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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Feb 02. 2024

사랑이 쩨쬬의 몸을 빌리는 중

<사랑이 쩨쬬의 몸을 빌리는 중> 15화



 안녕하세요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15주 차가 되었네요, 꾸준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이 계실 것으로 생각되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끄적끄적거리겠습니다^^


 어느 날 한 여성을 만나 아름다웠던 나날을 더듬어보려 일기장을 펼쳤는데 행복하고 즐거웠던 나날들은 온데간데없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한 아이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어 스스로를 깊고 깊은 심연 속으로 침잠하게 되더군요...... 기록하지 않았더라면 몰랐더라면 좋은 추억으로 남았을까요?


 아!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제 글을 처음부터 읽으신 분들의 피로감이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14편의 글의 대부분이 칭얼거리는 미성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주까지 한 주에 세편씩 발행하여 연재를 마치려 합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저의 칭얼거림을 참고 인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도 일기장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아직 모른답니다.


 15화부터 소제목이 <사랑이 쩨쬬의 몸을 빌리는 중>으로 바뀌어 연재됩니다. 이승우 작가 '사랑의 생애'에서 "사람이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 사람의 몸을 빌리는 거래"란 말에서 따왔습니다.




 2023. 1. 1. 일 미세먼지


 푹~ 잘 잤다. 추워서 자다 깨다 했으나 8~9시간 잤다. 달려야지! 2023년이니 20.23km를 달려보자! 표선시내에서 출발하여 하천리 신천리 삼달리 신산리 온평리 신양리를 거쳐 스타벅스 앞에 당도하니 딱 20.23km!


 2023. 1. 2. 월 성산이 경치가 좋다


 쩨쬬는 스마트 스토어에 비타민을 올린 게 하나 팔렸다고 신기해하며 웃었다. 문득 쩨쬬의 천진함이 부러웠다. 오롯이 웃음만 느꼈던 때가 언제던가?


 2023. 1. 7 ~ 9. 미세먼지


 쩨쬬를 성산 버스정류장에서 픽업하여 다온해장국에서 뼈해장국 한 그릇 뚝딱! 배타시는 분들과 인근 건설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대거 들어와 식사를 하고 계셨다. 풍림다방으로 가서 쩨쬬가 좋아하는 딸기가 든 딸기티라미수와 커피 한잔 그리고 어서 집으로 가야지!!! 알밤오름에 가보았다. 중산간도로로 김녕을 오가며 이정표에서 자주 보았던 오름인데 나의 메모장에 기록되어 있어서 가보기로 했다. 경사가 가파르고 쩨쬬피셜 다른 오름들과는 다르다고 한다. 내가 느끼기엔 식생대가 한라산 둘레길과 비슷하다. 정상에 오르니 제주의 동쪽바다가 훤히 보인다. 미세먼지가 뿌옇게 깔려있어서 해수면과 미세먼지의 경계가 제트기가 지나 간 동선처럼 보여 오묘했다. 오름을 내려와 월정리 머문카페에 가서 층고가 높은 계단식 좌석에 앉아 창밖으로 바다를 보았다. 오늘  제주의 동쪽을 원 없이 보는구나

 새벽에 나 출근할 때 이불 꽁꽁 싸매고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배웅해 주는 쩨쬬가 떠오른다. 뽀뽀를 하고 싶게 하는 사람이다. 사랑스럽다. 사랑스러워서 나도 사랑하게 되고 표현하게 된다. 부끄럽지 않다.


 2023. 1. 10. 화 미세먼지 좋음!!


 오!!! 출근 준비를 하는데 쩨쬬가 새벽 4시에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반갑다!!! 사과를 썰고 시리얼을 먹고 계란 여섯 개를 도시락통에 넣는다. 쩨쬬는 그새 계란 개수를 세었다.


 2023. 1. 18. 수 춥다~~


 마흔에 가까워지니 30대 초반과 미세한 이질감이 생긴다. 관심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 등이 다름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걸 문득문득 느낀다. 타인이 나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다. 그동안 대다수가 나에게 호기심을 보였었다. 지금은 아무도 날 궁금해하지 않는다.


 2023. 2. 7. 화 새벽에 본 둥근달


 튀르키예 7.8 강진 인근 시리아 포함 5천 명 넘게 사망...... 약 80년 전에도 이곳 아나톨리아 판에서 지진이 났었고 수만 명이 사망했었다고 한다. 추운 날씨 때문에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다.

 오늘은 기분이 축축 처진다. 마음이 적적하다. 청승 떨고 싶은 날이다. 삶이 무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솔로 방송을 너무 많이 봤나? 감정이입이 되어 에너지 소모가 컸을지도 모르겠다. 서른아홉, 무언가가 자꾸만 다가오는 듯하다.


 2023. 2. 13. 월 비 내린 뒤 쌀쌀


 튀르키예 지진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었다. 잠시 상상을 해보았다. 지진이 나고 나는 어지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있을 수 없는 형태의 시각적 충격을 겪은 뒤 정신을 차려보니 숨이 컥컥 막히는 먼지구덩이에 답답하고 어두컴컴한 암흑 속에서 내 몸뚱이는 성한 지도 알 수 없고 마디마디 느껴지는 통증 희미하게 들리는 비명과 고통의 목청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고 하염없이 추운 겨울 그렇게 또 눈은 내린다고 상상하고 느껴보았다. 짓이겨진 몸, 답답함, 추위, 상처의 애리는 통증, 배고픔 무엇보다 폐쇄의 공포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고 스스로 죽어버릴 수도 없는 상태가 나를 미쳐버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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