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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공부 12화_세상엔 재미있는 책이 많다

아침독서 원칙_좋아하는 책을 읽어요(4)

by 교사맘
아침독서 원칙_좋아하는 책을 읽어요(4)_학원, 과외 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12화


<다양해지는 만화의 세계>

박인하 평론가는 아이들이 읽는 만화가 학습 만화에 치우쳐 있는 것에 대해 대한민국 사회의 학습 강박을 보여준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한 학습만화는 3단 정도로 평이하게 나뉜 칸에, 표준화된 컬러로 급하게 채색된 무개성의 만화들이며, 하청을 주어 여러 명이 작업하기 쉬운 구조로 만들다 보니, 작가의 개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은하 선생님의 책에서 인용한 내용을 재인용)


김낙호 만화연구가의 글에서도 70~80년대에는 오히려 꺼벙이 시리즈, 아기공룡 둘리(둘리가 만화 영화가 아닌 만화책으로 출발했더라고요!) 등 삶에 유쾌함을 주고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명랑 만화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제는 퇴임하신 선배님께서 제가 학교 도서관 이름을 <어깨동무 도서관>이라고 짓자, "내가 어렸을 때 어깨동무 잡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글씨 하나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 읽었을 거야 아마." 하면서 아련하게 이야기해 주셨던 생각이 납니다.


그렇지만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학습만화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고, 학습만화 자체에 대한 내용 검수도 엄격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학습만화 이외에도 『흔한 남매』처럼 유튜브 영상이 만화로 출판된 것, 『오므라이스 잼잼』처럼 웹툰이 단행본화된 것 등 아이들의 인기를 끄는 책이 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다중문해력이란>

독서교육 전문가들이 만화에서 주목하고 있는 점이 다중문해력 혹은 다중문식성(multiliteracy)입니다. 김은하 선생님은 다중문해력을 '전통적인 문자뿐만 아니라 의미를 전달하는 다양한 형식의 기호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만화는 다중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수단이면서 동시에 만화를 즐기다 보면 다중문해력을 기를 수 있게 됩니다. 만화 속 대사 글꼴의 차이가 주는 의미, 말풍선 모양에 따른 분위기 차이, 또 만화는 컷의 크기나 인물의 크기를 달리하며 얼마든지 분위기와 상황을 전달하기도 하고 새롭게 형성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동시다발적으로 파악하고 받아들이면서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다중문해력의 핵심이며, 미래 사회에서는 의사소통을 할 때 문자 이외에 이런 요소들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톡들도 이모티콘 없이 문자로만 소통한다면 허전함이 클 것처럼 말이죠.


<만화책인가 문학책인가 - 새로운 문학 장르, 그래픽 노블>

학습 만화의 천편일률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흐름 속에서, 작가들의 개성과 예술성을 담아 새롭게 탄생한 문학 장르가 '그래픽 노블'입니다. 이것을 아이들은 만화책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실제로 만화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그래픽 노블 읽기를 통한 초등학생 문학능력에 관한 연구」(도유미, 2024)에서, 그래픽 노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 기존의 만화책보다 주제와 서사구조, 삽화의 예술성 등을 한 차원 높인 새로운 장르(Weiner & Eisner, 2012)

- 뉴베리상 최초로 그래픽 노블 작품인 『뉴키드』가 대상을 받으며 아동문학계는 만화의 아류가 아닌 새로운 문학 장르로서 그래픽 노블을 인정하고 교육적 가치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

글을 쓰면서 바로 떠오르는 '재미있게 읽었던 그래픽 노블'입니다.

이런 그래픽 노블들의 수익성은 학습 만화와는 비교가 안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제의식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개성을 가진 그림, 컷, 대사로 정성껏 표현된 작품이 많습니다. 고유성과 완성도가 느껴집니다.

과학 전공자 친구가 권해준 만화책인데, 만화인데도 어려워서 잘 못 넘기고 있습니다. ㅎㅎ


<웹툰은 어떨까요?>

웹툰은 우선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시장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도 네이버와 다음에는 웹툰이 있었고, 무료였습니다. 하지만 2009~2010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하고, 네이버 웹툰과 다음 웹툰이 2013년부터 앱으로 생겼습니다. 이 시기부터 모바일 앱 기반의 웹툰 소비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매년 <만화산업백서>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는데요, 그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23년 사이, 웹툰 산업 매출은 약 10배 이상 성장했다고 합니다. 또 같은 기관의 <2023 웹툰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6,400억 원이던 웹툰 시장은 2021년에는 1조 5,660억 원으로 48.6% 성장했다고 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출판만화가 아닌 웹툰만 이용하는 비율이 61.6%나 됩니다.


교직생활 초반인 2010년에 아이폰이 국내에서 출시되었습니다. 당연히, 반에는 스마트폰을 가진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4~6학년 학급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학생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 부모님은, 학교, 교회, 고향 친구, 교사모임 모두 통틀어 지인 중 딱 2명입니다. (학교 과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사주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요.)


이렇게 청소년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으니, 만화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웹툰에 접근하기가 만화책 접근보다 유용합니다.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용도로 쉬는 시간에 틈틈이 볼 것 같아요. (물론 웹툰보다 영상, 게임에 훨씬 더 많은 여가 시간을 쓸 거라 생각합니다.) 또 웹툰은 댓글을 통해 다른 독자의 반응까지 살필 수 있어 아이들이 더욱 생동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웹툰은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출판 만화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한, 새로운 형태의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웹툰의 교육적인 시사점을 생각하려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추후에 단독으로 다룰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책이 참 많습니다. 만화책도 재미뿐만 아니라 작품성까지 갖춘 책이 많고, 오히려 그림이 없기 때문에 더욱 몰입이 되는 줄글책들도 많습니다. 어떤 책이든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었으면 했습니다. 만화책을 편하게 읽는 경험을 통해 줄글책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고,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확장해 나가길 바랐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했던 실천들을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각자 편한 자리 하나씩 잡고 앉아서 만화책을 보는 행복한 아이들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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