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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Jan 30. 2024

바람이 부려하네

<슈슈는 쩨쬬를 좋아해> 14화

 2022. 10. 27. 목 22.5도


 오일장에 파는 두부는 중국산이었다. 쩨쬬말대로 국산콩 두부 한모가 2,000원일 수가 없다. 요새 내가 애정표현이 덜하다며 투정을 부린다. 월요일에 돌아갔는데 이제 목요일이라며 이번주 월요일에 간 게 맞냐며 벌써 보고 싶다고 한다. 방금 배송받은 베트남 캐슈넛을 한 알씩 먹으며 일기 쓰는 시간, 로봇청소기가 방을 닦아주고 세탁기가 잘 돌아주어 삶이 참 편해졌다. 인간은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 다만 편함에 너무 쉽게 의욕을 상실하기 때문에 다수가 빈둥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다.


 2022. 10. 29. 토 북풍


 쩨쬬는 조카 어린이집 운동회라 일 마치고 언니네로 갔다. 쩨쬬가 동영상을 보내주었는데 어머님의 돼지몰이가 인상적이었다. 나무 작대기 두 자루를 들고 돼지저금통을 몰아가는 경기였다. 그러고 보니 내 머릿속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미지와 현재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2022. 10. 30. 일


 무슨 일인가! 어제 해외축구 결과나 볼까 해서 폰을 들었는데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일어났다. 세월호 이후 가장 큰 인명피해라는 글귀에 놀랐다. 지금까지 사망자만 149명 점심시간이 지나니 151명...... 영화 베테랑에서 클럽으로 수사를 간 형사가 공포탄을 쏘자 더 신이 나서 춤추던 관경이 현실에서도 일어났다. 경찰차와 엠뷸런스의 사이렌 소리에 취한 군중들은 섹스 온 더 비치를 외쳤다.

 그날 그곳에 있던 젊은이들을 안타까이 여기며 어떤 이들은 거길 왜 갔냐며 추궁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던 와중 라디오 사연이 귀를 때렸다. 학창 시절 세월호로 인해 수학여행도 못 가보고 코로나로 인해 캠퍼스의 낭만을 못 누려보고 지금 이태원에 있었던 젊은이들이 노는 방법을 모른다며...... 어제 이태원에서 유명을 달리한 젊은이들이 처한 시대가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2. 11. 3. 목


 쩨쬬는 친구가 왔대서 오리고기를 먹는단다. 그리고 요가를 갈거라 하는데...... 카페 갔다고 방금 카톡이 왔다.


 2022. 11. 5. 토 춥다


 쩨쬬는 토요일 근무인데 어딘지 모를 곳으로 결혼식을 갔다. 양평이란다.


 문득, 내가 요즘 쩨쬬에게 소홀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자그만 선물 한 번 준 적이 없다. 제주도에 왔을 때 있는 동안 잘 챙겨줬으니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나? 통화시간도 짧아지고 전화를 놓치거나 빨리 끊거나 딴짓을 한다던지...... 내가 쩨쬬를 귀찮아하는 건가? 쩨쬬가 떠나봐야 정신을 차릴 건가? 쩨쬬는 한 번 아니면 아닐 테니 -그 한 번이 참다 참다 일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내가 느끼고 있다면 잘하자


 2022. 11. 10. 목. 비 조금


 쩨쬬는 캐시미어 드라이를 맡겼는데 구멍이 나서 세탁소 아주머니랑 다퉜단다. 뭔가 울그락불그락하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낀다. 정당한 것이기는 한데 감정이 폭발했다는데서 멍해진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본다면 나는 잘 대처하지 못할 것이다. 쩨쬬에게 너는 누구 편을 드냐며 욕먹을 것이다. 서로서로 인정했으면 좋았을 것을...... 세탁소도 단골이라는데


 2022. 11. 16. 수 살짝 먼지


 쩨쬬는 요가 후유증으로 인한 어깨가 도무지 낫질 않아 부모님 지인이 운영하시는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전기충격 고문도 당하고 잔소리 학대와 어디 팔려가듯 턱을 괸 체 목뼈와 척추를 늘렸다. 화상영어를 하며 주변에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사는 이가 있느냐는 물음에 나를 언급했다고 한다.


 "내 남자친구가 만족하며 사는 거 같은데"


 그래 나는 그렇게 산다.


 2022. 11. 25. 금


 침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목이 불편하다. 쩨쬬가 탐툼가글이 괜찮다고 하여 가글을 해보니 조금 낫다. 코로나 검사 두 줄, 월요일부터 증상이 있었는데 닷새동안 낑낑대며 일했던 거 생각하면 나도 정말 징글징글한 놈이다. 이틀 목감기 느낌이 들다가 하루 목이 안 아파서 괜찮아졌나 했는데 목요일부터 본격적으로 목이 아프기 시작 잠도 설치고 열나고 땀나고 중간중간 얼굴이 후끈후끈, 며칠째 죽만 먹고 있는데 토요일이 되니 힘들지만 침을 삼킬 수가 있다. 코로나 확진받고 더 폐인 될 것 같아 청소기 돌리고 이불 널고 빨래하고 집 정리를 했다. 물리적인 정리를 통해 정신적인 정리도 가능하다. 목구멍과 입천장 혀가 닿을 수 있는 부분에 오돌토돌 돌기가 올라왔다. 배우 정해인이 광고하는 푸라닭 블랙알리오가 나오는데 너무너무 맛나게 먹는다. 나도 좀 씹고 뜯고 싶다. 죽 그만 먹고 싶다. 배가 허기지다. 마르니 사람이 더 시커멓게 보인다. 퀭하다. 양치하다가 목구멍을 봤는데 구내염이 목구멍에 수두룩하다! 보고 나니 이건 안 아플 수가 없다. 입안에 하나만 생겨도 입맛이 없을 정도로 아픈데 코로나는 정말 사람을 죽이기 위해 생긴 바이러스가 틀림없다. 귤을 한 알 한 알 터트려 먹는데 잘못 삼켜서 미친 듯이 따가웠다. 의사가 귤 많이 먹으라고 했는데 고소해야 될까 보다.


 2022. 11. 29. 화 바람


 아하...... 쩨쬬도 코로나에 걸렸다. 하체의 살갗이 아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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