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의 독서교육 실천기(2)
집에서의 독서교육 실천기_학원, 과외 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14화
지난 글에 이어 이번 글은 '집에서의 독서 교육 실천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독서 교육을 실천한 덕분에, 집에서도 아이들의 필독 도서를 미리 읽은 엄마가 되었지요. 도서관과 자유독서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엄마이기도 했고요.
<집에서의 독서교육>
1. 도서관에서 자라는 독서 습관
저희 아이들도 만화책만 읽고 싶어 했기 때문에, 평일에는 만화책을 안 보고 주말에만 보는 것으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토요일 오전에 3시간 정도 도서관에 다녀옵니다. 도서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책이 가득한데요.(학습만화 종류도 다양하지만 심리테스트 같은 여학생 취향 만화도 많더라고요. 그런 건 좀 읽지 않았으면 싶다가도, 저 역시 어릴 적 심리테스트나 성격테스트 책을 무척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냥 둡니다.)
도서관에서도 줄글책을 1시간 정도 읽은 후에, 막내는 제가 그림책을 10권 정도 읽어주면, 나머지 시간은 자유독서를 하게 했습니다. 자유독서 시간에는 대부분 만화를 읽긴 했지만 관심사를 따라 어린이실 이외의 자료실에서 직접 책을 찾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십진분류법 및 도서 찾기를 익혔습니다.
독서교육에 아주 조예가 깊은 한 선생님은, 집에서 2주간 만화책 데이를 만들고 자유독서 시간에는 무조건 만화책만 읽게 했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2주간은 그림책 데이, 또 2주는 줄글책 데이를 갖는 식으로 운영해 만화도 실컷 보고 동화도 실컷 보는 방법을 쓰셨더라고요. 재미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질문이 자라는 시간, 우리 집 성경 읽기
일주일에 3번 정도는 밤마다 성경을 함께 읽습니다. 어린이 매일성경이라는 월간지에 그림과 함께 쉬운 말로 풀이되어 있는 성경을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읽고, 마지막에 아빠가 다른 번역본으로 한 번 더 읽어줍니다. 그리고 각자 질문을 1개 이상씩 합니다. 막내는 대부분 단어의 뜻을 물어보고, 첫째와 둘째는 시대적 배경이나 사건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자주 질문을 던집니다.
"왜 에스더가 왕 앞에 함부로 나갈 수 없었어요?"
"와스디 왕후가 왕이 부르는 데 안 나갔다고 해서 왕비 자격 박탈인 거는 너무 한 것 같은데요?"
아이들의 질문에는 주로 아빠가 대답을 많이 하는데, "좋~~~은 질문입니다!"라고 리액션해 주는 걸 아이들은 엄청 좋아합니다.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질문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이나 고민, 가치관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부모 모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나중에 따로 찾아보고, 다음 시간에 이어서 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저희는 평소에 성경을 꾸준히 읽고, 남편은 목회자용 매일성경(월간지)을 따로 읽을 정도로 진심입니다. 또 집에는 성경 배경해설에 대한 책들, 주석성경이 많습니다. 주석 성경은 성경 구절에 대한 해설이 담긴 책이라 다양한 주석 성경을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하다 보니 점점 많아지네요. 물론 아이들보다는 어른인 저희가 성경 읽다가 궁금한 게 있어서 찾아보는 용도지만요. (지금은 성경만 읽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더 크면 금강경, 도덕경 등도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동차 뒷좌석에서 '사람이 몇 명 모여야 교회가 될 수 있냐'는 대화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첫째는 "우리 집도 밤에 성경 읽고 기도하잖아. 우리 집도 교회야."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둘째는 "그럼 우리 집 교회 이름은 '질문 교회'라고 하면 되겠다. 교회에서는 계속 전도사님 말씀을 듣기만 하고,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손 번쩍 들면 잠깐 내리라고, 이따가 듣겠다고 하시잖아. 그럼 난 그 질문을 까먹거든. 근데 우리 집은 궁금한 게 있으면 마음껏 질문할 수 있잖아."
