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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 Feb 04. 2024

나를 바보로 아는 거짓말을 하지말아주오……

<사랑이 쩨쬬의 몸을 빌리는 중> 16화


 2023. 2. 16. 일 미세먼지


 쩨쬬는 어제 폰 배터리가 다 된 채로 언니네에 가서 연락이 안 되었다. 미리 말해주어 괜찮은데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충전을 못할 이유는 없다.

 쩨쬬는 7월부터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하던 일을 월화수 / 목금토로 나누어 일하기로 했단다. 유럽에서 주 4일제를 시험 중인데 쩨쬬네도 시행해 버린다.


 2023. 2. 24. 금 ~ 26. 일 고흥여행


 쩨쬬가 왔다. 내가 도시락으로 식빵을 싸다니는 걸 보고선 나를 위해 아기자기한 낱개로 된 잼을 가져다주었다. 뿜뿜이(가습기)를 쓰다 보면 밑받침이 필요하다며 깔개를 손수 떠서 주었다. 세세하게 신경 써주는 게 감동이고 고마웠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일어나 작년 이맘때 갔었던 섬진강애재첩국 식당에 가서 뜨끈하고 개운한 재첩국을 먹고 고흥에 위치한 팔영산으로 향했다. 한적한 듯했으나 산의 규모나 위치를 생각하면 등산객이 제법 있었다. 8개의 봉을 거쳐가야 해서 소소한 성취감도 느끼며 즐겁게 트레킹을 했다. 고흥의 과역면으로 가서 기사식당에서 삼겹살백반을 뚝딱 해치웠다. 고흥여행을 준비하며 팟캐스트를 찾아들었다. 국내여행은 블로그와 같은 SNS보다 라디오 같은 매체를 선호한다. 좀 더 깊이 들어가기에 전문가 느낌이 풍기고 그들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는 정보도 알짜배기다.


 2023. 3. 9. 목 벌써 여름인가?


 어머니와 통화, 어머니께서 올해 동네에서 안전지킴이 활동을 하고 계신다. 안전지킴이 옷을 입고 주민센터에 들어가서 물을 마시거나 화장실 가고 하는 것들이 불편하신가 보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활동을 하시는데 여름이 다가올수록 일도 힘들어질 것이다. 심심해서 하는 일치고는 너무 고생스럽고 힘들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힘들거나 스트레스받는 일 따위가 생기면 그만두시라고 했다. 아버지 또한 어머니에게 나와 같은 말을 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점심으로 전복을 씹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의지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겠다고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하고 체력테스트 걱정되어 운동하고 면접준비도 하시고 했던 게 떠올랐다. "힘들면 그만두라고 돈도 얼마 되지도 않는데"라는 식으로 말한 게 걸렸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무이~ 전화 끊고 생각해 보니 너무 하지 마라는 얘기만 한 거 같아서, 어무이가 하겠다고 했는데 잘 선택해서 하세요~ 응원합니다이~~^^" 했더니 수화기 너머로 환하게 웃으시며 알겠다고 하셨다. 걱정이란 이유로 누군가의 선택과 결정 의지를 꺾어서 될 일인가?


 대학교 룸메와의 통화, 동탄에서 판교까지 30km 출퇴근, 노후에 대한 이야기, 친구의 아버지께선 우체국에서 정년퇴임을 하시고 현재 경비일을 하신다. 어머니께선 요양원에서 일하신다고 한다. 하...... 너무너무 고된 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일을 하셔서 다행이단 생각이 들며 눈물이 났다.


 타인의 눈빛에 불편함을 느낀다. 가끔 서울에 가면 느끼는 게 있다. 특유의 알 수 없는 브랜드의 약간은 알록달록한 빛깔의 옷을 입고 어제는 몰라도 오늘은 분명 씻지 않은 듯한 몰골의 중, 장년층, 대한민국이란 프로그래밍된 세상의 NPC 같은 사람들 만약 내가 쓰러지면 나를 도와주기보다 돈이 될만한 것들만 빼내어 갈 것 같은 이들, 나는 왜 이 같은 편견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만 생각하자 잡생각을 없애는데 운동이 최고! 클라이밍 가자!


 2023. 3. 18. 토


 집에서 방귀를 뀌었다. 둘 다 가스가 차서 나는 텄다. 소리가 뽕! 나게 끼면 웃길 것 같았다. 쩨쬬도 꼈는데 "으악! 어쩌지!!! 냄새가 나는 거 같애!!!"하며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거실을 왔다 갔다 뛰어다니는데 너무 귀여웠다. 왔다 갔다 하면 냄새가 더 잘나는데...... 시간이 갈수록 쩨쬬의 눈에 사랑이 가득하다. 나는 복에 겨웠다.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2023. 3. 23. 목 오전에 비


 쩨쬬네 어머니께선 외적 아름다움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쩨쬬가 이번에 제주도에 왔을 때 같이 클라이밍을 했었는데 클라이밍을 했다는 말에 화를 내셨다고 한다. 손에 상처가 나거나 굳은살이 생겨 사람들이 그 손을 보면 안 좋은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은 출, 퇴근 지문이 잘 안 찍힌다고 한다. 나도 클라이밍을 하면서 지문이 안 찍혀서 새로 등록을 하기로 했다. 마침 뮤지, 안영미의 두 시의 데이트 라디오에서 지문등록에 대한 사연이 왔고 사연자는 중지를 등록했다고 한다! 사연자가 지문을 찍을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낀다며 흡족해했다. 나랑 생각이 비슷해서 순간 내가 사연을 보낸 건 아닌지 착각했다.


 2023. 4. 3. 월 오래간만에 맑음, 거센 바람


  타인의 시선, 나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 착각일까? 내가 상대를 쳐다보면 상대는 본인을 쳐다본다는 것을 안다. 왜 쳐다보지? 왜 쳐다보지?? 이 말이 웃기네 볼 수도 있는 거지. 그런 게 있다. 동성 간의 눈빛, 이성 간의 눈빛, 어떤 눈빛엔 어떤 감정 같은 게 담겨서 다가온다. 이런 것은 생각일까? 어떤 호르몬의 반응일까? 말을 걸고 싶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불현듯 호감이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 있다. 어떠한 부분에서 인간들은 각자가 서로에게 반응하게 되는 것일까? 아! 양치를 하다가 떠올랐다! 이런 건 아닐까? 쩨쬬가 말했던 '좋은 사람인데 이성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에서 처럼 이성으로 느껴지게 되는 경계 혹은 관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눈에 들어오게 되면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첫눈에 확 들어오는 사람은 눈이 예뻐서, 코가 오똑해서 같은 경우일까? 함께 일하는 동생이 지금 호감이 가는 여성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발이 작아서라고 한다. 정말 그 여성의 발이 210mm여서 이성적으로 끌릴 수 있는 걸까? 그런 각자의 포인트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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