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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공부 15화_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김장하 선생님 북토크와 함께 한 2025 국제도서전 이야기

by 교사맘
김장하 선생님 북토크와 함께 한 2025 국제도서전 이야기_학원, 과외 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15화


어느 해부터인가 제 목표 중 하나가 '소장도서 줄이기'인데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읽어 없애는 속도보다 읽고 싶은 책을 빌려오거나 사 오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특히 이 목표 달성을 어렵게 하는 행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국제 도서전입니다. 그래도 올해는 다녀왔습니다. 바로 국제 도서전 북토크 중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프로그램 예약을 성공했기 때문이죠!

2025 국제 도서전 북토크 - 어른 김장하의 씨앗 출연자들


2023년도에 개봉한 MBC경남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통해 김장하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다큐는 김장하 선생님의 삶과 교육 사업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해당 다큐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감상이 가능합니다.


전 재산을 사회와 장학생들을 위해 내놓고도, 어떤 언론 매체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으셨던 분. 김장하 선생님을 취재한 김주완 기자님과의 대화에서 조차, 선행에 대한 질문(장학생 몇 명을 후원하셨냐 등)에는 일체 대답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님 역시 김장하 선생님의 장학생이었다는 것도 매우 유명하죠. 문형배 재판관님을 비롯하여 김장하 선생님의 사랑을 받는다고 자처하신 다른 장학생 두 분(이준호 교수님, 정경순 주한 파나마 대사관 팀장님), 그리고 취재와 다큐 감독을 맡으셨던 김주완 기자님과 김현지 감독님. 이 분들이 출연하는 북토크였기에 국제 도서전 방문 이유는 명확해졌습니다.




북토크에서, 김장하선생님을 본받고 싶어 열심히 메모했던 것을 정리해 봅니다.


1. 김장하 선생님은 자신의 장학생들에게 후원가로서나,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이사장으로서, 조금의 훈계도 하지 않으셨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라거나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조차도 한 번 하지 않으셨다는 것. 또, 자신에게 인사를 하러 온 장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돼", "No"를 한 번도 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정말로 수많은 장학생들의 '믿을 구석'이 되어 주셨던 것이다. 장학생들을 간섭하지 않고, 훈계하지 않고, 한 사람으로 존중해 주셨다.

올해 국제도서전 표어인 '믿을 구석'. 김장하 선생님이야말로 모든 장학생들의 '믿을 구석'이었다고 합니다.


2. 『줬으면 그만이지』의 저자, 김주완 기자는 김장하 선생님 댁에 가면, 항상 읽던 책이 책상 위에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무려 1960년대 중반에 컴퓨터 학원에 등록하여 컴퓨터를 배웠고, 천리안 홈페이지를 제작하여 운영하셨다고 한다. 장학생들에게 항상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귀 기울여 들으며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계신다고 한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게 진정한 지식이다."라는 말씀에서도 잘 느낄 수 있다.


3. 장학생들이 받은 장학금의 액수는 서로 다르겠지만, 도서전에 나온 장학생 2명은 9년간, 10년간 장학금을 받았다. 학비뿐만 아니라 유학 자금, 월세 보증금 등도 후원하셨기에 액수가 꽤 컸을 것 같다. 장학생들에게 훈계 한 마디 하지 않으셨지만, 선생님께 받은 장학금으로 보란 듯이 성공하여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나. 한 장학생이 그것에 대해 죄송해하자, "이 사회는 평범한 사람이 지탱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나의 평범함이 이토록 감동적일 수가.


4. 중심부의 삶에 대한 열망 없이,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소도시에서 평생 선행을 실천하셨다. 문형배 재판관님은 이를 두고 '보수와 진보가 모두 존경하는 삶을 창조하신 분'이라고 김장하 선생님을 소개했다. 유명해지려 하거나 더 높은 자리를 좇지 않고 어떻게 같은 자리에서 평생 선행을 실천할 수 있었을까.




김장하 선생님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김장하 선생님 덕분에 마음 한켠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내가 교사로서, 부모로서 자녀들과 제자들을 더 잘 가르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믿는 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더 어려운 일이지만요!) 즉, 내가 책임져야 할 1순위는 아이들도, 제자들도, 맡은 일도 아닌, '나, 자신'인 것입니다.


내가 생활하는 곳에는 늘 '읽던 책'이 있는가?

유명해지기보다 평범한 선을 행하며 자족할 수 있는가?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내 사고에 갇힌 간섭이나 질책 없이 지지해 줄 수 있는가?



어릴 때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될까?' 하는 질문이 있었는데, 어른인 지금도 그 질문을 합니다.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어른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과연 어른의 삶을 살고 있나.


졸업생 학부모님 중 기억에 남는 분이 계십니다. 저보다 연배도 높으시고, 공부도 훨씬 많이 하신 분인데도 언제나 존경과 사랑의 마음으로 저를 바라봐주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상담 때 이런 말씀을 종종 하셨습니다. "선생님, 저는 저희 00 이는 하나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걱정입니다. '나나 잘하자, 나나 잘하자'라고 늘 생각하며 살아요."


'나나 잘하자' - 이 말이 주는 무거움과, 동시에 홀가분함을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늘 가꾸고 책임지는 어른이 되어야겠습니다. 내가 어떨 때 힘들고 어떨 때 기쁜지 살피며 헤아려주고, 다른 사람 또한(어린 자녀라 할지라도) 그런 기쁨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타인임을 존중하며, 내 몸과 같이 아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론 자녀를 나보다 더 사랑하기에, 잘못될까 봐 조바심이 나고 잔소리하게 되는 유혹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보듬고 사랑할수록, '아, 내가 이런 게 싫고 힘드니까 다른 사람도 그렇겠구나' 할 수 있으니, 그런 유혹에서도 조금씩 자유로워지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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