질문 교회. 저는 이 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부모를 따라 기독교 신앙을 따르게 되었지만, 마음껏 질문하며 궁금해하고 의문을 제기하길 바랐습니다. 신앙이나 믿음이 맹목적인 것만큼이나 무서운 일이 있을까요? 아이들이 저희와 함께 살 동안만큼은 질문 교회가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3. 필독도서가 질문과 대화의 시작이 되길
학교 필독도서를 제가 미리 다 읽었지만, 집에서 심도 있는 독서대화랄 것은 아직 잘 없습니다.
"샬롯의 거미줄 너무 재밌지?"
"네, 진짜 재밌어요. 근데 독서록에 문제가 좀 쓰기 힘들어요."
"긴긴밤 엄청 감동적이었는데."
"맞아요. 긴긴밤 재밌어요. 이번에 그걸로 동물원 운영 찬성인지 반대인지 토론한대요."
"너는 무슨 의견이야?"
여기서 세네 마디 이어지다가 아이들끼리의 대화가 시작되는 정도입니다.
집에서는 학교에서만큼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한 노력을 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1. 저도 읽고 나면 몇 달 안 가서 내용이 가물가물해지고, 2. 아이들은 독서록이라는 숙제 때문에 필독도서를 읽는 것이라,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숙제를 끝내야 한다'는 부담이 앞서는 법이죠. 숙제만 끝내면 독서의 여운이나 감상이 길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집에서 토론을 하려면 좀 더 얇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그림책을 다 같이 읽고 하는 게 좋은데 지금은 다 같이 읽는 책으로 성경책이 있고, 그 외에는 현실적으로 학기 중에는 학교 숙제 등으로 시간을 내기가 좀 어렵네요. 방학 때는 그림책이나 교과서 등의 내용으로 독서 대화 모임을 한 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방학 때는 도서관을 매일 가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집에는 책이 부족하고, 책 이외의 다른 재미있는 것들도 많아요. 책을 읽는 재미는, 많이 읽을수록 커지는 법인데, 많이 읽기 위해서는 집보다는 도서관이 더 나은 환경인 것 같아요.
어릴 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초등학생 시절 저의 환경엔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저학년 때부터 오빠와 지역 도서관에 자전거를 타고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거기서 '소공녀'를 책장에서 빼내는 어린 제 모습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또 어른들이 가는 자료실에 들어가서 900번대 책장에서 '세계의 모습-이탈리아 편'을 꺼내 읽은 기억도 납니다. 아주 큰 사진집 겸 지리사전 같은 책이었는데 나폴리 해변, 물의 도시 베네치아 사진을 보면서 초등학생이었던 제 마음은 두근거렸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넓다니. 난 꼭 다 가볼 거야.' 당시 학교 도서관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지방의 소도시에 제 꿈을 키워준 지역 도서관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즐거움으로 책을 읽는 여가는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독서와 분리된 공부와 일, 삶의 과업에 매진하다 보니 독서는 늘 ‘도움이 되는가’라는 생산성의 기준으로만 판단되곤 했지요. 그러다 번아웃을 겪은 이후에서야, 비로소 저는 ‘재미와 즐거움’을 기준으로도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초등 시기만큼 책에 푹 빠져서 많이 읽을 수 있는 시기가 있을까요? 사실 중고등학생이야말로 책의 재미를 알 수 있는 지성과 감수성을 갖춘 시기인데, 입시 부담 속에서 '읽어야 하는 책'을 골라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그 시기에도 실컷 책을 읽게 하겠노라 다짐하지만, 막상 그때가 오면 또 다른 현실에서 갈등하게 될 수 있겠지요. 우리 삶에 안 바쁜 시기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기마다 좋은 책들이 다만 몇 권씩이라도 늘 아이들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주변에 책을 권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어요.
'이제까지 실천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써보자!'하고 시작했지만, 쓰면서 더 질문이 많아집니다.
아이들의 성장 시기별로 '적정 독서량'이란 게 있을까? 있다면 몇 시간일까?
책이 아닌 잘 만든 영상만으로도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을까?
중고등학생이 책을 많이 읽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책을 좋아하는 중고등학생은 입시의 압박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책을 계속 읽는 걸까?
가족 독서모임, 첫째와 글쓰기를 시작하고 싶은데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역시, 공부는 끝이 없네요. 이 질문들을 품고, 앞으로도 읽고 쓰며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공부해 가는 과정을 브런치에도 가감 없이 공유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