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집공부 13화_책을 좋아하는 한 명의 어른

학교에서의 독서 교육 실천기

by 교사맘
학교에서의 독서 교육 실천기_학원, 과외 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13화

"선생님! 선생님은 우리가 집에 가면 뭐 해요? 선생님도 집에 가죠?"

아이들의 순수한 질문이 웃기면서도 슬픕니다. '절대 집에 갈 수 없어... 정시 퇴근하면 다행이야... 너희들이 재미있게 하는 과학 행사, 현장체험학습, 스포츠 수업부터 하다못해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 간단한 일조차 모든 선생님들이 '(행정) 업무'라는 것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란다....'


저희 학교는 규모가 작아 교사 1명이 맡는 업무가 많은 편이에요. 제가 가장 오랫동안, 열정을 쏟았던 업무가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바로 '독서 교육'입니다. (유치원, 어린이집에 적용되는) 누리교육과정에서는 '책과 이야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언어 표현과 의사소통 능력을 기르게 합니다. 초등과정은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죠. '읽는' 활동을 넘어서, 비판적 사고력, 문해력, 공감 능력, 창의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비판적 사고력, 문해력, 공감 능력, 창의성>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죠. 당장의 점수나 레벨, 수치화된 성취가 이런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맞는지 많이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능력을 키워주는 일에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에, 독서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또, 그 학교의 독서 교육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 도서관이라고 생각했고요. (지금도 국내외 다른 학교를 방문할 때, 도서관을 제일 먼저 가본답니다.)


이런 중요한 일이 내 업무라니!!!

영혼을 갈아 넣지 않을 수 없었던 업무 실천기를 정리해 봅니다.


<학교에서의 독서 교육>

1. 좋은 책으로 가득한 학교 도서관 만들기 - 재미있고 작품성 있는 만화책도 포함하여!

저는 학교 도서관 업무를 아주 오래 했습니다. 정확하게는 계산을 안 해 봤지만 8~10년 정도 한 것 같아요. 사비로 학급문고를 채우다가 도서관 업무 담당이 되면서 학교 예산으로 좋은 책을 구입하여 도서관을 채우기 시작했어요. 2019년도에는 만화책에 대해 유료로 논문을 사가면서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만화책이 없는 도서관'이 아니라 '좋은 만화책이 있는 도서관'을 만들자고 다짐했지요. 만화책이 있으면, 아이들은 도서관 가는 것이 즐거워질 테니까요.『만화책 365』에서 추천해 주는 책을 구입하기도 했고, 제 돈 주고 산 만화책을 직접 읽어보고, 제 아이들도 집에서 재미있게 읽으면(베타테스트 실시) 다 읽고 난 후 도서관에 기증했답니다. 또 도서관 소식지를 만들어 만화에 대한 글을 연재하였습니다. 학부모님들과 이런 지향점을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작가의 개성이 있고, 밝고 명랑하여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들을 선별하고 비치하면서,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즐겁게 대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보람이었습니다.


2. 가고 싶은 도서관 만들기

소소하지만 여러 이벤트를 만들었습니다. '행운을 잡아라' - 도서관에 10, 20, 30 등 십 단위로 방문하는 학생에게 작은 사탕을 주는 이벤트, 하루도 빠짐없이 도서관에서 대출을 한 학생들에게 매월 작은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서관 방문에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덜 읽은 책은 다시 재대출 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학생이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신청한 학생이 가장 먼저 빌릴 수 있게 하는 이벤트(그전에는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유익한 책을 구입했답니다.) 등. 별 것 아니지만 뭔가 새로 만들면 손이 많이 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벤트 때문에라도 아이들이 도서관의 문턱을 한 번 더 넘길 바랐습니다. 저희 학교 도서관은 학교 건물에서 많이 멀리 있는데, 아이들은 멀리 있는 도서관까지 밝게 웃으며 뛰어갔습니다. 그 모습이 제게 참 큰 선물이었습니다.


