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망 Jan 19. 2024

고통받는 쩨쬬

<슈슈는 쩨쬬를 좋아해> 12화

 2022. 8. 16. 화. 이상한 구름


 쩨쬬네가 아랫집 이상한 주민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오늘 아침 출근길 통화에서도 화가 남아 있었고 수준 있는 동네에서 살아야겠다는 둥, 로스쿨을 가야겠다는 둥, 돈을 많이 벌어 이주할 곳을 구해야겠다는 둥의 이야기를 했다. 현실적인 이야기에 현실적인 대꾸를 했더니 정적이 흘렀다. 기분이 상했냐고 물으니 자신의 상황에 공감을 해주었으면 했단다. 음...... 문득 나도 할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해서 지고 들어가는 게 나를 접어가면서 까지 편들고 싶지는 않다고 할까? 뭔가 우리 사이에 안 맞는 게 있는 것 같고 쩨쬬는 나보다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함께하며 서로서로 존중을 해야지 쩨쬬는 나를 하찮게 보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에게서 어떤 표정이 나올까?


 격앙됐을 때 쩨쬬의 거친 입, 다시 생각해 보자 내가 지금 사랑하는 이성은 어떤 모습인가? 나는 오늘 먼저 연락하기 어려워하고, 쩨쬬는 나에게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고


 "내가 왜 미안해?"


 라고 할 것이며 자신을 공감해주지 않았다는 말로 날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관계에서 나는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본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깐

 아마도, 오랜 친구여서 그래서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더욱더 돈독해라고 미화시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쩨쬬의 주변인은 쩨쬬가 연애 중인 걸 모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라는 물음을 띄우면 복잡 미묘해진다.


 2022. 8. 30. 화. 새벽에 비


 쩨쬬는 어제 아랫집과 싸웠다. 풀근무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는데 아랫집 아주머니가 "XXX아"라고 해서 같이 욕하며 30분가량 언쟁을 벌였단다. 퇴근 후 집에 가서 대하를 구워 먹을 기대를 품고 배고프다 하며 집으로 갔건만 입맛이 뚝 떨어졌단다. 세상에 제일 편해야 할 장소가 불편해졌고 부모님을 두고 주말에 - 주말에 특히 더 싸운다 - 집을 나설 생각을 하면 불안해한다.


 2022. 9. 2. 금. 태풍이 오키나와 부근에 있음에도 비바람이 제법 세차다.


 쩨쬬는 아랫집과의 마찰로 인해 오전에 변호사를 만났고 어떻게 처벌을 하고 신변보호를 할 수 있을지 상담을 받았다. 스토킹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들어 본 죄목이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자기네 땅? 집?으로 오지마라고 명확하게 전할 것! 그럼에도 찾아온다면 증거수집을 해놓으라고 했다. 집에 CCTV도 설치했다. 부모님께선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좋은 말씀을 듣고 나서 마음이 좀 나아지셨다고 했다. 부모님이 나아지니 쩨쬬도 불편했던 게 많이 나아졌단다. 진척이 있어 다행이다.


 2022. 9. 18. 일


 쩨쬬는 아침 6시반에 수영장을 다니고 있고 조카에게 주려고 뜨개질로 개구리를 만들고 있다. 몸체와 뒷다리까지 완성해서 보여주는데 뒷다리가 축~ 처진 게 진짜 개구리 같다.


 요즘 전화통화를 할 때 내가 빨리 끊고 싶어한다. 가령 영화를 보고 있다던지 하던 일이 있을 경우 살짝쿵 전화를 빨리 끊고 내가 하던 일을 하고싶어 한다. 그러고보면 쩨쬬는 참 한결같다. 나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2022. 9. 20. 화


 09:59 데스티니~~ 쩨쬬와 나, 동시에 서로에게 전화를 걸어 상대방이 통화 중이 되어버렸다. 이번이 두번째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기분이 좋다. 폰을 꺼내어 통화목록을 찾아 나는 쩨쬬를 쩨쬬는 슈슈를 찾아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는 순간까지 일치했다는 사실과 지금 이 순간 서로를 생각하고 있다는 마음이 동일시 되어 웃음짓게 된다.

이전 11화 정신이 복잡한 슈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