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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Sep 19. 2023

은혜로운 콩나물

콩나물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머리가 떠내려간다!


요즘엔 콩나물 씻다가도 둥둥 떠내려가는 노란 머리만 보면 잡아채려 애씁니다. 천정부지로 솟은 식재료비때문에 한푼이라도 아껴보려 아등바등하는데 여기에 콩나물까지 없었다면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요? 그래서 노란 머리 하나가 더 아쉽습니다.



500원에 한봉지 가득

 

저희 남편은 어릴 때 콩나물 심부름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어머님이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주시면 근처 슈퍼에 가 동전을 내밀고 검은 비닐봉지 하나 가득 콩나물을 사왔다는 얘기죠. 그것도 거스름돈이 남아서 사탕이나 군것질 하나를 물고 왔다는 얘긴데. 완전 옛날 사람이네! 지금 콩나물 값이 얼마나 올랐다고!



#콩나물 값도 올랐다네

다른 식료품 값이 다 오르다보니 결국 콩나물값도 올랐습니다. 그래도 항상 1200~1300원 안팎이던게 이제는 2000원을 훌쩍 넘은 콩나물들도 보이죠. 싸다 싶으면 300g이나 200g, 예전과 같은 가격이지만 한봉지 푸짐하게 들어있던 콩나물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얼마전 슈퍼에서 고르고 고르다 제일 싼 600g에 1600원짜리 콩나물을 샀습니다. 남편이 전날 새벽 4시까지 술을 먹고 들어와서 콩나물 해장국 타령을 하길래 한숨을 푹푹 쉬며 슈퍼에 들어갔죠. 역시나 세일품목이나 가장 싼 채소는 벌써 품절.


콩나물도 500g에 1500원 하던게 지금은 양을 줄여 300g이 되었고, 친환경이라고 2000원이 훌쩍 넘어가는 콩나물만 잔뜩 남아있었습니다. 3000원 하는 무농약 콩나물 앞에서 기절할 뻔했죠. 콩나물에 금이라도 바른 걸까?



#콩나물이 흘러가면 내 눈물도 흐른다.

그때 저는 느꼈습니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서민 식재료인 콩나물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하는 추세에 거기에다 양극화까지 벌어지다니! 이젠 콩나물도 맘대로 못 사먹겠구나!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 걸까요? 싱크대에 채반을 2개나 붙여 떠내려가는 콩나물이 없게 악착같이 씻어냈습니다.


1+1 세일이라고 콩나물 2봉지 한꺼번에 샀다가 그대로 냉장고에 넣어 놓고, 한봉지는 남아서 그냥 버렸던 경험 있지 않나요? 봉지채로 두면 씻기 귀찮아지고 또 봉지 안에서 금방 물러버려서 순식간에 먹을 수 없게 니다. 그러니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부지런히 씻어서 알뜰하게 먹어야합니다.


 

#비린내의 주범을 잡아라!

저는 콩나물을 사오면 나중에 씻는 게 귀찮아 사오자마자 씻어버립니다. 흐르는 찬물에 살살 헹군 다음 콩깍지는 꼼꼼하게 분리해서 떼버리죠. 단, 아스파라긴산 함량이 높은 머리와 꼬리는 절대 떼지 않습니다. 영양사 뇌피셜이지만 비린내의 주범은 콩껍데기가 가장 유력합니다.


콩껍데기를 잘 떼버리지 않으면 비린내도 많이 올라오고 콩나물이 금방 상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흐르는 찬물에 살살 씻으며 콩껍데기는 꼼꼼히 제거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콩나물 먹는 민족은 우리나라 뿐이란걸?



#콩나물의 민족

녹두의 싹을 틔운 숙주를 먹는 나라는 있어도 콩나물 먹는 민족은 우리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콩나물 키워먹는 종자가 따로 있다니. 우리 조상님들은 오리알태, 수박태 등 콩나물로 키웠을 때 맛이 좋은 콩들을 종자별로 구분해 키워먹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민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식재료가 바로 '콩나물'인데 이런 서민 식재료 가격이 너무 올라버려서 서글프네요. 그동안은 콩나물이 있어서 그나마 단백질 공급도 되고, 나물로 비타민 충전도 했었는데. 콩에서 싹이 트면서 비타민과 여러 미네랄들이 풍부하게 생성되는 만큼 콩나물은 가성비 좋은 식재료였습니다.


그런데 이젠 600g에 1600원도 부담스러운 가격이 됐네요. 악착같이, 부지런히 냉장고를 파먹어야 하겠습니다. 버리는 것 없이 알뜰살뜰 먹으려면 이 방법밖엔 없습니다.


매운 기운으로 콩나물가격 상승에 대한 분노를 표출해봅니다.

1

우선 콩나물을 깨끗이 씻어 콩나물국을 끓입니다. 칼칼하게 청양고추 팍팍 넣어서 얼큰하게 드세요.



2

집에 폭삭 익은 무김치나 김장김치가 있다면 쫑쫑 썰어 김치콩나물국을 끓여봅니다.


(냉장고에 짱박혀 있던 시댁표 순무김치를 발견해서 콩나물국에 넣었더니 정말 시원하고 맛있더라고요! 물렁할 정도로 폭삭 익어서 단맛도 나고 국물도 엄청 맛있었어요.)



1차 콩나물국, 2차 콩나물국
3차는 라면에 팍팍 넣어먹기

남편은 3일 간의 해장으로 간이 정화 되어 피로곰에서 벗어나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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