3. 학교에서의 독서 시간 철저히 확보하기

아침독서운동에서는 매일 10분만 읽어도 크다고 했지만, 저는 아침 독서 시간 30분은 철저히 확보하였습니다.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은 1시간을 넘게 읽기도 했습니다. 독서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저도 아침에 가능한 컴퓨터를 보거나 행정 업무를 하지 않고 함께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진짜 힘들어요.ㅎㅎㅎ교사라면 아실 겁니다.) 그리고 수업 중 활동을 일찍 마친 아이들은 추가로 독서를 더 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우면서도 좋아하는 책, 재미있는 책을 읽는 시간. 그 시간에는 아이들의 자유가 있었고 몰입의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을 참 사랑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4. 아이들이 '읽어야 하는 책'은 교사도 반드시 미리 읽기

사립초등학교는 공통의 필독도서가 있습니다. 학년마다 20권의 필독도서를 1년간 읽고, 독서논술교재의 질문에 답하는(독서록 쓰기)것은 제 교육 철학과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저만 아침독서 4원칙을 외치며(그냥 읽기만 해요오오오~~) 독서록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심지어 저는 그 교재를 제작하는 집필위원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그 필독도서를 더 좋은 책으로 선정하기 위해 더 많은 어린이책을 읽었습니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더 나은 방향으로 멋지게 바꾸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하는 필독도서를 모두 미리 읽고, 학교에서 필독도서를 수업과 연계하여 다루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제 관점을 담아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교사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숙제로 읽고 독서록을 풀어오게 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럴 때도, 제가 그 책을 읽었기 때문에, 독서록의 질문에 달린 아이의 답을 유심히 읽고 소통하려고 했습니다.


5. 학교 도서관에서 매일 책 빌리게 하기 - 최대 2권 대출 가능하며 만화책은 1권만 대출 가능

저희 학교 사서선생님께서 오래 근무하신 편이고, 저랑 케미도 너무 좋은 분이셔요. 저보다 앞서서 세 아이들을 키운 어머니이기도 하셔서 사적인 의지도 되었습니다. 일단 도서관을 늘 먼지 한 톨 없이 깔끔하게 청소하시는 부지런함을 장착하고 계셔서 교장, 교감선생님께서 아주 좋아하시고요, 아이들을 귀여워하시고 예뻐해 주셔서 늘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학교 도서관에서 줄글 책 1권, 만화책 1권을 빌려오더라고요. 원래 만화책만 2권씩 빌리던 아이들이 웬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사서선생님께서 만화책은 1권만 빌릴 수 있다고 하셨어요."라고 했다고 하네요. 사서선생님과 이심전심인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좋은 책이 가득한데, 계속 만화만 빌리면 아쉽잖아요.


6. 교실에 만화책 코너 신설 - 쉬는 시간만 이용하기

관심을 갖고 보니까 좋은 만화책들이 점점 더 많이 보이더라고요. 교실에도 만화책을 비치했고,「개똥이네 놀이터」라는 보리 출판사의 어린이 잡지를 (사비로) 정기구독하여 학급에 두고 같이 읽었습니다. 여기에 매월 만화도 연재되었는데 아이들이 1월호부터 쭉 이어서 읽고 싶어서 월별로 정리를 잘하더라고요. ^^ 그러다가 해당 만화의 연재가 끝나면 단행본을 구입하는 식으로 작품성 있는 만화책이 점점 늘어갔습니다. 어쩌다 자녀가 다 자란 지인들이 학습만화를 뭉치로 물려주시면 그것도 교실에 (자리가 있다면) 두기도 했습니다. '학습만화는 절대 안 돼!'라는 강박도 만화책에 대해 공부한 후 해소가 되어서, '뭐가 됐든 아주 문제 있는 내용의 책이 아니라면 즐겁게 많이 읽자'는 마음이니 저도 편안했습니다.


단, 교실의 만화책은 쉬는 시간만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다수가 만화만 읽을 테니까요. 아침 독서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줄글 책을 읽도록 했고, 만화책 코너의 책은 쉬는 시간이나 수업 중 활동을 하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는 읽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1학년 담임일 때는 책 표지로 교실을 장식했습니다. 표지를 보면서 함께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이요. (꽉 채운 사진은 못 찍었네요.ㅜㅜ)


북극곰과 관련된 환경 수업을 몇 주간 진행하느라, 그림책에 있는 북극곰 그림을 크게 따라 그려 교실에 붙였습니다. 제가 그리고 제가 감탄한 그림입니다. ㅎㅎㅎ




독서 교육은 교과로 분류하자면 국어과 영역이지만, 전 교과의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이 일을 오래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교과가 의미가 있습니다.

운동만 좋아하는 아이도, 어느 날 문득 책을 좋아하게 될 수 있지요.

무한한 미래를 펼쳐나갈 아이들에게, 책을 좋아하고 늘 공부하는 한 명의 어른으로 남고 싶습니다.

자라면서 그런 선생님이나 어른들을 더 많이 만나서, 제가 잊힌다면 더 좋겠고요.




집에서의 독서 교육 실천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keyword
이전 12화집공부 12화_세상엔 재미있는 책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