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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공부 11화_줄글책을 안 읽는다? 만화책 때문일까요?

아침독서원칙_좋아하는 책을 읽어요(3)

by 교사맘
아침독서 원칙_좋아하는 책을 읽어요(3)_학원, 과외 없이 집에서 워킹맘 엄마와 공부하고 있는 초등 삼 남매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자라는 공부 습관> 11화

<"만화책을 보게 둬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담긴 의미>

"만화책을 보게 둬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담긴 내용은 크게 2가지일 것 같습니다.

첫째, 학습 만화가 공부에 도움이 될까요?

둘째, (학습 만화든 아니든) 계속 편하고 쉬운 만화만 읽으려고 하고 줄글책을 더 싫어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지난 글에 이어서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계속 편하고 쉬운 만화만 읽으려고 하고 줄글책을 싫어하게 되면 어떻게 하죠? 그것 때문에라도 만화책을 못 보게 해야 할까요?


요즘은 학습 만화를 '공부에 도움이 되냐 안 되냐'로 접근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학습 만화는 그냥 재미로 보는 건데, 오히려 줄글책을 안 읽으려 할까 봐 걱정되는 게 더 크지 않나요? 이와 관련하여 2가지 논문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 논문들은 학교도서관 저널에서 발행한 『만화책 365』의 기고글 중 김은하 선생님의 인용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 성장시기별, 자료별 독서량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2007년 접수된 이승채 교수님의 논문은 성인(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해당 성인들의 유아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기별 독서량과 자료별 독서량(일반도서, 만화, 잡지)의 상관관계를 연구했습니다. 즉, 초등학생 때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이 중, 고등, 대학생 때도 많이 읽는지, 초등학생 때 만화를 많이 읽은 아이들이 중, 고등, 대학생 때는 일반 도서(줄글책)를 안 읽고 계속 만화만 보는지에 대한 상관관계 연구지요.


해당 논문의 결과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같은 자료 유형 내에서는 시기간의 독서량 상관관계가 높다.

특히 초, 중, 고, 대학 시기의 일반도서 독서량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만화, 잡지도 각각 시기 간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이고요. 즉, 특정 시기에 많이 읽은 자료 유형은 이후 시기에도 계속 많이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초등학생 때 만화를 많이 보면 그 이후로도 만화를 선호하고 많이 읽는 경향이 있다."


2. 다른 자료 유형 간에는 상관관계가 낮거나 없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만화 독서량과 고등학생, 대학생 때의 일반도서 독서량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중학교 때 일반도서 독서량에는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정도이긴 하지만 매우 약한 양의 상관관계입니다.

즉, "어릴 때 만화를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일반 도서(줄글책) 읽기에 방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이 논문은 다양한 자료 유형(일반도서, 만화, 잡지)을 초등, 중학교 시기에 많이 읽은 학생은 이후 시기(고등학교, 대학)에도 독서량이 많은 경향을 보이며, 특정 자료 유형(예:만화)을 많이 읽는 것이 다른 자료 유형(예: 일반도서)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같은 교수의 「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장시기별, 자료유형별 독서량 간의 상관관계 연구」라는 논문에서도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었습니다.


또, 김은하 선생님의 글에서 소개한 일본의 연구 내용을 인용합니다.

일본의 4, 6, 8학년(우리의 중학교 2학년) 학생 1,25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열성적으로 만화를 읽는 아이들은 유치원 이전부터 읽기 시작했고, 보통의 만화 독자는 1, 2학년부터, 무관심한 독자는 3학년 이후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만화를 접한 시기가 어릴수록 만화에 대한 독서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요. 만화에 무관심한 아이들 집단은 교과서를 읽는 비중이 높지만, 특별히 다른 집단에 비해서 일반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나서, 만화책 읽기가 일반책 읽기를 막는다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해석합니다.


위 연구 결과는 대상자의 기억에 의존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한계는 있습니다. 이승채 교수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한 후, 다시 여고생을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실시한 이유도 '고등학생들이 어렸을 때 기억을 조금 더 잘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논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또, 저는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는 성인이 될까, 평생 독서가 가능할까'가 궁금한데, 이 연구에서는 성인이 대학생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긴 시간에 걸친 질적 연구가 사례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경험적으로 저의 제자들을 봤을 때,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은 만화책, 줄글책 가리지 않고 '많이' 읽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저의 자녀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마도 저희 학교에서 줄글책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계속 강조해서, 제자들이 만화책도 좋아했지만 전체적인 독서량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김은하 선생님의 일본 연구 논문 해석에서도 '만화에 무관심한 아이들 집단은 교과서를 읽는 비중이 높지만, 특별히 다른 집단에 비해서 일반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하죠. 즉, 전반적인 독서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지 만화책을 특별히 읽지 않게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정리>

"어릴 때 만화를 많이 읽으면 그 이후에도 만화를 선호하며 많이 읽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만화책 읽기가 일반책 읽기를 방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

"만화든 뭐든 다양하게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그런 어른으로 자랄 확률이 높다."

(비록 연구에서의 '어른'은 '대학생'이었지만)




연구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고 해서, 아이들이 독서 시간 내내 만화책만 읽는 것을 그냥 두고 볼 부모나 교사가 얼마나 될까요? 이론적 근거는 이렇지만 계속 만화책만 읽는 모습은, 보는 양육자의 마음을 걱정스럽게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서 웹툰의 세계에 들어가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요즘은 만화라고 다 같은 만화가 아니더라고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추천 도서> 독서교육 어떻게 할까?

제가 독서 교육에 대해 부모로서도, 교사로서도 굉장히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을 소개합니다. 지난 화와 이번 화에서 여러 번 언급한 김은하 선생님의 책입니다. 양육자라면 궁금해할 만한 독서 교육의 방향에 대해 개인의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데이터에 근거해 차분히 설명해 줍니다. 언젠가 김은하 선생님을 연수 강사로 초청한 적이 있는데 친절하면서도 학문적인 설명이 연수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김은하 선생님처럼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과정 밟으면 나도 저렇게 멋져질 수 있나!?' 싶었던 기억이 나네요. 유학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따뜻하고 총명한 연구자 겸 실천가가 되기 위한 제 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


김은하 선생님의 책은 제 책장에 아주 오랫동안 남을 명작입니다. ^^
목차 일부입니다. 부모님들이 관심 가질 만한 질문들이 많고, 독서 교육에 대한 건전한 관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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