장으로 색다르게 볶아 봤습니다. 우선 무 500g을 도톰하게 채썰기 해주세요. 채칼을 써도 되지만 역시 무나물은 손맛이라 칼로 직접 채썰어야 나중에 후들거리지 않고 씹는 맛이 맛있어요.


프라이팬에 들기름 1큰술을 두르고 국간장 1.5큰술을 미리 한번 기름에 볶아주세요. 이래야 간장이 한번 튀겨지면서 맛있는 향이 납니다. 여기에 무를 넣고 달달 볶아주세요. 무가 어느정도 투명하게 익으면 들깻가루 2큰술을 넣어 줍니다.


무에서 올라오는 은근한 단맛에 짭짤한 맛이 밥반찬으로 정말 좋아요. 무나물 싫어하는 아가들도 들깻가루 뿌려서 고소하게 해주면 너무 잘 집어먹어요.



#무생채, 된장찌개

무생채용은 연두색 부분을 깨끗하게 깍아서 무나물용보다는 조금 더 얇게 채썰었어요. 익혀먹는 것은 그대로 넣어도 되는데 어린아이나 노약자, 환자, 집에 배탈이 잘 나는 분이 있으시다면 생으로 조리할 땐 왠만하면 깨끗이 손질해서 드시는 게 좋아요.


아무리 깨끗이 씻는다고 해도 구석구석 씨꺼먼 구멍까지 잘 닦을 자신이 없으면 저는 그냥 껍질을 살짝 벗겨서 먹는 답니다. 저염이나 간을 세게 하지 않을 때도 재료는 깨끗이 손질해서 먹는 게 좋아요. 무생채는 바로 무쳐 먹어도 되지만 냉동실에 얼려놨다가 필요할 때 하루 전날 냉장실에서 해동해 놓으세요. 그럼 수분이 쫙 빠지면서 식감도 꼬들꼬들해지고 맵고 아린맛도 가시면서 무 고유의 단맛이 확 올라와요.  


냉동실에 얼려둔 무생채용 200g (왼), 된장찌개용 100g (오)


#조림용 냉동실에 쟁여놓기

짜투리로 남은 무는 두껍게 썰어서 냉동실에 얼려 놓으세요. 그럼 무조림으로 해먹어도 되고, 두부 넣어서 조부조림, 고등어 밑에 깔아서 생선조림으로 해먹어도 정말 맛있어요! 보관 하실 땐 하나씩 떼기 쉽도록 얼기설기 넣어서 보관해두세요.


냉동실에 얼려 둔 조림용 무 / 두부무조림, 생선조림용




#가을 무가 보약, 무는 10월 11월이 제철

무는 원래 가을에 나오는 무가 맛있어요. 10월 11월, 서늘한 기운이 돌면 그때 나오는 무가 제일 맛있답니다. 무에 함유된 메틸메르캅탄 성분은 감기예방에 도움을 주고, 아밀라아제와 디아스타제는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줘 옛날부터 무는 천연소화제로 통했답니다.  (*효능 출처: 우수식재료디렉토리) 


요즘 나오는 무는 저장무거나 여름에 재배했던 무라 맛이 좀 덜할 수 있습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무값이 오르진 않을까? 또 걱정이 많아집니다. 무는 하나 사놓으면 요조조모 해먹을 게 많은데 값이 오르면 속상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릴 적 집에서 김장담그며 엄마가 생으로 까준 무의 맛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삭아삭 속이 꽉 찬 무에서 느껴졌던 단맛과 아린맛. 이 맛을 잊지 못 해서 계속 무를 찾게 되나봐요. 엄마가 끓여줬던 무국, 무조림, 무반찬이 가을만 되면 그리워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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